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미술사학과 김영나 교수

정년퇴임을 앞둔 심정을 묻자 “내 나이가 벌써 그렇게 됐던가”라며 천천히 운을 뗀 김영나 교수(고고미술사학과)는 “몇 년 만에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게 돼 설렌다”고 소녀처럼 웃어 보였다.

‘학자’와 ‘박물관장’, 김 교수의 지난 30년은 이 두 가지 키워드로 소개된다. 학자로서의 김 교수는 아직 학문으로 자리 잡지 않은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우리나라 작가들이 대부분 일본에서 그림을 배우고 귀국해 화단을 형성했다”며 “이런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났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일본 미술과 우리나라 미술과의 관계를 비롯해 세계 속에서의 우리나라 미술을 연구해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 발전에 앞장섰다. 그는 “이제는다른 나라와 우리나라의 관계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넓혀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더 정확하게 우리를 아는 방법”이라고 한국 근·현대 미술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교편을 잠시 내려두고 지난 2011년부터 5년간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역임했다. 그는 박물관은 고립된 곳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관람객에게 접근성을 높이는 것에 초점을 두고 박물관을 꾸려나갔다. 이는 ‘박물관의 중요한 구성요소는 관람객’이라는 그의 철학에 기반한 것이었다. 그는 ‘천흥사종’을 예로 들어 자신의 철학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연구자의 입장에선 종의 재료나 종에 새겨진 문구와 같이 내적인 의미가 중요하게 여겨지지만 관람객의입장에서는 종의 소리가 가장 궁금할 것”이라며 “실제 종소리를 녹음해 관람객에게 제공하는 등 관람객이 원하는 전시를 꾸몄다”고 밝혔다.

김 교수가 국립중앙박물관장직을 마치고 학교에 돌아온 것은 정년퇴임을 앞둔 올해 3월 중순이었다. 그렇기에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떠나기 전 2010년 가을의 강의가 그가 학생들을 교실에서 마주볼 수 있었던 마지막 강의었던 셈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교직을 떠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며 “얼마전 제자들 150여 명과 함께 퇴임식을 했고 그 때의 짧은 연설이 나의 마지막 강연”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술사학도들에게 “미술사를 공부하려면 책으로만 보는것이 아니라 실제 작품을 직접 봐야 한다”고 작품을 마주할 수 있는 현장에 자주 나갈 것을 조언했다.

김 교수는 살아가면서 밥 먹고 일하는 것 외에도 즐거움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그 즐거움이 누군가에게는 예술일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운동 또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될 수도 있다”며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을 찾길 바란다”고 전했다. 학문을 가르침과 더불어 삶을 향유하며 살아갈 것을 당부한 김 교수의 조언은 학교에 남은 제자들에게 오래도록 회고될 것이다.

 

사진: 정유진 기자 tukatuka13@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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