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픈 데이터 활용을 주제로 한 공개 세미나가 푸른역사 아카데미에서 개최됐다. 비정부 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연구모임 ‘FOI동’에서 주최한 ‘세상을 여는 힘, 오픈 데이터’ 세미나에는 김유승 소장(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을 비롯한 정보공개센터 연구원들과 현직 기자 등이 참여했다.

◇공공정보와 정부 3.0=2005년 OECD 보고서 ‘Digital Broadband Content: Public Sector Information and Content’에서는 공공정보를 두 가지로 분류했다. 먼저 공공영역콘텐츠란 콘텐츠의 이용가능성을 중시한 것으로 학술 논문 등의 개별 콘텐츠를 보존하되 접근 및 이용이 가능하도록 한 것을 말한다. 반면 공공영역정보는 공개의 목적이 정보의 변용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데 있다. 기상정보, 지리정보, 행정정보 등이 해당되며, 각국 정부에서 정보공개 문제와 관련해 예의주시하고 있는 부분이다.

김유승 소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정부의 정보공개 범위가 정부 1.0, 정부 2.0, 정부 3.0을 거치며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설명에 따르면 정부 1.0은 민간에서 정보를 요구했을 때 정보를 제공하는 일명 ‘자판기 정부’를 말하고, 정부 2.0은 민간의 요구에 앞서 시민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정부로, 시민들이 자유롭게 정보를 재사용하고 소통·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하는 역할을 해 일명 ‘플랫폼 정부’라 불린다. 하지만 “정부가 공공데이터 포털에서 제공하는 ‘raw data’의 경우 개발자들에게는 유용하지만 일반 시민들에게는 그 활용도가 매우 낮다는 문제점이 있었다”는 게 김 소장의 설명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우리나라는 유엔 전자정부 개발지수에서 2012년과 2014년 2년에 걸쳐 1위를 차지하는 모범을 보이며 세계 최초로 정부 3.0을 제창하게 된다. 정부 3.0은 플랫폼 정부를 지향하며, 공공 정보를 개방하고 민간이 적극 활용하도록 해 새로운 서비스와 산업을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보공개에 앞서 국내에 공공데이터를 제공하고 이용할 방법에 대한 원칙이 확립돼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 소장은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지만 정보제공 조직을 구성하는 방법과 책임의 소재 등이 법령의 주 내용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하면서, 국외의 여러 사례들을 소개했다. 유엔 보고서에 등장하는 9가지 정보공개의 핵심 원칙 중 일부를 살펴보면, 공공데이터는 품질 기준이 합의돼야 하고, 필요할 때 적절하게 제공돼야 하며,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돼야 한다.

하지만 데이터의 규모에 비례하는 사생활 치매 역시 견제돼야 하고, 통계를 관리하는 국가기관은 정치적 중립성을 바탕으로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무엇보다 이 모든 원칙들은 데이터 혁명이 더 나은 삶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 하에 인권에 근거해야 한다. 국제오픈데이터헌장에서는 공공데이터 개방의 6가지 원칙을, 영국정부에서는 14가지 원칙을 제시했으며, 공공데이터의 성숙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도 ‘5-star open data’와 ‘Socrata’ 등이 미국에서 개발됐다.

◇민간 주도로 생성되는 오픈 데이터=김유승 소장은 공공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시민들이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존해야 하는가’라는 의문도 제기했다. 이에 정부가 제공하지 않는 데이터를 시민이 직접 생성하고 활용한 모범사례로 보고서 ‘Changing What Counts’에서 제시한 8가지 사례 가운데 일부가 소개됐다. ‘The Migrant's Files'이라는 사이트에서는 기존의 난민 통계에 국경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난민들에 대한 자료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는 문제점을 인식, 민간 차원에서 새롭게 통계를 낸 결과 유럽 국경에 진입하기도 전에 3만명가량의 난민들이 사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국제 구호단체 ’Water Aid'에서 만든 'Water Point Mapper'라는 사이트는 실제로 아프리카 주민들에게 물이 제대로 공급되고 있는지, 지역별로 수질은 어떤지, 어떤 경로로 물이 공급되는지 등을 시각화해 우물 수와 지원금 현황 등만을 제시하는 기존 통계의 한계를 보완한 사례다.

이날 세미나에선 정치적 이슈와 관련된 데이터를 시민의 참여로 생성 및 활용하는 플랫폼들도 소개됐다. ‘Represent API’에서는 거주지 주소를 입력하면 지역구 정치인들의 신상정보 및 공약과 정책을 파악하고 그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 ‘Citizen Budget’에서는 원하는 정책에 대한 예산을 스스로 구성하고 시뮬레이팅을 해볼 수 있으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을 제안할 수도 있다. ‘Pol.is’는 다수결 투표가 대부분인 일반적인 여론 사이트와는 달리 개개인이 자유롭게 주장을 펼치도록 한 후 찬반 의견 사이의 위치를 아이콘으로 표시해 시각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외에 ‘Democracy OS’ ‘LOOMIO’ ‘Brigade’ 등도 정치 토론의 공론장 역할을 하는 사례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에도 유사한 플랫폼이 존재하고 발전된 모델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있어왔지만,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고 시민의 참여율이 저조해 아직까지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지 못했다는 점을 짚었다.

◇오픈 데이터와 당면 과제=정보공개에는 다양한 위험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선 개인적 혹은 집단적 프라이버시가 가장 크게 위협을 받을 수 있다. 공개된 데이터의 신뢰성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김 소장은 “공공데이터 부칙 조항에서는 해당 공무원의 고의성이 없다면 공공데이터의 오류에 대해 면책권을 부여한다”며 그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데이터의 신뢰성에 흠집이 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유승 소장은 오픈 데이터는 누구에 의해 활용되는지, 그리고 누구를 위해 활용되는지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보를 개방했을 때의 이익이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가 높은 전자정부 달성률을 자랑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특정 정보가 곳곳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세미나를 마무리했다.

 

삽화: 이은희 기자 amon0726@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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