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 김용진 교수

“시원섭섭하다”는 말로 운을 뗀 김용진 교수(의학과)는 “서울대 교수로서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껴 스스로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끊임없이 해왔다”며 부단히 노력했던 30여 년의 교수생활을 회상했다. 김 교수는 “정년을 맞아 그동안의 세월을 돌아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며 “교수의 자리에서 내려와 편한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아쉽기도 하다”고 퇴임 소감을 밝혔다.

70년대 초 심장외과학은 한국에서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김 교수는 “당시 국내에는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심장수술을 할 수 있는 전문의도 없었을 뿐더러 심장 분야의 지식을 배울 수 있는 학문적 토대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열악했던 당시 교육환경을 설명했다. 환자들의 고통을 안타까워하며 ‘더 나은 심장수술을 배우겠다’고 결심했던 젊은 의학도는 어느새 각종 수술법을 정립하며 국내 심장수술의 대가로 자리 잡았다.

심장수술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인 김 교수는 면역거부반응을 최소화한 차세대 인공심장판막을 개발하고 이를 인체에 적용하는 데까지 성공해 전 세계 심장의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책장 한 편에 놓인 심장모형을 꺼내 판막 수술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준 그는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특수면역 처리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환자의 고통을 줄이고 수술부위도 최소화하는 등 성과가 커 뿌듯하다”며 웃어 보였다.

김 교수는 해외 의료 봉사 활동에도 모범을 보인 참된 의사였다. “학술대회 차 방문했던 중국의 낙후된 의료 환경에 충격을 받아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힌 그는 이후 20여 년간 중국을 비롯한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심장수술 및 의료지원을 해왔다. 그러면서도 그는 “의료봉사는 박애 정신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든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대단한 일로 치켜세울 필요가 없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포털사이트에 김 교수의 이름을 검색하면 고동치는 심장 소리가 들려오는 그의 심장병 전문 사이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쉽게 접근하기 힘든 심장 관련 지식을 필요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홈페이지를 만든 이유를 밝힌 그는 일반인을 위한 심장강좌, 심장질환 FAQ뿐만 아니라 심장외과학을 공부하는 의학도, 전공의를 위해 직접 만든 자료를 게시해 심장 관련 지식 공유에 앞장섰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책을 가까이하고 미래를 항상 염두에 두며 살아야 한다”며 학생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특히 그는 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생명을 다루는 일인 만큼 항상 실수에 대한 경계심, 책임감이 필요하다”며 의료인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강조하기도 했다. 환자들에 대한 사랑과 심장 분야에 대한 열정으로 40여 년간 심장외과학자의 길을 걸어온 김 교수, 이제 그의 뒤를 이어받을 후학들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사진: 김여경 기자 kimyk37@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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