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신문』 기자가 된 후 첫 취재를 신촌대학교로 다녀왔다. 아직 가보지도 않은 곳을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상황극을 그리는 등 나름대로 준비를 열심히 했지만 취재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어쩌나 많이 걱정이 됐다. 하지만 신촌대학교 윤범기 운영위원장, ‘분노조리학과’ ‘샹송으로사랑고백해볼과’의 학과장과 수강생들은 어리숙한 초짜 기자를 따뜻하게 맞아줬다. 윤 위원장은 바싹 얼어 인터뷰를 유연하게 진행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기자에게 “설마 질문이 벌써 동났냐”라는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풀어나갔다. 그렇게 따뜻한 신촌대학교를 직접 경험하며 대학신문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지면 그리고 기자의 역량 때문에 본 기사에는 싣지 못한 이야기를 취재수첩에서 마저 쓰고자 한다.

신촌대학교의 실무는 운영위원단이 담당한다. 그렇다면 운영위원장이 신촌대학교의 총장일까? 신촌대학교의 총장은 소설 『죽은 시인의 사회』의 존 키팅이다. 원래 『 88만원 세대』를 집필한 우석훈 작가, 도올 김용옥 등 언론의 주목을 받을 만큼 인지도 있는 인물이 총장 후보로 거론됐다. 윤 위원장은 “회의에서 19살짜리 뷰티학과 학과장이 우석훈이 누군지 모른다고 말했는데, 그때 청년을 위한 대학을 만들겠다면서 청년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데려다놓는 것은 꼰대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존인물이 아니어도 좋으니 청년들이 친숙하게 느끼고 신촌대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인물들을 찾아보려고 시도한 결과 영원히 늙지 않는 청년의 상징 피터팬, 동물복지의 선구자인 ‘아기공룡 둘리’의 고길동 등등이 후보로 떠올랐다. 길거리 스티커 투표와 온라인 투표 등 정식 선거 절차를 통해 결국 키팅 선생이 총장으로 선출됐다. 참교육을 추구한다는 모토에 걸맞은 재치있는 발상이다.

기자의 눈으로, 또 대학생의 눈으로 본 신촌대학교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신촌대학교만의 건물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수강생이 바글바글 넘치는 것도 아니다. 지하 스터디 카페의 강의실을 사용하며 한 수업당 많아봤자 다섯 명의 수강생이 참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촌대학교에 흥미가 생겼던 까닭은 기사에도 언급했듯 청년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신촌대학교의 사람들 때문이다. 윤 위원장은 ‘이태원대학교’ ‘노량진대학교’ 등 자매학교를 설립한 것도 시간이 부족한 청년들을 위해 신촌대학교가 직접 찾아가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또 신촌대학교의 학과장들은 등록금의 반을 수업비로 받기 때문에 두 명이 모이면 4만원을, 다섯 명이 모이면 10만원을 보수로 받는다. 이 정도 비용으로 한 달 수업을 운영한다는 것은 돈이 아니라 교육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뜻이다. 인터뷰에 응했던 학과장들과 운영위원장은 우리나라 대학 교육에 대해 분명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으며 신촌대학교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신촌대학교 윤범기 운영위원장은 신촌대학교를 응원하는 칼럼의 마지막에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는다면, 이젠 관악구 어딘가가 아니라 눈을 들어 신촌을 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썼다. 인터뷰 당시에는 농담으로 치부하고 웃었지만, 나중에 집에 돌아갈 때쯤 정말 서울대가 긴장해야 할 날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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