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4일 자 『대학신문』 3면에 게재된, 혜민스님 제39회 관악사 콜로키움: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에 관한 요약기사를 읽었다. 말씀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에, 후배들이 질문한 사항을 읽으면서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서, 글 쓰는 재주가 없는 선배지만 감히 그 질문사항에 대해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제1 <질문> “입학 전 스스로의 기대와 달리 나태한 모습에 실망하고 있다.”

<답변> 입학 전 기대했던 것이 아마 서울대 입학이었을 텐데, 그 합격의 감격을 생각해 보라! 아마 국회의원에 당선된 감격과 동일한 것이었을 것이다. 이는 고교생활에서 남다른 재능과 고된 노력의 산물이었다. 그런데 이 학생은 서울대에 합격하면 모든 것들이 편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혜민스님의 말과 같이 무엇을 이뤄도 그것은 무상하다. 삶은 서울대 합격이나 국회의원 당선만으로 모두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목표가 달성된 순간부터, 전의 노력보다 더 많이 계속될 때 인생의 ‘참 즐거움’을 알게 될 것이다. 편하게 얻는 인생의 즐거움은 참 즐거움이 아니요, 도리어 자기 인생을 망치는 독이 될 수 있다.

공자 『논어』의 첫 말씀에, “배우고 늘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겠는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는 말이 있다. 학생의 일은 배움이 아닌가? 배워 알면 알수록 더 즐거움이 생긴다. 언젠가 ‘사람은 일하는 재미로 인생을 살라’고 하는 혼인 주례사를 들은 적이 있다.

다만 이 학생은 건강이 좋지 않는지도 모르니, 시간 제약을 받지 말고 운동하기 바란다. 주어진 시간은 쓰기에 따라 유용한 시간으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제2 <질문> “꿈이 없어 고민”이라며 “항상 과거와 일상 속에서 쳇바퀴 돌듯 살아온 것 같다.”

A <질문> “꿈이 없어 고민”이다.

<답변> 이 학생도 서울대에 합격하면 모든 것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인생의 꿈은 있는 것이 아니고, 자기 소질에 맞는 목표를 향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지식, 예술, 과학, 운동 등 많은 분야가 있지 않는가?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자기 소질에 맞는 분야를 택해 매진하다면, 말년에는 세계 일인자의 꿈이 이뤄진다. 특히 서울대생의 재능이라면 반드시 실현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사회에 기여도 하고 자기 인생이 성공하게 돼 즐겁기만 할 것이다.

B <질문> “항상 과거와 일상 속에서 쳇바퀴 돌듯 살아온 것 같다.”

<답변> 이는 생명이 시간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이 말을 젊었을 때 터득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만물은 움직이고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쳇바퀴 도는 것이 아니고 시간이 흘러서 내 몸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만 공부하지 않고 과거를 회상하면서 편안히 지냈다는 이야기다.

사람은 움직이는 동물이라, 고통스러운 일이라도 하면 생기(生氣)가 난다. 목표를 가지고 시간에 맞춰 실현할 움직임을 해야 한다.

 

질문 속에는 공통적으로 서울대 학생이라는 ‘자만심’(自慢心)이 숨어있는 것 같다. 이 자만심은 주위 환경이 그렇게 길러주기도 한다. 학생신분으로 있는 동안은 그것이 사회에 통하기도 한다.

그러면 자만심이 나쁜 것인가?

무릇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잘난 맛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자만심이란 스스로 거만하게 자랑하는 마음이다. 이는 자기를 스스로 자랑하는 마음인 자긍심(自矜心)과 구별해야 한다. 자만심은 남에게 자기를 과시하는 외면치레면서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는 마음일 뿐이다.

그래서 세상에서 제일 나쁘고, 영원히 자기로부터 추방해야 할 마음이 자만심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자긍심은 자기를 채찍질하는 마음이다.

선배는 이 자만심을 일류대학 병이라고 칭하고 싶다. 나도 젊었을 적에 이 병을 앓았고, 고령에 이르러 깨달아 두서없는 글을 쓴 것이다.

후배여! 자만심을 영원히 버리고, 자긍심을 살려 앞으로 매진하라!

 

 

김재길

법학과·60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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