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인천 남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4세 여아가 햄버거를 먹고 이를 닦던 중 돌연사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경찰조사 결과 아이는 어머니와 그 친구들에 의해 학대를 받다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말 인천에서 굶주림과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집을 탈출한 소녀 사건, 부천에서 일어난 부모에 의한 아동 학대 사망 사건 등과 같이 아동 학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함으로써 정부의 아동학대에 대한 미흡한 대처가 연일 언론에서 질타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의 피해아동은 이혼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다 지난 4월 인천의 한 보육원에 맡겨졌다. 6월 말에 어머니가 직접 양육을 하겠다고 퇴원신청서를 제출해 집에 데려왔다 불과 한 달만에 사망했다. 어머니는 7월에 이사를 하며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도 않았기에 정부가 마련한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주민센터 등을 활용한 아동학대 조기발견 시스템이나, 보육교사나 의료인 등 아동학대 의무신고자에 의한 신고 시스템이 아예 작동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사전에 학대를 방지할 수는 있는 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동복지법은 지자체에 자치단체장이 위원장을 맡는 아동복지심의위원회를 두고 보육원 입·퇴원 심의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심의위원회가 열리는 일은 거의 없고 대부분은 서류와 면접 심사에 그치고 있다. 이번 경우에도 심의위원회의 심의 없이 어머니가 제출한 양육계획서에 대한 검토만으로 퇴원이 이뤄졌다고 한다. 만약 엄격한 퇴원 심사와 아울러 퇴원 후 일정 기간 정기적으로 아이의 상황을 확인하는 절차가 제대로 행해졌다면 4세 여아의 비극적 죽음은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치단체장이 실제 심의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심사와 조사가 이뤄질 수 있는 심의위원회가 구성되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물론 아이를 데려가는 부모의 자격 심사를 강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방안이 될 수는 없다. 아이를 제대로 키울만한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면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보육원 퇴원 전에 아이가 생활할 환경을 미리 점검하고 경제적 여건이 나쁘다면 국공립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하고 부모와 아이에 대한 지속적인 상담과 자문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종합대책이라는 화려한 전시행정보다 문제가 드러났을 때 이를 면밀히 분석해 비슷한 사태의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예산 타령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설사 예산이 부족하더라도 아동학대 예방과 아동보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보완해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구하는 일이 먼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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