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방부가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전문연) 등의 대체복무 제도를 2023년까지 전면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발표해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대 및 타 대학의 이공계열 학생회는 연대체를 결성해 전문연 폐지 전면 철회를 위해 입을 모으고 있다.

국방부의 이러한 계획은 인구감소로 인해 줄어든 병역자원의 보충을 위한 방안으로 제시됐다. 특히 박사과정 전문연의 경우 당장 2019년부터 선발을 중단하기로 발표해 관련 학생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농생대 이탁규 학생회장(지역시스템공학과·14)은 “급작스런 전문연 제도 폐지로 인해 전문연을 생각했던 많은 이공계열 학생들의 인생 계획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방부의 계획에 대해 공대 연석회의, 자연대 학생회, 농생대 학생회는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공동대응에 나섰다. 그들은 지난 16일(월) 국방부의 발표 직후 ‘전문연구요원 폐지 및 축소 계획, 즉각 철회하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공동으로 발표했다. 그들은 성명서에서 △전문연구요원 폐지 및 축소 계획 전면 반대 △이를 위한 끊임없는 투쟁 등을 주장하며 “앞으로 과학·기술계로 나아갈 이공학도로서 국방부의 일방적인 전문연 폐지 계획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농생대 이탁규 학생회장은 “전문연 제도는 이공계의 연구역량 강화 및 연구 인력 확보에 있어 큰 역할을 해왔다”며 “전문연 폐지는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학생회의 입장”이라고 국방부의 급작스런 전문연 폐지에 우려를 표했다. 연대 의사를 밝힌 다른 단과대들 또한 추가적으로 합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공계 학생들의 거센 반발은 전국 단위의 대응으로도 이어졌다. 지난 16일 카이스트 총학생회는 전국 이공계 학생들의 체계적인 전문연 폐지 반대 운동을 위해 과학기술원(IST), 대학별 이공계열 학생회와 연합해 ‘전국 이공계 학생 전문연 특별대책위원회’(특대위)를 결성했다. 특대위에는 카이스트, 지스트, 디지스트, 유니스트, 포스텍,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서강대의 단과대 학생회가 참여했다. 이어 지난 19일 특대위는 국회 정론관에서 학생사회의 입장을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에서 특대위는 “국방부의 졸속 행정 처리를 규탄하고 불합리한 전문연 제도 폐지 계획의 전면 철회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특대위는 지속적으로 추가적인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대위 상임위원을 맡고 있는 공대 연석회의 홍진우 부의장(화학생물공학과·14)은 “추후 구체적인 활동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오갔다”며 “향후 며칠간 국방부 결정에 대한 반대 의지를 밝히는 서명운동을 중점적으로 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최종적으로 기자회견이나 퍼포먼스의 형식을 통해서 서명운동의 결과를 국방부에 전달하는 것이 단기적 목표”라고 덧붙였다.

한편 특대위 내 종합대학과 과학기술원 및 포스텍의 주장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박사 수료자 전원이 전문연의 혜택을 받는 포스텍을 비롯한 카이스트, 유니스트 등의 과학기술원은 현행법의 유지를 주장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적은 선발인원이 배정돼 별도의 선발 과정을 거치는 종합대학은 전문연 폐지의 반대를 넘어 제도의 개선까지도 주장하고 있다. 자연대 김성근 학장(화학부)은 “이번 사태에 대해 전국의 과학기술원과 종합 대학들 모두 우려를 표하지만 그 온도는 다르다”며 “어느 대학의 학생들이나 연구의 형태로 국가에 기여하는 것은 같은데 누구는 특례를 자동적으로 받고 누구는 시험을 봐야 하는 불합리한 제도 자체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대 이건우 학장(기계항공공학부)도 “이공계 대학원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전문연 제도 존속에 더해 전문연의 불공평한 인원 할당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학생회 관계자 A씨는 “과학기술원 및 포스텍과 종합대학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며 “우선 특대위로 연대하기로 결정했지만 끝까지 함께할지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연 제도가 구설수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문연 제도는 이제껏 이공계 학생들의 연속성 있는 학업 및 연구활동을 위해 크나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전문연 선발 기준 및 선발 인원, 그리고 높은 합격 기준선 등으로 인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대학신문』 2016년 5월 9일 자)

국방부의 전문연 폐지 계획이 알려짐에 따라 일각에서는 전문연 제도 자체에 대한 전반적인 재논의와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연대 김성근 학장은 “전문연과 관련해선 그전부터 잉태된 문제들이 존재한다”며 “이번 국방부의 결정이 많은 논의를 촉발시키긴 했지만 문제를 단편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안목에서 체계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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