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이사회는 지난 4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KBS 조직개편안을 통과시켰다. 이사회 첫 보고가 이뤄진 지난달 20일 이후 2주 만이다. 개편안의 골자는 ‘비효율성 제거’를 위해 ‘사업 중심’으로 기존 조직을 재편하는 것이다. 기존 ‘6본부(기술·보도·시청자·정책·기획·편성·TV본부) 4센터(글로벌·라디오·제작기술·콘텐츠창의센터)’를 ‘1실(전략기획실) 6본부(방송사업·미래사업·보도·제작·제작기술·시청자) 2센터(라디오·네트워크) 1사업부(드라마)’로 재편하는 계획이다. 여당 추천 이사 7인 중 6인이 찬성표를 던졌으나 야당 추천 이사 4인은 개편안에 대한 문제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표결 전 퇴장했다. KBS 새노조, 기자협회, PD 협회 등 구성원들도 공영성 위축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KBS가 내건 기치는 ‘비효율의 제거’다. 최근 5년간 KBS는 총 1,618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 1분기에도 520억 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종편과 케이블 방송의 성장 등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광고 수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방송 수신료 또한 35년째 동결되고 수신료 인상안은 2014년 국회에 상정된 후 여전히 계류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KBS가 조직 혁신을 통해 업무효율성을 높여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대비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장기적 존속을 위해 업무효율성을 높인다 하더라도 그것이 공영성의 훼손을 불러와서는 안 된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다 보면 시청률이 낮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부문은 위축되기 마련이다. KBS가 텔레비전 방송수신료를 기본 재원으로 하고 광고수입 등은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민영방송들이 수익성 때문에 할 수 없는 방송의 공적인 책임들을 수행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수익성이 없다 하더라도 난시청문제를 해결해 지역과 여건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들이 양질의 방송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책임이 대표적 예다. 조직개편의 필요성을 이해하면서도 이번 개편에 따라 시청률에 상관없이 공익성을 추구해온 프로그램들의 위축이 예상된다는 KBS 구성원들의 우려에 공감이 가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특히 KBS 고대영 사장이 이번 조직개편안에 대해 “<태양의 후예>와 같은 경쟁력 높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라고 밝힌 것은 이번 개편안에 대한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말해준다.

이번 개편은 조직의 근본 위기를 타개하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이번 개편에 비판적인 KBS 구성원조차 혁신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편 추진과정에서 구성원과의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들린다. KBS가 공익을 추구하고 공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공영방송인 만큼, 이번 개편이 공영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비판은 당연한 우려에 해당한다. KBS는 조직개편을 통해 내부혁신을 이룩하기 위해서 공영성 확보를 위한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성실히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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