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경제 통합 신호탄 터지나


한ㆍ일자유무역협정(FTA:Free Trade Agreement) 제5차 협상이 지난 8월 25일 마무리됐다. 2005년 체결을 목표로 관세 철폐 뿐만 아니라 투자ㆍ서비스 시장 자유화, 비관세 장벽 철폐 등 포괄적 내용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ㆍ일 FTA는 일본의 경제규모가 크고, 양국 사이에 경쟁관계에 있는 산업이 많아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FTA로 무역장벽이 제거되면 경쟁력이 약한 산업에서 경쟁력이 높은 산업으로 자원이 이동해 국가 전체적으로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증가하고, 무역과 투자, 기술전파가 늘어나 경제가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방 속도 너무 빨라… 노동 유연화, 노동권 제한 우려

 

재계는 한ㆍ일 FTA를 원칙적으로 환영하지만, 급격한 개방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나현근 국제경제과장은 “2001년 한국의 대일 평균 관세율이 7.9%인데 비해 일본의 대한 평균 관세율은 2.5%로 이미 무관세 수준이기 때문에 빠른 개방은 한국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라며 “2~3년에 걸쳐 한ㆍ일 FTA가 우리 산업구조와 시장에 미칠 영향을 철저히 분석해 대책을 마련하고, 협상과정에 기업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 김장형 외무관은 “관세는 품목별로 유예기간을 갖고 단계적으로 없어지므로 기업이 대비할 시간은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한ㆍ일FTA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이창근 국제부장은 “한ㆍ일FTA 가 시행되면 일본과 주력산업이 겹치는 한국 경제의 기반이 붕괴돼 대규모 실업 사태가 야기될 것”이라며 “산업 효율성을 증가시키고 일본의 투자를 유치하다는 명목으로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심화되고 노동 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김신행 교수(경제학부)는 “경공업, 중화학공업, IT산업 등 한국의 역대 주력산업들은 국내에서 먼저 구조조정이 이뤄진 후 개방됐기 때문에 대규모 실업을 피할 수 있었다”며 “일본과의 FTA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부품ㆍ소재 산업의 적응기간은 보다 더 길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노동환경 문제는 구조조정을 통한 생산성 향상 이후에 논의해도 된다”며 노동계의 주장을 반박했다. 

 

전면적 개방보다는 대책 마련 후 점진적 협력을

한편, 한ㆍ일FTA 는 동북아 경제통합의 전 단계로서의 의미도 갖고 있다. 현재 우리 나라는 중국과의 FTA를 계획하고 있으며, ASEANㆍ싱가폴 등 동아시아 국가들간의 FTA 논의도 활발하다. 김장형 외무관은 “EU, NAFTA 등 확대되고 있는 지역 경제 블록화 추세와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를 야기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동북아 경제통합이 요구된다”며 정부의 ‘동북아 경제중심지’전략을 설명했다.   

 

 

그러나 동북아 경제통합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한ㆍ중ㆍ일 3국은 산업구조가 비슷해 경쟁관계에 있는 업종에서 마찰이 예상되며, 정치적으로도 식민지 경험 등 역사적 대립, 북핵문제, 일겵?러의 패권다툼, 경제통합에 부정적인 미국 등 장애물이 산재해 있다.

 

 

박제훈 교수(인천대 국제통상학과)는 “2차 대전 이후 서유럽의 위상을 회복하고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위해 경제통합을 추진했던 EU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며 “21C 동아시아의 위상을 높이고 동북아 긴장을 해소할 수 있는 공동체 형성의 의미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전면적 개방보다는 ‘철의 실크로드’ 개발, 시베리아, 사할린의 천연가스 개발과 파이프라인 건설, 중국 서부지역 개발 등 상호 이익 창출이 가능한 부분부터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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