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서울대 응원단

경기장의 환호와 탄성, 함께 소리쳐 부르는 응원가, 단체의 마크가 새겨진 큰 깃발을 흔들며 외치는 팀 구호. '응원단'하면 연상되는 장면이다. 최근 교내에 이러한 응원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있다. '서울대 응원단'으로 출발한 이들이 꿈꾸는 응원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엿보았다.

◇조물조물 만들어 가다='레전드의 시작'. 서울대 응원단에 대한 정의를 한마디로 부탁하자 당차게 단원들은 대답했다. 응원은 한 공간의 사람들이 같은 노래, 같은 몸짓으로 응원을 하면서 모인 이들에게 하나되는 경험을 줄 수 있다. 8개월 전 서울대 응원단을 만든 이들 역시 '모두에게 공유되는 경험을 만들어 훗날 서울대인이 대학생활을 추억할 수 있는 것'이 목표라고 이야기 했다.

처음 응원단이 시작된 곳은 '대나무숲'이였다. 유지원 씨(정치외교학부·15)가 페이스북 페이지인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 당시 부재한 교내 응원단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글을 올렸고, 이에 공감하는 댓글이 달렸다. 서로 알지 못하던 이들이 지금의 응원단을 꾸리게 된 것이다. 이들은 보다 더 단단한 단체를 만들기 위해 역할을 나눴고 현재 11명의 기획진과 29명의 응원진이 응원단을 이끌고 있다. 응원단원 신지예 씨(자유전공학부·14)는 “응원전이 없어서인지 재미없는 학교라고 치부되는 고정관념을 바꾸고 싶다”라고 응원단원이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응원단원 소민섭 씨(산업공학과·14)도 “못 해본 활동을 해보고 싶었고, 다른 동아리보다 응원단의 취지가 마음에 들어 가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대에서 응원전을 하겠다 나섰지만 이들의 시작이 쉽진 않다. 교내에 응원전을 벌일 만한 큰 행사나 대항전이 타 대학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 소속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교내 축제 폐막제 등 일부 공식 행사 참여가 제한돼 설 수 있는 무대의 범위는 더 좁다. 이에 응원단은 운동회와 같은 교내 대항전, 형형색색 가루를 맞으며 달리는 '컬러런' 등 직접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하겠다며 총학생회에게 기획안까지 냈다. 비록 실현되진 못했지만 현재는 계속해서 동아리의 틀을 만드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 단원들은 화려한 응원복을 입고 만족스러운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것을 응원단 활동의 장점 중 하나로 꼽았다.(사진 제공: 서울대 응원단)

◇볼륨을 높이며, 진리의 탑을 쌓고=이들은 '서울대만의 고유한 응원가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서울대와 관련된 음악가에게 곡을 의뢰하고 제작과정을 이끌어 나갔다. 이들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응원가는 두 곡이다. 교내 축제 무대에서 시작해 활동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나상현씨밴드' 가 작곡한 '진리는 나의 빛'과 서울대 출신 작곡가 김수언 씨가 작곡한 '진리의 빛'이 그것이다. '진리는 나의 빛'은 중독성이 강한 후크송으로 경쾌한 멜로디라인을 가지고 있는 반면, '진리의 빛'은 비교적 무게감 있는 곡이다. 응원단원들은 직접 목소리를 보태는 등 곡을 완성하는 역할을 했다. 응원단장 박광훈 씨(간호학과·15)는 “관악의 한 술집에서 응원단의 응원가가 나올 때, 모두 같이 부르고 춤출 수 있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말했다.

이들은 응원곡뿐만 아니라 자신들만의 안무도 만들었다. 창단멤버들은 대한치어리딩협회 강사를 초청해 기초적인 동작과 안무를 배웠고, 이를 바탕으로 응원곡에 맞는 안무를 창작했다. 박광훈 씨는 “퍼즐 한 조각 한 조각 맞추어 전체 큰 그림을 완성하는 듯이, 응원단의 정체성을 단원들이 함께 맞춰가는 것 같다”며 안무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에 대한 의의를 설명했다.

치어리딩은 대항전에서 활동적인 안무로 팀을 응원하는 '액션치어리딩'과 덤블링, 인간 피라미드 등 화려한 동작을 하는 '스턴트치어리딩'으로 분류된다. 과거 서울대엔 외부 경연대회를 목적으로 교내 체육부 소속 스턴트치어리딩 동아리가 있었지만 현재는 해체된 상태이다. 윤지윤 씨(자유전공학부·14)는 “서울대 응원단은 전문적인 경연대회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니며, 열정을 가진 누구나 함께 응원단의 무대에 오를 수 있다”고 자신들이 과거 체육부 팀과 다름을 설명했다. 실제 이들은 액션치어리딩과 스턴트치어리딩 두 장르를 아우르는 안무를 선보이고 이에 관중들은 칼군무와 함께 어떤 순간에는 인간 탑을 쌓는 등의 묘기를 볼 수 있다.

응원단은 올해 열린 단과대 새내기배움터에서 3번의 무대를 펼쳤다. 박광훈 씨는 “새내기들의 함성과 호응이 앞으로의 일정에 큰 힘이 됐다”며 첫 공연의 소감을 전했다. 4일(수) 총장배구기대회에서 본격적인 응원무대를 펼칠 예정이며, 11일 학관 앞 아크로 광장에서 '축제하는 사람들' 주관 행사 '우끼끼'의 무대에 설 준비도 하고 있다.

서울대 응원단은 특정단체, 소속을 응원하는 것보다 '서울대 응원단이 당신을 응원합니다'라는 모토로 개개인의 삶을 응원할 수 있기를 꿈꾼다. 이들의 목표대로 훗날 서울대인들이 졸업 후 대학생활을 회상할 때 함께 같은 안무를 추고 땀 흘리며 부대끼던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될 수 있을까? 아직은 이들이 설 자리가 다져지지 않았지만 오늘도 이들은 당찬 목표로 열심히 땅을 일궈 가고 있다. 이들의 응원을 받기에 앞서 이들의 행보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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