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어독문학과 전영애 교수

전영애 교수(독어독문학과)의 연구실은 바닥을 가득 채운 학생들의 책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전 교수가 다년간 맡아온 ‘독일 명작의 이해’ 수업에서 학생들이 직접 펴낸 책들이 전 교수의 품에서 다시 주인이 찾아가기를 기다리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책으로, 그리고 그 책에 연결된 인연으로 메워진 그의 연구실은 글과 사람으로 메워진 그의 삶의 축소판이었다.

전 교수는 문학의 너른 장에서 독일시를 택했고 그 길을 묵묵히, 또 꾸준히 걸어왔다. 그 연구 노정 가운데 그는 국내 최초로 『괴테 시 전집』을 번역하고 독일 원서 60여 권을 우리말로 옮기는 등의 중요한 발자취를 남겼다. 이는 전 교수가 번역과 문학 연구로써 시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전하는 일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했다. 이런 그녀의 열정은 2011년 독일 바이마르 괴테학회의 ‘괴테 금메달’ 수상으로 결실을 맺었다.

괴테의 뒤를 따르던 전 교수는 그 자신이 독일시 연구 분야의 거두가 됐을 뿐만 아니라 독일시를 비롯한 문학을 후학에게 전하며 존경받는 교육자로 남았다. 학생들이 스스로 책을 읽고 쓰게 하는 것은 서울대 교육자상을 받기도 한 전 교수가 교육자로서 고집해온 교수 방식이다. 그는 자신의 교육 방식에 대해 “학생 개개인의 전공에 상관없이 책을 읽고 써보는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다루고 있는 대상을 자기 눈으로 선명하게 보고 정확한 언어로 표현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며 “다른 사람의 시각, 생각, 의견을 들어보고 이야기를 나눠보는 중요한 기회를 주려 했다”고 그 의의를 밝혔다.

전 교수의 교육 철학은 그가 생각하는 문학의 의미에 바탕을 둔다. 전 교수는 “글을 읽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 속에 들어가 보는 일이자 그 사람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일이고, 글을 쓰는 것은 의무나 숙제의 틀을 넘어 진정한 관심을 동반해 마음에서 우러나와 행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그에게는 문학이야말로 가장 참된 교육의 출발점인 셈이다. 그의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전 교수에게 “인연을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곤 한다. 자신들을 “아름다운 바보들”이라 칭하는 전 교수와 그의 학생들은 책을 읽고 쓰며 인연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전 교수는 “학기 초 피상적 의견에 머무르던 학생들이 학기 말에는 놀랍게도 대상을 파악하는 제련된 시선과 세상의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추게 되더라”며 그의 독특한 교수법의 효과를 밝혔다.

전 교수는 6월 15일 열린 고별 강연에서 그랬듯 ‘글 배워 글 읽었으면 바르게, 의젓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서울대 학생들에게 거듭 당부했다. 이어 그는 “묵묵히 가던 길을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람이 무얼 하는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어떻게, 얼마만큼 하면서 사람다움을 행하며 사는가에 인생의 성취가 달려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전 교수는 “세상이 이전투구의 장인 것 같은데 눈 밝혀 보면 그렇지 않았다”며 “보석 밭이었던 관악에서 보석 하나 하나를 찾아내던 기쁨을 전하고 싶다”고 퇴임 소감을 밝혔다.

사진: 강승우 기자 kangsw0401@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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