담장 없는 미술관, 지속가능한 만남을 꿈꾸다
담장 없는 미술관, 지속가능한 만남을 꿈꾸다
  • 이설 기자
  • 승인 2016.05.01 0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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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서울대 미술관 10주년

정문으로 통학하는 학생이라면 등하굣 길에 늘 지나치는 서울대 미술관 MoA(이하 모아). 어디선가 세계적인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가끔 학교 포털로 날아오는 전시 홍보 메일에는 ‘숭고의 마조히즘’ ‘거시와 미시’ ‘뉴 올드’ 등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난해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제목들이 적혀있다. 사실 유리로 둘러싸이고 한쪽으로 기울어진 듯 사다리꼴을 한 독특한 외양부터가 조금 난해한 분위기를 풍긴다. 『대학신문』은 모아 10주년을 맞아 가까운 듯 멀게 느껴지는 미술관의 안쪽을 들여다봤다.

대학 정문 옆, 친근한 미술관이 문을 열다

모아는 본부 소속 문화기관이면서 국내 최초의 독립된 대학 미술관이다. 과거 서울대에는 박물관 산하 현대미술부만 존재했다. 1995년 미술관 건립이 추진됐으나 관악산 개발 문제와 얽혀 부지 재선정 등의 우여곡절 끝에 2006년 모아가 개관했다. 홍익대, 이화여대 등 미술관을 보유한 국내 대학이 있지만, 모아처럼 독립된 건물을 가지고 하나의 기관으로 운영되는 경우는 없다. 미술관장 정영목 교수(서양화과)는 “다른 대학들에서 미술관은 주로 박물관 등의 부속 시설로 있다”며 “모아는 일반 미술관 수준의 자체 기획력을 갖추고 운영되는 유일한 대학 미술관”이라고 평가했다.

이렇게 시작된 모아는 지역주민과 일반 대중이 미술에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꾸준히 힘써온 ‘문턱 낮은 미술관’이다. 애초에 건물을 정문 바로 옆 캠퍼스의 경계 지점에 세운 것도 지역사회와의 문화적 교량이 되고자 하는 취지였다. 실제로 모아는 전시만이 아니라 다양한 대중 교육 프로그램과 어린이 미술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07년부터 개설돼 관악구민과 타 지역민 일부를 대상으로 동서양 근현대의 시각예술을 강의하는 ‘현대문화예술강좌’가 대표적이다.

10년 간 이어진 ‘현대미술로의 초대’

현대미술을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소개한다는 것은 모아가 초기부터 미술관으로서 뚜렷이 표방해온 기조다. 이를 잘 보여주는 개관전 ‘현대미술로의 초대’는 국내외 작품 29점을 전시하고 ‘형식주의적 추상’ ‘기계적 미학’ 등 현대미술의 양상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개관전을 기획했던 정신영 책임학예사는 “딱딱하게 미술사 이야기만 하기보다 편안한 글을 보면서 친근하게 다가오도록 했다”며 “당시 작품 수는 적은 데 비해 설명글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아의 지향은 대중이 선호하는 추세를 따르거나 쉬운 주제만 선별해서 보여주는 것과 거리가 멀다. 현대미술의 세계로 대중을 이끈다고 할 때 모아가 강조점을 두는 것은 미술사적·예술적 가치가 있는 주제를 해설하는 것이다. 정신영 책임학예사는 “미술사, 작가, 사회적 배경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교육적 가치가 있는 전시를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무엇이 현대미술이고 왜 저것이 미술작품이냐는 질문에 답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미학 개념을 통해 현대 참여형 미술에 대한 의문을 던진 전시 ‘숭고의 마조히즘’, SNS 시대 고백의 양상을 탐구한 전시 ‘가면의 고백’ 등은 동시대 미술의 주제를 적극적으로 제시했다. 대형 미술관들이 거액을 들여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유치하거나 전시에 ‘힐링’ ‘위로’ 같은 대중적인 코드를 입히는 등의 행보를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편 미술관 안팎에서 호평을 받아온 모아의 도슨트 제도는 현대미술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관람객의 적극적인 감상을 이끌어왔다. 자격 제한이 없어 현재 지역주민 다수와 다양한 전공의 대학생으로 구성된 모아의 도슨트들은 사전 교육을 받고 해설 스크립트를 자신이 직접 짠다. 학예사에게 스크립트를 첨삭 받고 리허설을 하는 과정도 거친다. 퇴직 후 2년째 도슨트로 활동 중인 유장근 씨(62)는 “전공, 경력 등에 별다른 자격제한을 두지 않아 모아 도슨트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정 시각을 기준으로 관람객을 모아 한꺼번에 해설하는 일반 미술관과 달리 모아를 찾는 관람객은 원하는 시간에 개별적으로 도슨트를 요청할 수 있다. 최근까지 도슨트로 활동한 정우헌 씨(국어국문학과·11)는 “관람객이 오면 항상 도슨트와 대화를 많이 하면서 보는 편”이라며 “일방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계속 물어보면서 설명을 덧붙인다”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모아가 되기 위해

지역사회와 활발히 소통하고 현대미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모아의 지난 10년을 되돌아봤을 때 아쉬움이 남는 대목도 적지 않다. 학생들의 미술관 관람이 저조하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지적돼 온 문제다. 정신영 책임학예사는 “외부 관람객이 꾸준히 늘어난 데 비해 정작 우리 학생들이 잘 오지 않아 안타깝다”며 “학생들과 접촉면을 늘려가는 것이 10주년의 향후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유장근 씨는 미술 관련 강좌에서 미술관과 연계한 활동을 진행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실제로 기초교육원 교양강의 ‘전시예술공학’은 모아의 공간과 인력을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 미술관은 현재 입구 앞 광장을 참여의 장으로 활성화해 모아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2014년 6월 학생들의 주도로 광장에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공간을 만들었던 것에서 보듯 광장은 어떤 공간으로도 탈바꿈할 가능성이 있다.

모아가 공공미술관의 역할에는 충실해왔던 반면, ‘대학’ 미술관으로서 학술연구에는 비교적 소홀했다는 반성도 나온다. 정 교수는 “그동안 대학 미술관임에도 전시 기획을 위한 연구와 소장품 연구에 충분히 관심을 쏟지 못했다”며 “미술관 내부의 시스템과 연구 동력이 탄탄해야 ‘건강한’ 미술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모아는 연구 인력으로 4명의 학예사와 2명의 시간제 연구원을 보유한 실정이다. 유의미한 전시를 기획하기 위해서도 보통 1~2년의 연구 기간이 소요되고 이에 꾸준히 매진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모아의 학예사 4명 중 3명이 단기 계약직이며 계약 연장도 최대 2년까지다. 연구원도 올해 처음 2명의 박사급 연구원이 고용됐고 시간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장기적인 연구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업무의 단절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인력 부족으로 인해 미술관의 주요 업무인 소장품에 대한 연구·수집도 잘 이뤄지지 못했다. 정 교수는 “연구 가치가 높은 소장품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모아는 지역사회와 미술관, 그리고 대중과 현대미술의 접점 역할을 해오면서 국내의 대표적인 대학 미술관으로 거듭났다. 이제는 서울대 학생들에게 다가가고 학술적 성격을 더욱 살리기 위해 새로운 출발을 준비 중이다. 모아의 안으로 들어가면 바깥에서 본 것과 전혀 다른 공간을 경험하게 된다. 건물 중간에 천장 없이 뻥 뚫려 나선형의 계단으로만 이어진 이 빈 공간의 의미는 직접 이곳에 와봐야 느낄 수 있다. 어쩌면 모아의 진가를 알 방법은 이 미술관의 문을 밀고 들어와서 이 공간을 체험하는 것밖에는 없다.

✔ 서울대 미술관 10주년 특별전

제목: 지속가능을 묻다

일시: 17일(화)~7월 24일

✔ 기념 자료전

제목: 세 개의 축: 건축, 전시, 교육 아카이브

일시: 17일(화)~7월 24일

✔ 광장 플리마켓

제목: MoA서 10!10?: 플리마켓

일시: 18일(수) 오전 10시~오후 6시

✔ 강연 릴레이 프로그램

제목: 지식과 예술의 지속가능성 - 피터 밀른 교수(미학과) 외 3명

일시: 20일(금) 오후 1시 30분 ~ 6시

문의: 정신영 학예연구사(880-9513)

삽화: 이은희 기자 amon0726@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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