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부 정진하 교수

오랜 시간 몸 담았던 교정을 떠나는 정진하 교수(생명과학부)는 여유로운 웃음으로 기자를 맞이했다. 33년간의 서울대 교수생활을 마치고 정년을 맞이한 정 교수는 “지금까지 정년을 축하한다는 말이 이해 가지 않았는데 정년이 가까워지니까 무난히 교직 생활을 마친 것이 축하받을만하다고 느낀다”며 퇴임 소감을 전했다.

정 교수는 학부생 때 외국인 노교수의 생화학 강의를 듣고 이 분야에 큰 매력을 느껴 수업 교재를 통째로 번역했던 경험을 계기로 단백질 생화학을 전공하게 됐다. 30년이 넘는 오랜 시간을 생명과학 연구에 헌신한 그의 연구실 앞에는 ‘read more, think more, and then work more’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정 교수는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막무가내로 실험만 하지 말고 처음으로 되돌아가 문제점을 찬찬히 살펴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구를 하다가 원하지 않는 답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연구가 많이 진행된 상황이라도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과감히 그만두고 새로운 연구 주제를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정 교수의 연구 철학은 수많은 성과로 이어졌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로 유방암 발생을 억제하는 단백질 연구를 꼽았다. 정 교수의 연구팀은 UFM1이라는 단백질이 유방암을 일으키는 인자에 붙음으로써 특정 세포를 암세포로 만든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는 UFM1에 대한 제어제를 찾기만 한다면 새로운 유방암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학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정 교수는 “기존의 유방암 치료제는 오랫동안 투약하면 재발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제가 필요했다”며 “학문적으로뿐만 아니라 응용의 가치도 높아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의 태도를 강조했다. 그는 “요즘 학생들은 이미 미래를 정확하게 정해놓고 공부를 하려고 한다”며 “의대, 약대처럼 미래의 직업이 확실히 정해져 있는 학과의 인기가 높은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교수는 “교수를 하고 싶어 하지만 자기 몫이 정해지지 않은 것처럼 보여 미리 겁내기 때문에 그 길을 가지 않는 학생이 많다”며 “학부생이 굉장히 바쁜 시기지만 아직 젊은 나이니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기회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과학은 머리가 아닌 노력과 꾸준함으로 하는 학문이라고 말하는 정 교수. 그는 꾸준함의 미덕을 강조하며 말을 마쳤다. 정 교수는 “지금까지 봐온 사람들의 경우, 노력의 양과 좋은 직장은 거의 비례한다”며 “미래에 대해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그 대가는 반드시 온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사진: 김여경 기자 kimyk37@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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