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부 길진성 기자

1, 2년 전만 해도 군 입대 문제는 나에게 그렇게 큰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혹자는 병역특례를 당연한 권리 정도로 여기며 건방을 떤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찌됐든 나를 비롯한 이공계 학생들에게는 ‘전문연구요원’이라는 방파제가 있어 군 입대에 대한 고민 없이 계속해서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그 방파제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으며 취재를 진행하면서 그 느낌은 더 분명해졌다. 지원자가 몰리며 경쟁이 과열되고 그에 따라 영어(TEPS, 텝스) 성적의 합격선이 기약 없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실력 부족으로 점수를 따지 못해 생긴 일이 아니냐고 하면 입을 다물어야 하지만 그 대가가 군 입대라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전문연 제도의 진입장벽이 높아지는 것이 마냥 슬퍼할 일인가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취재를 하고 전문연 제도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며 내가 내린 결론은, ‘글쎄’다.

취재를 하며 세 가지 생각이 들었다. 현행법상 병역의 의무는 대한민국 국적을 지닌 모든 남성들이 짊어져야 할 의무이다. 그런 상황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서 연구 활동으로 병역의 의무를 대체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이공계열의 연구자를 육성하고자 하는 목적이 헌법상에 등재된 병역이라는 의무를 앞서는 것에 대한 당위성의 고민이 선제돼야 할 것이다. 이것이 나의 첫 번째 생각이다.

두 번째 생각은 전문연구요원 제도의 효용성에 대한 것이다. 전문연 제도는 대한민국 이공계 육성에 크게 이바지했을까? 전문연 제도는 해외로 유출되는 인적자원들을 국내에 붙잡아두는 데 성공했고 국내 대학원 진학률 상승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이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는 낭비들이 존재한다. 전문연 선발 인원은 넘쳐나는 수용자들을 포용할 수 없으며 많은 이공계 예비박사들이 좁은 틈을 뚫기 위해 연구할 시간을 줄여가며 영어 공부를 하고 학원비, 교재비에 돈을 쏟아 붓는다. 나는 그러한 노력의 총량을 환산해 비교하는 방법은 전혀 모르지만 어찌됐든 분명한 낭비임에 틀림없다.

첫 번째 생각에 대해 대부분의 이공계 학생들은 군 입대로 인한 학업의 중단은 학문특성상 이공계열의 연구에 있어서 큰 타격이 된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취재 중 한 교수가 “군대로 인한 2년여 간의 공백이 연구에 치명적인 요인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한 것은 나에게 생각거리를 안겨줬다. 그렇다면 인문계열의 학문은 불연속성이 허용되는 것인가? 아마도 아닐 것이다. 인문학이 이공계 학문과 달리 차근차근 쌓아나가는 과정이 불필요한 불연속적인 조각들의 집합체는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공백으로 인해 이공계가 좀 더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 연구 활동과 병역의 의무 사이의 가치가 전도되는 것에 대한 당위가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것이 나의 세 번째 생각이다.

분명히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이공계 발전이라는 좋은 취지를 지니고 탄생한 제도다. 일부 이공계 사람들이 연구 활동을 통해 병역의무를 대체하는 특례를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해 배가 아픈 것도 아니다. 다만 권리를 누리고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 우리는 항상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한다. 높아져만 가는 텝스 합격선에 슬퍼하고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낙담하기 이전에 한 발짝 물러나 당위성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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