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봉 교수치의학과

발치할 때의 상실감은 이혼이나 은퇴로 인한 상실감만큼이나 크다고 한다. 보철학을 통해 이 교수의 전공 분야인 ‘임플란트 보철학’은 치아 발치로 인한 상실감을 회복시켜주기 위해 인공으로 치아를 만드는 학문이다. 임플란트 보철물 장착에 관한 많은 특허를 출원하기도 한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로 꼽은 것은 식습관과 잇몸 건강의 상관관계를 규명해낸 「식습관이 잇몸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다. 이 교수는 “빠르게 식사하는 습관은 잇몸 운동의 저하로 연결돼 잇몸 건강에 좋지 않다”며 자신의 연구를 간단히 소개했다. 치아를 잃은 환자들의 상실감을 치유해온 이재봉 교수(치의학과)는 퇴임이 서운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젊은이들을 위해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고 말하는 한편 “그동안 유지해왔던 생활패턴이 바뀌는 것이 두렵기는 하다”며 퇴임 소감을 밝혔다.

최근 개정된 치아보철보험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대목에서는 이 교수가 평소 갖고 있던 치아보험정책에 관한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그는 현재 65세 이상으로 적용범위를 제한하고 있는 치아보철보험에 대해 “65세 이하는 대상자가 많지도 않기 때문에 연령 제한을 없애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장애인들에 대해선 무한정 임플란트 시술이 이뤄지면 좋겠다”며 대부분 가난한 처지에 놓여있는 장애인들에 대한 임플란트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이 교수는 치의학대학원과 후학에게도 당부의 말을 남겼다. 서울대 치의학대학원이 나아가야할 방향성에 대한 질문에 그는 “애초에 대학원을 설립한 목적은 기초학문의 발전을 위해서였는데 그 부분이 소홀히 되는 것 같다”며 기초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후학에게는 “눈앞의 이익에 어두워 불필요한 진료를 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환자의 구강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진료만 해야 한다”며 “병원을 개원해 부를 축적하려고만 하지 말고 철학이 있는 치과의사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퇴임 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 교수는 “장애인 병원에서 봉사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앞서 언급한 장애인 치아보험문제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인 행동으로 옮기려는 모습에서 그의 진심어린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또 그는 “선배가 운영하는 치과에서 그동안 나에게 치료 받아온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치료를 해줄 예정”이라며 자신의 환자들에 대한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는 모습에서 그가 말한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 정유진 기자 tukatuka13@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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