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치의학대학원에서 10여 명의 학생이 임상실습(케이스) 서류를 조작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에 치의학대학원은 자체 진상조사를 진행해 왔으며 24일(수) 징계위원회를 열어 조작 사실이 명백한 6명의 학생에게 유급 처분을 내렸다.

케이스는 24학점에 해당하는 임상실습 교과목으로 학생이 교수나 레지던트의 진료를 참관하거나 어시스트한 후 레지던트가 이에 대해 평가 및 서명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케이스에서 학생은 얼마나 많은 참관과 어시스트를 행했는지에 따라 점수를 획득한다. 케이스 서류 내에 학생의 숙련도를 평가하는 문항이 존재하지만 그 기준이 ‘적당하게’ ‘알맞게’ 등과 같이 모호하게 표현돼 있어 사실상 정량적 평가에 의존하고 있다.

케이스 성적은 학생들의 유급 여부를 결정하고 이후 자신의 전공을 정하는데 반영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보다 많은 케이스 서류에 서명을 받고자 한다. 치의학대학원 이선행 학생회장(치의학과·13)은 “최상위권 내에서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케이스 성적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케이스 서류 조작 사건은 일부 학생들이 케이스 서류에 대한 검사가 철저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악용해 발생했다. 적발된 학생들은 레지던트의 사인을 위조해 조작된 케이스 서류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그 수를 부풀렸다. 하지만 이는 한 레지던트가 제출된 케이스 서류 속에서 위조된 본인의 서명을 발견해 드러나게 됐다. 치의학대학원 4학년에 재학 중인 A씨는 “레지던트들도 환자를 진료하기 바빠 케이스 서명을 크게 신경 쓰지 못한다”며 “방대한 서명들을 일일이 검토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케이스 제도의 맹점을 지적했다. 이선행 학생회장은 “누군가가 공정한 경쟁에 위배되는 일을 하고자 한다면 위와 같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시스템적인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고 전했다.

학생들은 이러한 문제가 케이스의 정량적인 평가 방식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A씨는 “성적에 직결되는 것은 어떻게 케이스를 수행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서명을 받았는지”라며 평가가 서명의 양에 의존하는 부분에서 맹점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선행 학생회장은 이러한 케이스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꼼꼼하고 정성들인 어시스트를 행한 학생보다 설렁설렁 빠르게 어시스트한 학생이 더 높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기형적인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단순한 정량적 평가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사건을 단순히 케이스 제도상의 문제만으로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선행 학생회장은 “케이스 조작 행위가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암묵적 관행은 아니다”라며 “제도에 맹점이 존재하더라도 정정당당하게 룰을 지키며 원내 생활을 하는 학생이 다수”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병원 내에는 교육자, 환자, 보호자 등 수 많은 변수가 존재해 모든 제도에 합리적인 접근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치의학대학원은 향후 케이스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치의학대학원 노상호 학생부원장(치의학과)은 “교육방식 개선을 논의 중”이라며 “문제가 된 케이스 제도를 차차 변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선행 학생회장도 “교육에 있어 모든 과를 포함해 병원과 대학원이 합의를 이루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번 문제 해결을 위한 상호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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