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실시협약 체결된 시흥캠,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지난달 22일(월) 서울대와 시흥시가 양해각서를 체결한 지 6년 만에 실시협약이 체결됐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시흥시로부터 약 20만평의 부지와 최대 4,500억원을 제공받게 됐다. 학내를 뜨겁게 달구며 수많은 논란과 갈등을 빚어왔던 시흥캠퍼스가 결국 설립되는 것일까. 그러나 학생사회는 ‘시흥캠퍼스 전면 철회를 위한 학생대책위원회’(학대위)를 꾸려 여전히 시흥캠퍼스 조성에 반대하고 있다. 시흥캠퍼스에 붙은 밀실논의, 강제 RC, 대학기업화 등의 꼬리표는 여전히 떼어지지 않았고, 본부와 학생사회 사이에는 날선 불신이 팽배해있다. 시흥캠퍼스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차 뜨거워지는 가운데, 학내 구성원들은 시흥캠퍼스가 서울대의 새로운 도약이 될지, 혹은 부실한 양적 팽창에 그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각자 의문과 오해를 품고 있다. 

2007년 ‘서울대학교 장기발전계획 2007-2025’(장기발전계획서)에서 그 필요성이 제시된 이후 약 10년이 흐른 지금, 학생들은 왜 전면 철회를 외치고, 물리적 충돌까지 불사하는 것일까? 이에 『대학신문』은 시흥캠퍼스 관련 논의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 어디쯤 위치해있는지 살펴봄으로써 앞으로 진행될 논의의 기반을 제공하고자 한다.

 

시흥캠에 그려졌던 청사진

2007년 3월 장기발전계획서는 서울대가 2025년 세계 10위권 대학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발전 과제들을 제시했다. 그중 대학의 국제화 항목에서는 ‘글로벌 리더십 캠퍼스를 구축하고, 신학문 분야의 교육과 연구를 위해 거주대학(Residential College, RC)을 활용할 것’이 제시됐다. 이 글로벌 리더십 캠퍼스가 시흥캠퍼스 논의의 출발점이다. 초대 캠퍼스 기획단장을 역임한 이정재 명예교수(조경·시스템공학부)는 “기존의 국제화 프로그램은 해외 진출(Out bound) 중심”이라며 “시흥캠퍼스를 통해 세계의 고급 인력을 국내에 유치하는 국내 유도식(In bound) 국제화를 실현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즉 세계적 석학과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정주 환경을 마련하고, 그들과 더불어 생활하면서 몰입 어학교육이나 다문화 체험 교육 등을 통해 서울대생을 국제화한다는 것이다. 

관악캠퍼스의 포화는 새로운 캠퍼스 건설의 전제가 된다. 이철수 전임 기획처장(법학전문대학원)은 “매년 새로운 공간에 대한 수요는 나타나지만 관악캠퍼스는 개발제한구역이 많은 데다 오랜 기간의 난개발로 인해 확장성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기획과 박희수 선임 주무관은 “실무자의 입장에서 학생 자치 공간을 주려고 해도, 새로운 연구소가 들어서려고 해도 공간이 부족해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캠퍼스 마스터플랜 2012-2016’에서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장기적 개발을 위해서는 새로운 캠퍼스가 필요함을 제시한 바 있다. 기숙사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점 역시 시흥캠퍼스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매년 관악사에 지원한 학생 중 4,000여 명이 탈락하며, 2014년 실시한 '시흥캠퍼스 기숙사 건립을 위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응답자의 약 80%가 기숙사 확충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러한 이유로 서울대는 2007년 국제화 캠퍼스 부지를 공모했고, 9개 후보지 가운데 시흥시의 배곧신도시가 선정돼 시흥시와 2009년 6월 첫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철수 전임 기획처장은 “신도시를 구성 중이던 시흥시는 서울대의 브랜드 가치를 보고 적극적 투자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2009년 8월 이정재 명예 교수가 서울대에 제출한 ‘서울대 국제캠퍼스 및 글로벌 교육·의료 클러스터 기본구상안’은 대학이 도시와 장벽 없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오픈캠퍼스’를 컨셉으로 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서울대는 시흥시의 지역 문제를 공동 연구하고, 교육 수준을 향상시키며, 시설을 개방하는 등 지역 발전의 중심이 되고 시흥시는 대학에 인적, 물적 자원을 제공함으로써 두 주체가 동반 성장해갈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를 위해 배곧신도시 전체 개발 가능 면적의 약 32%인 826,367m²(약 25만평)을 서울대가 소관하며 이는 국제캠퍼스와 연구 시설, 협력연구병원 등으로 구성된다는 계획이었다. 국제화를 위한 방안으로는 외국인 3,000명이 있는 캠퍼스를 조성하고 해외 유수 대학이 10여 개의 기숙사에 대한 교육과 운영을 하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후 2차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서울대와 시흥시의 합의 하에 2011년 9월 ‘서울대 국제캠퍼스 마스터플랜’이 수립됐다. 이를 바탕으로 2011년 12월 오연천 당시 서울대 총장과 김윤식 시흥시장은 ‘서울대 시흥 국제캠퍼스 및 글로벌 교육·의료 산학클러스터 조성사업 관련 기본협약서’를 체결했으나, 관련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채 2012년 배곧신도시는 착공에 들어갔다. 2013년 3월 기획과는 △글로벌 리더십 캠퍼스 △교직원 아파트 △의료클러스터 △산학연구 클러스터 △부속학교 등을 제시한 300여 페이지 분량의 ‘시흥캠퍼스 초기 제안 컨텐츠’를 발간했다.

2013년 8월 시흥캠퍼스 조성을 위한 민간사업자로 한라건설이 선정되며 그 과정에서 학생사회에 시흥캠퍼스의 존재가 공론화됐다. 이에 학생 사회는 “2009년부터 추진된 사업이 4년간 감춰진 것”이라며 밀실추진을 규탄했고, 특히 연세대가 송도 국제캠퍼스에 13학번 신입생들을 한 학기씩 의무 기숙시키자 시흥캠퍼스의 RC 역시 이와 유사한 형태일지 모른다는 우려가 증폭됐다. 당시 부속 합의서와 사업협약 등이 체결되고 12월에는 실시협약을 체결할 계획임이 알려지는 등 논의가 급물살을 타자 학생들은 천막 농성과 삭발, 단식 등 격렬한 저항을 이어갔다.

 

RC, 논란의 시작

학생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거주 대학(Residential College, RC) 계획은 집중적인 비판 대상이 됐다. 임정기 당시 기획부총장(의예과) 명의로 “특정 대학, 학부의 이전이 전제되는 RC나 신입생 의무 수용 등의 방식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는 내용을 담은 메일이 구성원들에게 발송됐고, 오연천 당시 총장 역시 국정 감사에서 유사한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실시협약 내용의 바탕이 된 지난 5월의 서울대 이사회 의결안에는 RC가 여전히 회자되고 있어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대 공공성을 위한 학생 모임’(공공성 모임) 김상연 대표(사회학과·12)는 지난 7월 임시전학대회에서 “시흥시는 상주 인원 확보를 원한다”며 “시흥시가 나중에 특정 단대나 학년 이전을 기대할 때 서울대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해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RC는 비교적 최근 한국에 도입된 교육모델로, 그 기원은 개별 RC들의 연합체로 종합대학(university)이 형성된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다. 이들 대학에는 여러 지역에서 모인 학생들이 대부분 기숙사에 머무르며 교육을 받는다. 영화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마법학교가 이러한 문화를 반영하고 있는데, 거주와 교육이 함께 이뤄지는 각 RC가 학생들에게 소속감의 단위가 된다.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등 미국 대학들을 필두로 다수의 대학이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종합대학을 구성했다. 즉 성공적인 RC 모델로 꼽히는 대학은 그 성립부터 주어진 조건에 따라 자연스럽게 거주와 교육이 한 공간에서 이뤄진 경우가 많다. 이는 △대학생들의 주거 불안 해결 △공동체 정신과 사회성 함양 △집중적인 교육 프로그램 구성 가능 등의 장점을 가져 대안적 대학 교육 모델로 제시된다. 우리나라에는 연세대와 한동대 등 10여 개의 대학이 RC 모델을 적용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평의원회가 지난 2월 발표한 ‘학내 구성원의 주거복지 실태 및 RC 사례 연구’에서는 “이미 학과 및 단과대 체제가 공고한 서울대가 이러한 체제와 매우 이질적인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평의원회 연구에서는 RC 모델을 적용하는 데 있어서 △교육 과정의 체계성과 전체 학사과정에 대한 연계성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에 대한 재원 △의무 기숙에 따른 학생들의 자율성 침해 등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연세대 국제캠퍼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학생 사회의 이원화로 인해 학생 자치와 동아리 활동이 어려워지고, 신도시인 주변 지역에서 풍부한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없다는 점 역시 심각한 우려를 야기하고있다.

본부는 시흥캠퍼스를 통해 한국형 RC 모델을 개발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기획처는 “연세대 국제캠퍼스가 RC의 전형은 아니다”라며 “학생들이 원치 않으면 단순히 주거만 이뤄지는 기숙사를 만들 수도 있지만, 그것이 최선은 아니기에 새로운 형태의 교육 프로그램을 연구 중”이라 전했다. 지난 6월 기획처가 마련한 공청회에서 박희수 선임 주무관은 ‘모듈형 교육̓을 한 예시로 제시하며 “예를 들어 스페인에 대해 배운다면 스페인 문화, 언어, 예술을 함께 체험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동아리나 학생 자치를 위한 공간 역시 확보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밴드 동아리가 합숙하면서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평의원회 연구에서는 “기숙사가 존재하기에 가능한 매력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도구성 교양과목이나 소규모 토론수업 등 물리적 여건이 미흡해 관악캠퍼스에서 시행하기 어려운 과목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엇갈린 소통이 불신을 키우다

본부는 소통의 근거로 시흥캠퍼스 논의가 오랜 기간 공론화돼왔고, 대화협의회와 기숙사프로그램위원회 등이 운영됐다는 사실을 제시하나 학생들은 ‘밀실 논의’와 ‘일방적 추진’이라는 주장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는 학내에 아직 시흥캠퍼스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본부가 시흥캠퍼스 조성을 전제로 소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경우 교수(재료공학부)는 지난해 6월 대토론회에서 “발전계획서가 시흥캠퍼스 추진에 정당성을 준다고 하지만 발전계획서에 제시된 다른 계획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서울대의 발전 방향에 대한 구성원의 공감이 있어야 거대 사업의 추진 동력이 확보될 것”이라 지적했다. 학생들은 시흥캠퍼스의 필요성부터 학생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6월 총학이 주최한 학생사회 대토론회에서 방승현 씨(지리학과·14)는 “시흥캠퍼스 계획 기반에 깔려 있는 서울대가 누구를 위한 미래”냐고 반문하며 “본부는 우리에게 필요성을 물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2014년 하반기부터 1년여간 논의가 중단된 것은 본부의 이러한 인식을 반영한다. 2013년 학생들의 격렬한 저항 결과 대화협의회와 기숙사프로그램위원회 등의 소통 창구가 마련됐다. 그러나 기획부총장, 기획처장, 시흥캠퍼스 사업 단장 등이 참여해 그 의미가 크다고 여겨졌던 대화협의회는 2014년 7월 성낙인 총장이 부임하고 시흥캠퍼스 관련 논의가 물밑으로 가라앉으면서 사실상 운영이 중단됐다. 7차례의 예비교섭을 거쳐 만들어진 대화협의회의 운영지침에는 “월 1회 정기회의를 원칙으로 하며 필요시 수시로 운영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4년 9월의 5차 회의 이후 8개월 만에 6차 회의가, 그리고 또 1년 만에 7차 회의가 열렸을 뿐이다. 이에 대해 본부는 “큰 규모의 사업인 만큼 신임 총장이 사업의 필요성이나 안정성을 검토해야 했다”며 “논의를 진행할 만큼 진척된 사항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인문대 김광민 학생회장(철학과·13)은 지난 6월 공청회에서 “학생은 학교의 외부인이 아닌 내부인”이라며 “숙려 기간은 본부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필요하기에 함께 숙려하자고 만들어진 기구가 대화협의회”라고 말했다. 

즉 본부와 학생들은 ‘소통’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달 22일(월)의 실시협약 체결에 대한 상반된 반응 역시 이러한 입장차를 드러낸다. 본부는 총학에 실시협약 전 대화협의회를 열 것이라는 약속도 지키지 않은 채 불과 30여 분 전 이를 통보했다. 이를 두고 ‘날치기 통과’라는 비판이 일자 이근관 기획처장(법학전문대학원)은 “실시협약 체결은 이사회 의결사항이었다”며 “총학 지도부와 공유한 틀 안에서 최종 실시협약이 체결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대위는 “실시협약과 시흥캠퍼스 자체를 반대했던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실시협약이 밀실 체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생들은 여전히 시흥캠퍼스의 필요성에 동의하지 못하고 있고, 매번 ‘구성원과의 전면 재논의’를 내걸었던 학생들은 이것이 반영되지 않았던 상황을 ‘불통’이라 여기고 있다.

또 본부가 시흥캠퍼스 사업이 서울대의 필요에 의해 시작됐다면서도 10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대략적인 윤곽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역시 지적된다. 이는 ‘내실 없는 양적 팽창’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이미 본부에 대한 신뢰를 잃은 학생들에게 베일에 싸여있던 시흥캠퍼스가 어느 순간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주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주고 있다. 기획처는 “실시협약은 가장 기초적인 수준의 논의일 뿐”이라며 “10년, 20년에 걸쳐 조성돼야 할 캠퍼스를 지금 시점에서 확정 짓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문대 김광민 학생회장은 지난 6월 기획처 공청회에서 “(본부는) 모든 것이 아이디어일 뿐이라고 하는 상황”이라며 “학생들은 시흥캠퍼스가 어떤 모습일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흥캠을 지을 돈은 어디서 어떻게?

 

삽화: 이은희 기자 amon0726@snu.kr

 

시흥시는 서울대 캠퍼스를 유치하기 위해 20만평의 부지와 4,500억원 상당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는위의 그림과 같이 서울대와 시흥시, 한라건설이 참여하는 구조 속에서 이뤄진다. 지난 1월 한라건설이 건설한 아파트인 ‘한라비발디’는 모든 세대의 분양을 완료했으며 기획처는 “이에 따라 1,500억원의 손익연동금 역시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획처는 초기 자본인 4,500억원으로 건물을 지은 뒤 산학협력을 통해 자산운용수익을 마련하는 등의 방식으로 추가 재원을 마련해 캠퍼스를 조성해갈 것이라 밝혔다. 체계적인 재정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기획처는 “실시협약조차 체결되지 않아 부지 마련이 확정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다른 사업에 참여해 자금 조달 방안을 확보하기는 어려웠다”고 설명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재경위원회 심의도 거쳤다”는 입장이다.

학대위는 시흥캠퍼스가 대학기업화의 연장선에 놓여 있으며 대학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입장이다. 공공성 모임 대표이자 학대위 위원장인 김상연 씨는 “대학기업화는 대학이 사회적 필요가 아니라 이윤 논리에 따라서 운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정이 확보되지 않은 채 조성되는 캠퍼스는 △기업의 투자와 공간 임대에 운영 자금 의존 △외부업체 입점으로 인한 학내 물가 인상 △기업의 이해관계에 의한 연구 자율성 훼손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상연 씨는 “신도시 건설이라는 부동산 투기 사업에 편승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 역시 공공성을 우선순위에 둬야 할 대학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학생사회 대토론회와 임시전학대회에서는 산학협력이 연구 자율성 훼손과 직접적인 연관을 갖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다수 제시됐다. 농생대 이탁규 학생회장(지역시스템공학과·14)은 “정부의 연구지원이 늘어나면 더 좋지만, 이것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당장 학우들이 연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산학협력의 방식이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산업공학과 정유민 학생회장(산업공학과‧14)은 “산학협력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공대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재화와 서비스를 모두 국가가 제공할 수는 없기에 어떻게 보면 산학협력은 필수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희수 선임 주무관은 “OLED나 자율주행 자동차 등 새로 부상하는 분야를 위한 연구실 수요가 존재한다”며 “기술의 최전방을 지키고 사장되고 있는 연구 성과를 특허화해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게 서울대의 의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산학협력 확대가 연구 기회를 확대하고 재정을 확보할 수 있게 하기에 오히려 서울대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서울대의 재정은 크게 국고출연금, 등록금, 기부금, 산학협력단 연구비, 그리고 수익사업을 통한 이윤으로 마련된다. 이정재 교수는 “서울대의 재정자립도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고출연금을 더 확보하기는 어렵다”면서 “게다가 국가 재원을 받는다는 것은 국가 통제로 들어가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립적 연구를 위해서라도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어야 한다”며 “적극적 자산 운용으로 대학 운영에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해외 대학과 같이 시흥캠퍼스의 산학협력단지가 법인 서울대의 활로가 될 것”이라 주장했다.

 

Q. 시흥캠 주변의 교통은 어떤가요?

A. 배곧신도시 부지에는 아직 공사가 한창이기에 대중교통편 확보 방안 역시 계획 단계에 있다. 현재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이 시흥캠퍼스 부지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이지만 이 역시 자동차로 10여 분이 소요되는 거리다. 시흥시청 배곧공사과는 “월곶-판교선이 2019년경 완성될 것이고 강남으로 향하는 광역급행버스 등도 논의 중”이라며“기타 버스 노선은 신도시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추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남순환고속도로를 이용하면 관악캠퍼스에서는 자동차로 30여 분이 소요된다. 본부는 “수요를 고려해 셔틀버스를 운영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운영에 수십억원의 비용이 필요해 안정적으로 공급될지는 미지수다. 연세대 국제캠퍼스의 경우 셔틀버스가 부족해 사전예약이 어려우며, 지난해에는 연세대 학생에게 지급되는 광역급행버스 이용권까지 사라져 학생들의 불편이 증대됐다는 지적이 일었다.  

 

Q. 배곧신도시의 현재 분위기는 어떤가요?

A. 배곧신도시는 서울대가 들어선다는 것을 전면에 내세웠으며, 신축아파트와 상가 대부분은 분양이 완료됐다. 즉 신도시에 입주가 예정된 주민들은 이미 시흥캠퍼스가 들어설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기자가 지난달 방문했던 배곧신도시의 곳곳에는 ‘서울대학로’ ‘서울대 부동산’ ‘서울대 교육특구’ 등 서울대의 이름이 내걸려 있었다. 이는 부동산 이익과 맞물려 과장된 광고가 사용되고 아직 논의과정 중에 있는 사항을 언론이 이미 확정된 것으로 보도한 탓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서울대가 시흥시와 논의를 오랜 시간 진행해온 데 있다. 학생들의 반대에 대해 ‘시흥배곧신도시 총연합회’는 “서울대학생들이 이기적이고 무책임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반응을 내놓는 한편, 지난달 11일에는 “23일까지 실시협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관악캠퍼스에서 시위를 벌일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Q. 서울대 병원은 어떻게 되나요?

A. 시흥시에 대형 병원이 없는 상황에서 다수의 주민이 서울대병원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배곧신도시에 대한 부동산 홍보 책자에는 서울대 캠퍼스 부지뿐 아니라 서울대병원 부지까지 소개돼 있었다. 이는 초기 논의단계에서는 서울대병원이 자주 논의에 올랐고, 논의 과정에서 구체적인 규모까지 언급했을 뿐 아니라 양해각서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대병원은 “현재 설립 여부가 정해지지는 않은 상태”라며 “재정적인 면뿐 아니라 대규모의 시설을 운용할 여력이 있는지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덧붙이자면 서울대병원과 서울대는 다른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5월 전학대회에서 김상연 씨가 현장 발의한 ‘실시협약 저지안’이 채택된 이후 총학은 ‘시흥캠퍼스 전면 철회’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수년간 논의가 진행돼왔고, 특히 실시협약으로 사업이 법적 효력을 갖게 된 지금 사업 전체를 백지화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김윤식 시흥시장 역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시흥캠퍼스 유치는 확정됐다고 단언하며 “약속이 이행되지 않으면 서울대와 시흥시가 공모해 엄청난 사기분양을 한 것이 된다”고 말했다. 2014년 강창우 당시 기획부처장(독어독문학과)은 이미 “할지 안 할지 논할 시기는 지났다”고 말하며 “법적 문제를 떠나 사업을 먼저 제안한 서울대는 도의적 부분에서 책임과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는 ‘일방적, 밀실 추진’의 결과물로 여겨지는 시흥캠퍼스가 본부에게는 ‘지켜야 할 약속과 책임’이 된 것이다.

그러나 학대위는 기획처에 보낸 학생사회의 입장 및 요구서를 통해 “이번 실시협약 체결은 결정적인 순간에 본부가 학생 의사를 어디까지 무시하고 조롱할 수 있는지 드러냈다”는 입장을 전했다. 학대위 김상연 위원장은 “날치기 식으로 통과된 실시협약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전면 철회 기조를 계속해서 유지할 것임을 밝혔다.

20만평의 부지와 4,5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는 것은 서울대의 발전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1년간의 논의 중단은 체계적인 계획을 구상하고 추진하는 것을 가로막았고, 그 필요성을 학내 구성원들이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체계적인 계획 없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은 시흥캠퍼스를 ‘학생 배제’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시흥캠퍼스가 백년대지계의 시작이 될지, 오점으로 남을지는 앞으로의 노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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