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형교 취재부장

‘학생’ 독자의 시선이 필요한 『대학신문』

교직원뿐만 아니라 그들의 문제의식이

제보와 기사, 공론화와 변화로 이어져

당근과 채찍으로 학보사 일궈 나가길

 

독자 없는 글, 이처럼 공허한 목소리가 또 있을까. 우리는 읽는 이의 생각이나 감정, 나아가 행동에 영향을 주기 위해 글을 쓴다. 그렇기에 글은 누군가에게 읽힘으로써 그 가치를 다할 수 있다. ‘읽히지 않는 글은 죽은 글’이라는 말이 존재하는 이유다. 이는 기사라는 글을 쓰는 언론에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언론은 독자들이 필요로 하는, 혹은 독자들이 요구하는 기사를 작성한다. 기사는 독자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고 이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이것이 언론에게 독자가 중요한 이유다. 독자가 있을 때 비로소 언론도 있다.

『대학신문』의 경우는 어떠한가. 흔히 『대학신문』의 정체성을 두고 ‘학생, 직원, 교수가 함께 만들어가는 우리 모두의 신문’이라고들 한다. 이중에서도 『대학신문』의 독자 그 중심에는 언제나 학생사회가 있었다. 1952년 『대학신문』이 창간된 이래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대학신문』은 언제나 학생사회를 주목하고 이들에 대한 기사를 생산해왔다. 학생들의 열악한 현실을 지적하는 것에서부터 부정적인 사회 현실을 고발하기까지, 학생사회의 목소리가 곧 『대학신문』이었다.

그러나 『대학신문』의 현 주소를 되짚어봤을 때 학생사회와 ‘괴리’라는 단어가 어색하지만은 않다. 취재부장으로 활동한 지난 4달여 간 필자를 가장 괴롭힌 건 이러한 괴리였다. ‘학생사회와의 관계를 개선해보자, 개선할 수 있다’는 부장 초기의 결심이 무색하게, 임기의 끝이 보이는 이 시점에도 상황은 그닥 나아보이지 않는다. 특히 이러한 괴리는 학내 다른 구성원인 교직원과 비교했을 때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교직원의 경우 기삿거리 제보나 기사에 대한 피드백이 비교적 활발하다. ‘기자님 이 문제 꼭 기사화해주세요’내지는 ‘기사 잘 읽었습니다만, 이 부분은 수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라는 말도 종종 들린다.

학생사회에도 이같은 관심을 바라는 건 내 욕심일까. 『대학신문』은 학생사회가 필요로 하고 요구하는 사안이 무엇인가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열심히 취재하고 좋은 기사를 내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결국 글은 독자에게 읽히고, 독자로 하여금 무언가 영향을 줄 때 빛을 발할 수 있다. 즉 독자들이 문제의식을 가진 부분을 『대학신문』에 이야기하고, 이것이 기사화돼 다시금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순환 속에서 우리는 함께 발전할 수 있다. 어쩌면 학보는 기자 개개인의 노력만이 아닌 많은 학생들의 참여 속에서 꽃피우는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우리가 가까워질 때 여러 긍정적인 시너지가 발생하곤 했다. 지난 학기 『대학신문』은 학생사회에서 수년 동안 지적되던 예비군 출석 불이익 문제를 보도했다. 당시 학내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관련 제보를 요청하는 글을 게시했고 실제로 많은 호응 속 제보가 이어져 기사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이로써 예비군 출석 불이익에 관해 인식하지 못했던 이들의 관심을 일깨우고 이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졌으며, 결국 변화가 일어났다.

하지만 필자가 얘기하는 '가까워짐'은 기사에 대한 긍정적 반응만을 의미함이 아니다. 기사 소재나 내용에 대한 비판, 심지어 기사의 오류를 지적하는 것까지도 이러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대학신문』의 지난 1921호 전체학생대표자회의 기사와 빗소리 기사에 대한 정정보도 요청이 들어왔을 당시 필자는 좋지 못한 기사를 내보냈다는 부끄러움에 크게 휩싸였다. 그러나 솔직하게 필자가 느낀 또 하나의 감정은 반가움 한 점이었다. 정정보도를 통해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다시금 우리의 채비를 갖출 수 있었다. 그간 학생사회와의 괴리감에 절망하고 있던 필자에게, 채찍질당하는 순간 눈앞에 학생사회가 나타났다.

혹자는 ‘학보가 죽었다’ 혹은 ‘학생담론이 죽었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신문』의 기사를 읽는 학생 독자들이 존재하고 우리에게 격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함께 던지고 있다. 그동안 우린 그저 조금 떨어져 있었던 것이 아닐까. 서로 한 걸음, 또 한 걸음 다가가며 변화의 씨앗을 뿌려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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