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로 통학하는 나주차 씨는 아침마다 주차할 곳을 찾는 것이 곤욕이다. 연구실 건물 주변 주차장에는 빈 자리가 있지만, 나주차 씨는 그 자리에 주차할 수 없다. 대학원생 신분으로는 건물 주변 주차장을 구분하기 위해 설치한 ‘나들문’ 안으로 출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주차 씨는 남아있는 주차공간을 눈앞에 두고서도 주차를 위해 학교를 몇 바퀴씩 도는 일도 허다하다.

학내 주차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학내 주차면수는 4,623면인 데 비해, 정기권 주차등록 차량 수는 9,606대로 주차등록증 발급 수 대비 주차면수는 48.1%밖에 되지 않는다.(4월 30일 기준) 여기에 외부 행사로 인해 방문하는 차량과 주차등록을 하지 않고 운행하는 학생까지 고려하면 주차공간은 더더욱 부족하다.

이에 주차공간 부족으로 힘들어 하는 학생들은 주차규정의 효율성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박태균 씨(화학생물공학부 박사과정·14)는 학내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주차규정의 비효율성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글을 게시했다. 박태균 씨는 “대학원생들이 나들문 내부의 빈 공간에 주차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면 교직원의 주차공간이 부족해진다는 정량적인 근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대학원생들이 남아 있는 공간에도 주차를 못하게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 또 연구생 A씨는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 한 시간 가량 일찍 출근하는 입장에선 출근 시간 이후에도 남아있는 나들문 안쪽 자리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며 “남는 주차공간을 나눠 쓸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들문 내·외의 주차공간과 정기권 주차등록 차량 수를 비교해본 결과, 나들문 내·외의 주차공간 사정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나들문 내부 주차공간 대비 나들문 내부 출입가능 차량 수의 비율은 150%인데 반해, 나들문 외부 주차공간 대비 나들문 외부에만 주차 가능한 차량 수는 260%에 달한다.(4월 30일 기준) 나들문 내부에 출입 가능한 차량들은 순환도로변에도 자유롭게 주차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나들문 내부 출입이 불가능한 차량의 주차난은 더욱 심각해진다. 또 신축되는 건물의 주차장은 대부분 나들문 내부로 분류돼 나들문 내부 주차공간은 여유공간이 점차 확보되고 있다. 순환도로의 주차면수는 크게 변화하지 않은 것에 비해 나들문 내부 주차면수만 증가하면서 나들문 내부의 일부 주차공간이 비어있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학내 주차공간 분배는 명확한 근거없이 ‘관례’라는 이유로 이뤄져왔다. 주차통합관제실 김주권 실장은 “나들문 안과 밖으로 나눠 주차 구역을 설정한 것은 캠퍼스 형성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들 보편적으로 수긍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차규정 개선을 요구하는 학생들은 모든 학내 구성원이 주차문제에 대한 부담을 공유하고, 효율적으로 공간을 분배하기 위해 △요금제 세분화 △시간대별·분기별 주차 데이터를 통한 합리적인 공간 분배 △주차관리위원회 학생 참여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태균 씨는 “주차관리위원회에 학생이 참여해 학생들의 고충을 결정권자들에게 알리는 것이 주차문제 해결을 위한 시작점”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학내 구성원 주차현황 설문조사를 통해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이용실태에 대한 데이터를 쌓아 이를 근거로 주차규정 개선을 지속적으로 본부에 요구할 것임을 밝혔다.

본부는 주차공간 분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현실적인 이유와 외부 행사로 인한 방문객, 출퇴근이 일정하지 않은 교직원을 배려해 당장 나들문 내부를 개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김주권 실장은 “학생들의 지적은 맞는 말이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실현 불가능하다”며 “모두가 나들문 안으로 들어오게 되면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캠퍼스관리과 고광석 행정관은 “나들문 내부가 외부보다 사정이 조금 나은 것은 사실이지만 나들문 내부도 주차공간이 부족한 것은 동일하다”며 “나들문을 완전 개방하면 출퇴근이 비교적 불규칙한 교수들의 경우 주차공간을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간대별 데이터를 통해 주차공간을 배분하자는 의견은 인력 문제와 관리의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태균 씨는 “주차공간 부족은 모든 학내 구성원이 함께 짊어져야 할 부담”이라며 “석사과정생 이하 학생들에게 정기권 발급을 중단하고 박사과정생과 연구생들은 나들문 안쪽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등 왜 학생들에게만 부담을 전가해 해결하려 하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학내 교통문제 전문가들은 ‘누가 학교 안으로 더 들어올 수 있는가’는 학내 주차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김동규 교수(건설환경공학부)는 “나들문 안쪽으로 교직원만 들어올 수 있는 지금의 정책이 합리적이지는 않지만, 나들문을 개방한다고 주차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장기적으로는 모두가 학내로 차를 갖고 들어오지 않을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한 뒤, 학내에는 교통약자들만 출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장수은 교수(환경대학원)는 “현재는 지상공간에 차량들이 무분별하게 주차해 학내 구성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상에 주차공간을 확충하는 것은 결국 더 많은 차량 이용을 불러와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캠퍼스 안으로 차량 진입을 제한하면 거기서 오는 불편함과 학내에 차량이 없어서 얻을 수 있는 편리함을 모든 학내구성원이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