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국내의 대표적인 생리대 제조업체인 유한킴벌리가 생리대 가격을 인상한다는 소식에 온라인상에서 큰 반발이 일었다.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일주일 동안 학교를 나가지 않고 수건을 깔고 누워있었다거나, 생리대를 대신해 신발 깔창을 끼고 다닌 여학생들의 사례가 전해져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당장은 생리대가 필요한 여성 청소년들을 위해 민간 기업의 기부를 받아 지자체별로 긴급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안정적인 지원 정책은 아직 미비한 실정이다. 이에 지난 7일 권미혁 국회의원의 주최로 국회에서 저소득층 청소년들의 생리대 사용의 실태를 짚어보고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사각지대 없는 청소녀 생리대 지원,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저소득층 청소년을 위한 생리대 지원체계 마련=이른바 ‘깔창 생리대’가 SNS에서 논란이 된 후, 많은 기업과 민간단체 등은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무상 지원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일회성 생리대 지원이 아닌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전달체계 확립이라는 주장이 대두됐다. YMCA 김진곤 지도력계발국장은 “돈이 없이 생리대를 살 수 없다는 여성청소년 6만여 명에게 생리대 지원이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도록 지속가능한 지원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저소득층에게 지급되는 양육비, 생활보조금, 교육비 등의 현금지원과 푸드뱅크, 연탄, 쌀 등 현물지원 중 생리대는 어디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 생리대가 여성청소년들만 사용하는 특수한 물품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장미혜 여성권익·안전연구실장은 “지금까지 생리를 은밀하고 드러내지 말아야 할 개인적인 문제로만 여기고 사회적으로 대처해야 할 공공정책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지적했다. 생리대가 현금이나 현물 중 어떤 형태로 지원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만약 생리대가 현물로 기초생활수급체계 속에 포함된다면 편부, 조부와 같이 거주하는 청소년들의 경우 전달과정에서 수치심을 느낄 수 있고, 저소득층이라고 낙인찍힐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김진곤 국장은 “기존 보건복지부 전달체계인 바우쳐나 전자쿠폰을 이용하면 수치심을 느끼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중앙정부 차원의 일괄적인 생리대 지원 가이드라인 필요=이어 생리대 지원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지자체의 대표 사례로 서울시와 인천시 부평구가 소개됐다. 특히 부평구에서는 저소득층 청소년 위생용품 지원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데, 지역에 거주하는 만 12-18세 차상위계층, 청소년특별지원대상자 여성 신청자를 대상으로 동 주민센터에서 직접 수령하거나 여성봉사자가 각 가정을 방문해 전달한다. 현재 성남시, 전주시, 화성시, 안양시, 대전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이와 비슷한 방식의 저소득층 청소년을 위한 생리대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거나 지원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 정책 담당관들은 이날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책의 한계점을 토로하기도 했다. 원미혜 서울시 여성정책담당관은 “현재 서울시에서 시행하는 프로젝트는 민간 기업의 후원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지속적일 수 없다”며 예산의 안정적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생리대 지원 대상자의 기준이 지역별로 달라 생리대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골고루 분배되지 못한다는 점 또한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현재 중앙정부 차원의 생리대 지원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지자체별로 지원대상, 연령, 전달체계가 상이하다. 예컨대 성남시 정책의 대상자는 만 12~18세의 차상위계층 여성청소년이며, 전주시는 저소득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장애인 가정 등의 만 10~18세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홍경숙 팀장은 정부의 통합적인 기준안 마련을 촉구하며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중앙정부의 정책에서 소외되는 사각 지역을 메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장미혜 실장은 “중복지원의 문제를 피하기 위해 전담부서가 지원대상자의 선정기준을 일괄적으로 관리하되 이용 편의성을 증대하기 위해 전달방법이나 주체는 다원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도 비상시 생리대 접근이 힘들어=한편 경제적 빈곤층뿐만 아니라 일반 중·고등학생들도 비상시 생리대를 쉽게 구할 수 없는 것 또한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한국YMCA전국연맹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43.1%의 여자청소년들은 생리대가 없어서 다른 것으로 대처해본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YMCA 김진곤 지도력계발국장은 “초경이거나 생각보다 일찍 생리가 시작된 경우 주변에서 생리대를 쉽게 구할 수 없기 때문에 화장지 등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에 청소년이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므로 생리대를 학교에 우선적으로 비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는 보건실에서 생리대를 빌려주는 형태로 운용된다. 하지만 쉬는 시간에 보건실에 드나드는 학생이 많아 여학생들이 생리대를 요청하기 불편하고, 거대학급의 보건교사 역시 쉬는 시간에 혼자서 응급처치를 하는 동시에 생리대를 지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교육부 조명연 학교건강정책과장은 “11,000개 가량의 전국 학교 중에 생리대 자동판매기가 있는 학교는 700여 개 밖에 없다”며 자동판매기 설치 확대를 교육부 차원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참석자들은 생리대 문제를 단순한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미혜 실장은 “생리대는 여성과 저소득층 청소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단순히 지원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건강권과 교육권의 문제이기 때문에 관련 부처간 협의가 필수적이다”라고 밝혔다. 권미혁 의원은 "여성의 생애주기에 있어 생리는 선택사항이 아닌 만큼, 생리대 지원은 여성들이 건강할 권리이자 인권의 문제며,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중요한 요건"이라고 덧붙이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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