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총학생회 산하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와 아우토반 피해자대책위원회(대책위)는 ‘서울대 인문대학 카톡방 성폭력 고발’이란 제목의 대자보를 게시했다. 대자보에 따르면 인문대 일부 남학생들은 지난해 2월부터 8월까지 그들끼리 구성된 단체카카오톡방(단톡방)에서 여성, 동기 여학생을 대상으로 성희롱을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개된 단톡방 내용을 보면 모욕적 언사와 여성혐오성 발언으로 가득하다. 해당 남학생들은 동기 여학생들의 실명을 언급하며 그들을 성적 대상화했다. 심지어 일반 여성,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성 발언도 보인다.

대학 내 단톡방 성희롱은 함께 수업을 듣고 생활하는 동기와 선후배들이 직접적인 가해자라는 점에서 피해자들의 충격이 매우 크다. 피해 당사자들은 물론 다른 학생들도 자신들이 언제든 성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해당 남학생들은 그 발언들이 다른 사람에게 하나의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태의 심각성을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단톡방 내용이 대자보를 통해 공개되자 해당 학생들 중 한 명은 동기 여학생들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으나 이러한 발언들이 ‘순전히 장난으로 그랬던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태도는 해당 남학생들이 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 행위를 저질렀고 이에 따라 처벌받아야 하며 깊이 반성해야 한다는 일반적 인식과는 차이가 있다.

학내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 나타난 일부 학생들의 반응도 우려스럽다. 물론 해당 남학생들의 행동을 비판하는 의견이 주를 이루기는 했지만 일부 학생들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고, 심지어 해당 학생들을 두둔하며 ‘장난삼아 그럴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단톡방에서 이뤄지는 성희롱과 일부 학생들의 그릇된 인식들은 이에 대해 대학공동체가 경각심을 가지고 대처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단톡방 성희롱 사건은 최근 여러 대학에서 잇달아 발생했다. 일련의 사태로 이들이 예외적이거나 돌출적인 사건이 아닌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인문대 사건은 서울대도 예외가 아님을 나타낸다.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학내 성희롱 문제의 해결을 위해 무엇보다 이번 사건의 투명하고 엄정한 처리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나아가 이와 함께 대학 공동체 구성원들 모두가 일상화된 성희롱에 대해 경각심과 주의를 가지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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