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물리 및 화학생물학과 서세원 교수

복잡한 실험기구들이 즐비한 실험실을 지나 다다른 서세원 교수(생물물리 및 화학생물학과)의 연구실은 여타 실험실들과 달리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을 줬다. 반갑게 기자를 맞이한 서 교수는 “34년 동안 열심히 연구했으나 아직도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이 남아 아쉽다”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 연구비와 논문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돼 홀가분한 기분이 든다”고 활짝 웃어 보였다

서 교수는 국내 단백질 관련 연구의 선두주자로 ‘줄기세포 재생조절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밝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전공인 단백질 구조생화학은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X-선을 이용해 밝혀내는 학문이다. 서 교수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알면 그 기능을 더 상세하게 이해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신약후보물질을 더 쉽고 빠르게 발견할 수 있다”고 자신의 연구분야를 설명했다.

학부시절 서 교수는 본래 이론화학을 전공했지만 분자생물학 강의를 듣고 생명 현상에 흥미를 가지게 돼 구조생물학을 연구하게 됐다. 하지만 서 교수가 하고자 했던 구조생물학 연구가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서 교수는 “1980년대 초에는 연구장비가 마련되지 않아 단백질 구조 연구를 할 수 없었다”며 “서울대 부임 후 수년 동안 단백질과 관련 없는 연구를 해야 했다”고 미흡했던 당시의 연구 환경을 씁쓸히 떠올렸다. 하지만 그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제자들과 함께 여러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서 교수는 “훌륭한 제자들이 실험한 결과가 좋은 논문으로 발표됐을 때가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라며 힘든 상황을 함께 헤쳐나간 제자들을 향한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과거의 경험 때문인지 서 교수는 학생들의 연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했다. 서 교수는 “최근 10년 사이에 연구 환경은 획기적으로 좋아졌지만 아직도 과거의 불필요한 규제들이 남아있다”며 “이를 개선하려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빠른 속도로 변하는 사회처럼 학문도 빠르게 변한다”며 “여러 전공 간의 벽을 허물고 교수들이 교류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시대에 맞는 제도의 전환을 강조했다.

서 교수는 퇴임 후에도 학자로서의 열정을 놓지 않을 예정이다. 그는 “이론 연구와 달리 실험 연구는 실험실에서 나오면 더 이상 연구를 수행할 수 없다”며 “하지만 은퇴 후에도 새로운 과학 기술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교수가 되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서 교수. 그의 학문에 관한 열정과 학생들에 대한 애정은 그가 퇴임한 후에도 계속 될 것이다.

 

사진: 김여경 기자 kimyk@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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