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저널리즘을 꿈꾸는 두 개의 이야기
새로운 저널리즘을 꿈꾸는 두 개의 이야기
  • 이경인 기자
  • 승인 2016.05.22 00: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재] 위기의 저널리즘, 새로운 길을 모색하다

혹자는 지금을 굳이 기사를 읽을 이유가 없는 시대라고 말한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SNS를 통해서 쉽고 빠르게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고, 한 주제에 대한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모바일 기반의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많은 양의 정보를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굳이 기사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자의 손을 거쳐 보도되는 글이나 방송 등의 매체를 저널리즘이라 한다면, 기사가 읽히지 않는 현실은 가히 저널리즘의 위기라 할 만하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저널리즘이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데이터 저널리즘과 로봇 저널리즘은 그러한 노력의 대표적 사례다. 데이터 저널리즘은 범람하는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유의미한 방향으로 데이터를 처리해 이를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기사의 형태다. 로봇 저널리즘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정보 처리 알고리즘을 이용해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고 간단한 수준의 기사를 작성할 수 있는 기술이다. 저널리즘의 미래를 위해 저널리즘의 당사자들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서 로봇 저널리즘은 단순한 기사의 작성을 로봇에게 넘김으로써 인간들이 한층 심층적이고 복합적인 기사의 생산에 전념할 수 있게 해준다.

이처럼 학계에서 새로운 저널리즘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여러 언론사들에서도 앞다퉈 새로운 저널리즘 방식의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노력들은 지금까지 어떤 발자국을 남겼고 앞으로 어떤 발걸음을 내딛게 될까. 이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hci+d 연구실(human computer interaction+design laboratory)의 이준환 교수(언론정보학과), 김동환 씨(언론정보학과 박사과정·12)와 SBS 뉴미디어 팀 소속의 한창진 데이터 분석가(언론정보학과·02졸)를 만났다.

저널리즘, 데이터의 광산 속 숨겨진 보물을 캐내는 작업

언론정보학과의 hci+d 연구실에서는 저널리즘의 변주를 시도하는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로봇 저널리즘 분야는 사회적으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연구실에서는 현재 인공지능 로봇을 이용해 파이낸셜 뉴스에 증권시황 기사를 보도하고 있고, 자체 페이스북 페이지에 야구 기사를 게시하고 있다. 이준환 교수는 “수치화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다면 로봇이 기사를 작성할 수 있다”며 데이터의 간단한 처리만을 요구하는 수준의 기사는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고 작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야구 경기의 결과나 증권 시장의 추이 등은 물론, 성범죄자의 증감이나 이동, 미세먼지 농도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기사 역시 로봇이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로봇이 모든 기사를 쓸 수는 없다”며 로봇은 어디까지나 인간을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함을 강조했다.

▲ '야알봇'이라는 기사 작성 알고리즘으로 작성된 기사다. 알고리즘이 작성한 기사임에도 '씁슬한 패배' '힘을 보탰다'등 상황에 맞는 자연스러운 표현이 사용됐다.

이준환 교수는 “로봇이 허드렛일을, 인간이 창의적인 일을 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미래의 저널리즘을 예측했다. 속보 형태의 기사나 기본적인 데이터 처리 수준만을 요구하는 기사를 로봇이 대신 작성하게 된다면 인간은 오히려 양질의 창의적인 기사를 써 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로봇 저널리즘은 정보의 처리 속도나 정확성에서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것들을 가능케 한다. 예컨대 지진 관련 속보는 빨리 보도돼야 사람들이 빠른 대처를 할 수 있다. 인간의 경우 최소한 몇 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반면 로봇은 0.1초 정도의 짧은 시간만 들이고도 재난 기사를 낼 수 있다.

연구의 또 다른 한 축으로는 데이터 저널리즘과 연결되는 데이터 분석 연구를 들 수 있다. 김동환 씨는 “최근에 방송했던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예로 들자면 송혜교에 관심이 많은 시청자들을 위해 송혜교가 등장하는 순간만을 추려서 알려줄 수 있다”며 데이터 저널리즘이 대중의 흥미를 끄는 여러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예로 야구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포털 사이트의 댓글들을 데이터로 처리해 데이터량이 급증하는 순간을 분석하는 것을 들었다. 그는 “댓글의 수가 갑자기 많아지는 순간을 확인해 하이라이트 기사를 작성하면 단순하게 점수를 내는 것 위주로 편집하는 기존의 하이라이트 기사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며 “점수를 내는 것과는 크게 연관이 없을지라도 논란이 일었던 부분이나 호수비로 관중의 환호를 받아낸 부분 등을 하이라이트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가 사람들의 기호를 반영해 조금 더 흥미로운 형태를 띨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준환 교수는 정보의 소스로서 인터넷이 추가되면서 데이터 저널리즘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정보의 양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아졌고 그렇기에 이 데이터 자체를 유의미하게 정리하는 저널리즘이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데이터 저널리즘은 인간들 스스로가 각자의 센스 메이킹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인식 도구”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흔히 사고 과정에서 눈앞에 놓인 데이터들을 분석하고 정리해 이를 바탕으로 자기만의 결과를 도출해내는데, 데이터 저널리즘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까지를 미리 처리해 인간이 좀 더 빠르게 사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이런 데이터 저널리즘은 주로 정보 시각화(infor-mation visualization)의 방식으로 보도된다. 대표적인 예로는 그래프를 들 수 있는데, 데이터를 기하학적으로 변형하면 인간이 조금 더 쉽게 그 정보를 인식할 수 있다. 하지만 데이터 저널리즘이 인포그래픽과 그래프의 활용을 통해서만 정보를 전달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런 오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현 기성 언론의 상황에 대해서 이준환 교수는 “분명히 데이터 저널리즘의 한 형태이지만 지금의 언론사들에서는 데이터를 통한 센스 메이킹보다 인포그래픽의 디자인에 신경을 쓰는 것 같다”며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더불어 그는 데이터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위한 전문적 지식을 갖춘 사람들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데이터 저널리즘에서는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기술과 더불어 데이터 속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뽑아내는 통찰력이 같이 요구되지만 이 둘을 모두 갖춘 사람은 많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기존의 저널리즘 전문가들은 데이터 처리 전문 기술이 부족하며, 데이터 처리 전문의 공학자들은 정보를 관통하는 통찰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hci+d 연구실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현 저널리즘의 한계를 딛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자 하는 데 있다. 이준환 교수는 “현 저널리즘의 가치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면서도 “하지만 추가로 빅데이터 시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한 물음에 그는 “앞으로 중요한 것은 개인화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가와 사실 검증(fact-checking)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널리즘의 수용자를 능동적 존재로 이해해 개인화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왜곡이나 오류가 없는 사실을 전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말이다. 앞으로의 연구에 대해서도 이준환 교수는 위의 지점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의 더미에서 값진 정보를 뽑아내고 개개인의 인식에 도움을 주는 저널리즘, 그러면서도 사실을 전달한다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잊지 않는 저널리즘을 향해 노력하겠다는 포부와 같았다.

 

새로운 저널리즘을 향한 기성언론의 도전

소비되는 저널리즘의 형태가 모바일 기반으로 단순화되면서 가장 곤혹을 치르는 곳은 기성 언론일 것이다. 이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기성 언론사들은 앞다퉈 뉴미디어 팀을 꾸리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포털 기반에서 큰 성공을 이끌었던 카드뉴스는 물론이고 데이터 저널리즘의 도입을 시도하는 모습들도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SBS도 이런 노력을 활발히 해나가는 대표적인 언론사다. SBS는 ‘스브스 뉴스’나 ‘비디오 머그’ 등 뉴미디어 기반 저널리즘의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웠다.

SBS에서는 작년부터 ‘마부작침’이라는 이름으로 데이터 위주의 새로운 뉴스 포맷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20대 총선 후보자들의 부동산 보유 정보를 모두의 마블 게임에 접목시켜 알기 쉽게 전달해주는 방식을 활용했다. ‘오늘의 숫자’라는 정기 프로그램을 통해 중요한 사회적 이슈를 하나의 숫자로 정리해주기도 한다.

▲ SBS '마부작침'의 '여의도 마블'이다. 주사위 눈만큼 말을 움직여 도착한 지역의 국회의원 부동산 보유 현황을 알려준다. 대표 양당을 비교할 수 있음은 물론, 지역별 '토지왕'과 '건물왕'을 확인할 수도 있다.

SBS 뉴미디어실 중에서도 데이터 저널리즘 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창진 데이터 분석가는 “데이터 저널리즘 팀을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만든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요즘의 흐름에 맞게 비교적 단순한 포맷을 유지하면서도 내용적으로는 최근의 기사와는 달리 조금 더 깊고 무거운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게 데이터 저널리즘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계에서 시청률 분석 등을 관리하다가 새롭게 데이터 저널리즘 팀의 데이터 분석 업무를 맡았다는 그는 데이터 저널리즘이 기성 언론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가 가장 고민된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는 기사에서 보조적으로 활용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데이터를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사화하려는 억지를 부리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 저널리즘이 논문을 작성하는 것과 대단히 비슷한 작업을 수행하는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논문에서 제언이 중요하듯이 결국 데이터 저널리즘도 많은 데이터 속에서 중요한 주장을 할 수 있도록 정리된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SBS의 데이터 활용 능력이 여실히 드러난 것은 20대 총선의 개표 방송에서 진행된 동네별 판세 분석이었다. 각 지역구별로 여러 사회학적 데이터를 취합해야 했는데, 이 빅데이터의 틈바구니에서 SBS는 유의미한 정보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한창진 데이터 분석가는 “인구 변화나 전세난, 지역 개발 등의 사회적 요인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제시했다”며 “신도시가 건설됐다는 요인이 실제로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영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밝혀지는 등의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SBS가 진행하는 데이터 저널리즘은 이미 있는 자료를 활용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평했다. 앞으로는 1차 자료를 직접 수집하는 대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어린아이들이 많은 장소를 중심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직접 관측한다거나, 아니면 어버이연합의 한 분을 섭외해 그 분의 활동 경로를 추적하는 식이다. 그는 “앞으로는 실제로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기대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위): 김여경 기자 kimyk37@snu.kr

사진(아래): 유승의 기자 july2207s@snu.kr

사진제공(위): SBS 마부작침
사진제공(아래): hci+d 연구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