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포럼 '올모스트 프린지'

청년예술가들은 ‘불가능의 시대’를 살고 있는 듯하다. 쌓아둔 돈도 이력도 없는 20대 예술가는 진입장벽 높은 예술계에서 기본적으로 예술을 할 공간이나 기회조차 얻기 힘든 것이 이 시대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예술의 지속 가능성을 도모하는 청년예술가들은 어떤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는가? 지난 9일(월) 제19회 독립예술제 ‘프린지 페스티벌’에 앞서 열린 포럼 ‘올모스트 프린지’의 첫 세션에선 ‘이 시대 20대에게 예술이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다양한 고민과 해결책 모색이 오갔다. 포럼이 열렸던 작은 사진관은 ‘자립음악생산조합’의 본부로, 청년예술가의 자립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담긴 공간이다.

이번 포럼은 청년예술가 6명이 각자의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예술만으로 생활이 불가능해 ‘n잡’을 뛰고 혼자 힘으론 작업을 이어가기 어려워 협동조합을 만드는 등 생활 속에서 치열하게 예술을 일궈온 각자의 경험을 발제했다. 예술활동의 지속을 위해 고민한 끝에 예술의 범위를 넓게 보자는 시각이 주로 제시됐다. 밴드에서 활동했던 손서정 씨(19)는 “좋은 작품이 나와도 홍보되고 유통되지 않으면 묻히고 만다”며 유통과 홍보도 예술의 범위에 포함시킬 것을 제안했다. 신림 문화공간이자 예술 대안공간인 ‘작은따옴표’를 운영하는 장서영 씨는 “돈도 학력도 이력도 없는 내가 예술을 할 공간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누구나 예술을 할 공간을 직접 마련하게 됐다”며 “이렇게 공간을 마련해 문화를 생산하는 것까지 ‘예술’로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패널들은 생계문제만을 잣대로 가능한 예술과 불가능한 예술을 나누는 담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제철거 현장에서 1년 동안 숙식하면서 “행복했다”는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기획자 유병주 씨는 “‘예술로 어떻게 먹고 살지?’라는 질문은 자기 자신을 자본주의 시장 시스템에 가둔다”고 지적했다. 유 씨가 강제철거 농성장에서 무일푼으로 공연을 했듯 자본과 무관한 환경에서의 예술이 진정한 자립을 이룬 예술이라는 것이다. 김솔지 씨(미학과 석사과정 수료)는 “불가능성과 가능성이라는 말에 얽매이지 않고 각자 하고 싶은 예술을 할 때 불가능의 시대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술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가려져 다양한 예술 담론이 나오지 못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행위예술가 송아영 씨(26)는 “20대 예술가 세대론의 대표적 이미지인 ‘가난한 청년 예술가’에 대한 논의만 소비․재생산되고 있다”고 앞선 포럼에서의 생계 위주의 논의를 비판했다.

그렇다면 보다 진정한 의미의 자립은 무엇일까? 패널들은 예술가가 사회의 요구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예술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소설가 이세연 씨는 “사회의 요구에 끌려가지 않고 자신만의 표현방법을 찾을 때 ‘내 언어’와 ‘내 예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사회가 규정하는 예술의 기준에 역행할 때 다양하고 자유로운 예술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미학자 양효실 씨(미학과 강사)는 “사회는 이미 어긋나있다”며 “그 사회가 구성한 법칙에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대신 예술가가 능동적으로 사회를 어긋낼 때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자립을 일궈내려는 노력은 이 시대에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현재 예술은 예술가의 의도와 관계없이 때와 장소에 따라 사회가 부여한 틀에 따라 규정되기 때문이다. 양효실 씨는 “예술이 내적으로 정의 가능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 시대 예술은 외부적 맥락에 의해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송아영 씨는 “(같은 행위를 해도) 특정 플랫폼이 마련됐을 땐 저항 예술가로, 어떤 땐 시위꾼으로 불린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 예술가들은 연대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힘을 얻는다. ‘청년예술가네트워크’ 사무국장 백정미 씨는 “사회적 이슈를 표현하길 꺼려 하며 자기검열하는 대신, 자신이 느끼는 바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자 하는 청년예술가들이 연대하면서 다양한 사회적 예술행동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 역시 청년예술가들이 대화를 나누고 공감하는 자리였다. 청년예술가들은 ‘먹고 살 수 있는’ 예술을 넘어 자유로운 예술을 꿈꾸는 모습을 보여줬다. 어쩌면 이 시대 예술의 가능성은 불가능의 시대에 가능성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청년예술가들의 모습 속에서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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