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연구원 (교수학습개발센터 학습지원부 학습상담실)

나의 학부 졸업 논문 제목은 「논어에 나오는 學에 대한 고찰」이다. 이후 학습심리학을 접하게 돼 ‘학습은 경험이나 연습에 의해 유기체가 비교적 지속적으로 행동에 변화를 가져오는 과정’이란 정의를 배우고 나서 공자가 말했던 ‘學’과 학습심리학에서 정의한 ‘학습’이 행동에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수양의 과정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고 내 나름대로 생각했었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야한다.”는 말을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나는 ‘성장과 발전’이라는 가치를 가장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라 내 성장뿐만 아니라 타인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교수학습개발센터 학습지원부 소속 학습상담실에서 학생들을 만나 상담하는 일을 하고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하면 흔히 “서울대 학생들도 학업과 관련한 고민을 상담 받아요?”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대학생활문화원에서 조사한 2014학년도 대학생활 의견조사 결과에서도 본 적이 있는데 서울대 학생들이 진로문제 다음으로 고민하는 것은 학업문제였다. 학습상담을 신청한 학생들의 고민 주제는 다양하다. 그런데 대다수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몇 가지 주제가 있다.

서울대 합격을 목표로 공부를 해왔는데 이제 무엇을 목표로 공부를 계속 해야 할지, 본인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면서 살기를 원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많다. 부모님이나 타인의 지나친 기대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오히려 위축되고 이전에 스스로 열심히 했던 시간에 대한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고 말할 때면 학생이 학업에 대한 내적동기를 찾을 수 있도록 학습을 어렵게 하고 있는 방해요인을 함께 찾아가면서 학생 스스로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학생이 가지고 있는 내적 자원을 찾아 재도약할 수 있도록 지지와 격려를 하면서 실현 가능한 행동지향적인 학업 및 생활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계획표도 작성해서 실행할 수 있도록 한다.

또 다른 주제 중의 하나는 현재 자신이 이룰 수 있는 목표보다도 지나치게 과한 목표를 정하는 것인데 이는 완벽주의 성향과 맞물려 있어 학생들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더 저하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실수나 실패에 대한 경험이 없었던 것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이런 내용이 상담 주제인 학생과 만날 때면 마라톤 완주를 비유로 상담목표를 이야기할 때가 있다. 마라톤 완주를 원한다면 첫 단계에서는 자신의 체력을 체크해보아 5km 정도에 도전하고, 그 다음에는 10km, 하프, 풀코스를 목표로 해보자고.

학생들과 상담을 진행하면서 드는 생각은 대다수의 학생들이 이미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데, 단지 잠시 주춤하면서 성장을 위한 진통의 시간을 겪고 있는 것이고 학생들이 고민의 터널을 빠져나가는 시간상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오랜 시간 수험준비를 해온 학생이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해 오고, 출결이 불규칙하고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학생이 학교 수업에 성실하게 참여하는 모습을 보일 때면 학생들과 만나는 매 순간에 더 진솔한 모습으로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게 된다. 내 능력의 부족으로 인해 그간에 만났던 모든 학생들이 변화와 성장을 이뤘다고 감히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나와의 만남이 그들의 삶에서 성장을 위한 물꼬를 트는 시간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지금 혼자 고민하고 있는 학생이 있다면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를 내보라고 말해 주고 싶다. 학업 관련 고민을 교수학습개발센터 학습상담실에 와서 상담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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