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악과 김귀현 교수

낮은 단상 위 피아노와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운 악보와 각종 책들. 김귀현 교수(기악과) 연구실엔 예술가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김 교수는 “내 나이가 벌써 이렇게 됐던가”라며 “농경사회부터 정보화사회를 거쳐 인공지능의 시대까지 경험했다고 생각하니 매우 오래 산 것 같아서 당황스럽다”며 소탈하게 웃어 보였다.

김 교수는 어릴적 가까이 했던 피아노를 자신의 길로 삼아 오랜 시간 동안 예술가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피아노 페달에 발이 안 닿을 정도로 작은 아이였지만 피아노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김 교수는 “손이 작다 보니 연주할 수 있는 곡이 제한적이어서 바하의 곡을 많이 연주했다”며 “당시 바하의 곡을 다루며 음악 전반에 관한 소양을 높였다”고 유년시절을 회상했다. 꾸준히 피아니스트의 길을 걷던 김 교수는 대학 재학 중 필리핀행 비행기에 올라 유학생활을시작했다. 그는 “유학 생활 중 수많은 음악회를 다녔다”며 “오직 피아노만 생각할 수 있는 환경에서 연습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음악을 잘 아는 것과 상관없이 누구나 음악을 향유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음악의 3요소 중 하나인 리듬의 기본은 심장 박동이기 때문에 모두에게 리듬이 내재돼 있다”고 말하며 소수에게만 음악이 향유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필리핀에서 들었던 헝가리 피아니스트 죠르지 산도르의 연주를 떠올리며 “그의 연주를 듣고 황홀한 경험을 했던 순간이 나의 음악생활을 지탱해주는 힘”이라며 꿈을 지탱해 줄 자신만의 순간을 경험할 것을 강조했다.

긴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김 교수는 서울대 피아노과 교수의 자리에 앉았다. 부임 당시 김 교수는 서울대의 열악한 교육환경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 김 교수는 “난 운이 좋아서 좋은 시설과 환경에서 공부했다”며 “귀국 후 낙후된 연습실과 강의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니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고 교단에 처음 올랐을 때의 심정을 전했다. 이어 그는 “학생들이 너무 착한 것 같다”며 “학교에 요구사항 같은 것을 제안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있어야 환경이 개선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듯 “학생들이 공부하는 환경이 더욱 더 개선돼야 한다”며 “특히 음대 학생들에게 연습실을 잘 마련해주는 것이 소원”이라고 학생들의 공부 환경에 대한 걱정을 멈추지 않았다.

김 교수는 시대를 이끌어 갈 사람이 되길 당부하며 “인공지능 시대일수록 사람들에게 감동이 더 많이 요구된다”며 “우리가 인공지능 시대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정년퇴임에 앞서 학생들에게 마지막 과제를 남겼다.

 

사진: 김여경 기자 kimyk37@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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