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의 위협이 심각하다. 연일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고 미봉책에 가까운 생활 속 대처법이 쏟아진다. 국제암연구소는 미세먼지를 최고 단계의 발암물질로 지정했고, 경기개발연구원은 수도권에서 매해 약 80만 명이 미세먼지로 인한 폐 질환에 걸린다고 추정했다. 정부는 부랴부랴 지난 2일(월) 10여 년 만에 새로운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9일 미세먼지를 만드는 물질인 질소산화물 관리 대책을 내놓았다.

중국에서 유입되는 황사와 달리 미세먼지는 많은 경우 국내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른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연구원 2012년 자료에 따르면 미세먼지의 해외 유입 비중은 30~50% 정도이고 나머지는 국내 화력발전소, 자동차 배기가스, 산업시설 등에서 발생한다. 특히 수도권의 미세먼지는 경유차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연구원에 따르면 수도권 질소산화물 배출량의 67.7%가 수송 부문에서 발생하는데, 이 중에서도 경유차가 76%를 차지한다.

‘중국 탓’을 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정작 스스로가 낳은 오염에 대한 경각심은 부족한 것이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다. 공중보건 위험요소로 미세먼지가 가장 두려운 요소로 지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전반에서 이에 대응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클린디젤’의 환상이 깨졌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선 여전히 경유차 구매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폭스바겐 연비 조작 사건을 계기로 경유차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실내 인증시험에서와 달리 실제 도로 주행 시 인증 기준을 한참 넘는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에 유럽 국가의 구매량이 급감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경유 차량은 오히려 월평균 5만 7,000대씩 꾸준히 늘고 있다.

물론 디젤차의 구매를 줄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역시 탄소 배출이 문제가 되는 휘발유로 경유를 대체할 수는 없고 전기차나 수소차 등 친환경차는 상용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당장 시행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 차량부제를 통해서 차량 이용 자체를 줄여야 한다. 프랑스 파리는 2014년 미세먼지 농도가 심해지자 차량 2부제를 시행했고 많은 사람들이 이에 협조해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한국의 3개 지자체(서울, 인천, 경기도)도 조례를 만들어 차량부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 조례는 유명무실한 상태다. 1,802건의 위반 차량이 적발됐지만, 반발을 의식해 실제 과태료를 부과한 경우는 1건에 불과하다.

미세먼지 문제는 더 이상 중국 탓으로 돌릴 문제가 아니고, ‘디젤 게이트’는 유럽만의 일이 아니다. 환경부는 올 1월부터 경유차 16종에 대해 실제 도로 주행 조건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조사한 결과 2종을 제외하고 모두 허용기준을 초과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도로에서 허용기준을 한참 넘는 질소산화물이 그대로 배출돼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는 더 심각한 사태가 닥치기 전에 국내 대기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시민들도 미래의 환경을 생각하는 합리적인 행동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맑은 하늘을 위한 자구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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