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윤 부편집장

성급한 ‘대부도 살인사건’ 피의자 공개

기준 없는 피의자 공개 문제 심각해

특강법이 말하는 공익성 의미 모호해

대중의 분노 뒤에 흐려진 본질

 

“살인자 인권 그만 챙겨라.” 지난주 SNS에 올라온 기사마다 달린 댓글들이다. 9일(월) 경찰은 검거 1시간 만에 이번 ‘대부도 살인사건’의 피의자 조 씨의 신상을 공개했다. 언론사는 그의 사진을, 동영상을 전면에 걸었다. 성난 여론은 들끓다 못해 기화하기에 이르렀다. 일주일 안에 일어난 일들이다.

원래 우리나라에서 피의자 신상공개는 생소했다.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의 호송과정에서 피호송자의 얼굴이 노출된 것이 인격권과 사생활 비밀을 침해한다고 권고했다. 이후 검경 내에서도 수칙을 개정하는 등 피의자 신상공개를 제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강력 범죄 증가와 더불어 사회 여론과 법 감정은 가열됐다. 여전한 위헌 논란에도 2009년 강호순 연쇄살인 사건 이후 신상공개 범위는 확대됐고, 현재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에 따라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되기도 한다.

문제는 ‘공개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피의자 신상공개는 법 규정이 아니라 특강법을 토대로 한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결론에 따른다. 그러다 보니 공개 기준이 너무 자의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2012년 시신훼손범인 오원춘은 검거되자마자 얼굴이 공개됐지만 2015년 서초구 모녀 살해사건 피의자의 신상은 끝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사례가 많지 않아 신상공개에 혼선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해명했지만 2009년 이후 7년간 끊이지 않는 신상공개 찬반 논란은 일관성이 부족한 경찰의 대처를 방증한다.

또 특강법에는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고 이를 남용해선 안 된다’는 권고가 있다. 국민의 알권리와 범죄 예방 등 실제로 신상공개가 공익성에 이바지하는지 따져본 후에야 피의자의 인권을 제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번 신상공개는 무엇을 남겼는가. 아직 형이 구체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피의자 본인의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하긴 이르다. 여타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갈리고 있다. 후에 무죄가 밝혀진 사건들의 경우 형사보상을 받을 순 있었지만 이미 신상공개로 침해된 인격권을 복구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진정 ‘공익성’ ‘인권’의 차원에서 이번 신상공개 사례를 논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검거 1시간 만에 조 씨의 얼굴과 실명이 공개됐다. 여론은 앞다퉈 피의자의 평범함을 강조했다. 피의자의 주변인 신상까지 털린 후에 경찰은 ‘2차 피해’를 우려한다며 피의자의 SNS를 폐쇄했다. 분노의 말은 탑을 쌓다가 금방 일상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사건으로 번졌다. 인권 매뉴얼을 위해 수갑을 가리고, 상표는 테이프로 미리 감추던 이번 피의자 호송 장면은 신상공개 논란이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분명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제대로 된 형량을 주장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우리 사회에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다만 범죄에 대한 무기력은 극에 달했고, 그걸 해결하기보다 휘발시키는 데 더 많은 인력이 투입돼왔다. 만인의 투쟁이 벌어지는 이때 왜 우린 화만 내고 지나쳐야만 했을까. 공분이 산화되는 풍경 속에서 쓰레기 같다 해도 거둬들여야 할 천부적 인권은 교환 가능한, 소비 가능한 개념으로 변질됐다. 논쟁이 지난 뒤 공허하게 남은 광장에서 공익도, 인권도 애처로이 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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