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시장에서 찾는 한국 경제의 활로, 동북아 경제통합

정부는 칠레와의 FTA(자유무역협정)체결을 계기로 해외시장 확보를 위한 대외경제전략의 일환으로 FTA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일본 및 싱가포르와의 FTA협상이 진행 중에 있으며, 미국, 중국, ASEAN제국 및 EFTA(유럽자유무역연합)회원국들과의 FTA 추진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안정적인 대(大)시장’을 확보하기에는 FTA는 예외조항 및 지속성 등의 측면에서 불안한 요소들을 많이 갖고 있다. 다시 말해 FTA정책을 추진하되 이와는 별도로 장기적으로는 공동시장과 같이 좀더 통합적인 성격이 강한 ‘하나의 큰 시장’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나는 그 대안을 한ㆍ중ㆍ일을 잇는 동북아 시장 통합에서 찾아야 한다고 믿는다.

 

 

동북아 경제통합은 대시장의 형성에 따르는 정ㆍ동태적인 경제적 이득의 실현과 함께 역내 평화와 안정의 유지라는 정치ㆍ군사적 취지를 달성하는 수단도 될 수 있다. 이 3개국은 지리적 인접, 역사적 관계 및 문화적 요소 등에 있어서 상대적인 의미에서 다른 어느 지역에 비해 시장 통합의 추진에 유리한 여건을 더 잘 갖추고 있다. 또 이 지역은 미국 및 EU와 함께 세계 3대 성장 축(軸)을 형성하고 있으며, 강한 협상력을 배경으로 세계화를 주도할 수 있다는 점은 경제통합의 추진에 큰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한ㆍ중ㆍ일간 FTA 추진은 공동시장의 실현을 위한 전 단계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 경제의 입장에서 FTA의 취지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특히 다음과 같은 정책적 측면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

 

 

우선 중국이나 일본과 같이 한국의 대외거래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들과의 FTA 체결에 있어서는 거시경제적 효과 측정은 물론 전반적인 산업구조의 차원과 산업부문별로 시장개방이 가져올 영향을 철저하게 분석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국내 산업구조의 발전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동북아시아 내 분업구조의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이와 함께 산업부문별로 국제경쟁력에 기초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한국칠레의 FTA 체결 경험은 선(先) 국내협상후 대외협상의 순서를 밟을 필요가 있음을 말해준다.

 

 

다음, FTA의 취지인 자유무역지역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협정당사국간 관세 및 비관세조치를 포함하는 ‘실질적인 무역장벽’들이 제거되어야 한다. 예로 현재 진행 중인 한국-일본간 FTA 협상에 있어서도 산업부문별로 시장진출에 있어서 실제로 장벽을 형성하고 있는 보이는, 숨겨진 조치들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가려내는 작업이 기본 과제이다. 그 중에는 철폐대상도 있으나 많은 경우 한-일 간 정책적인 조정이나 접근이 요구된다.

 

 

문제는 시장통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계별로 어떻게 접근하느냐 하는 것이다.

 

 

한ㆍ중 ㆍ일간 FTA를 추진하려면 상호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일정 과도기간이 필요하다. 국가간 시장통합은 기본적으로 시장경제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이 기간동안 금융ㆍ통화 부문을 포함하는 강도 높은 경제협력이 병행돼야 한다. 이러한 경과기간을 가진 후에야 비로소 FTA를 그 취지에 따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공동시장의 설립은 FTA가 성공을 거둔 이후의 과제이다.

 

 

끝으로 동북아 경제통합의 추진은 과연 관련 3개국간 정치적인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 이보다 먼저 정부는 사회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한국경제의 중장기 발전목표와 산업구조조정방향을 분명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FTA를 포함하는 대외경제전략은 이러한 목표를 효율적으로 이룩하기 위한 수단이다.

 

▲ © 대학신문 사진부

 김세원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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