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도시, 시원한 마을숲
뜨거운 도시, 시원한 마을숲
  • 대학신문
  • 승인 2016.09.04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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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과학부 윤여창 교수

가을에 든다는 입추가 지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래도 더운 공기는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 지난 여름 한 달이 넘도록 낮은 물론 밤에도 열탕 지옥에서 고생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무더위를 어떻게 보내셨나요? 어떤 이는 하던 일을 계속하기 위해 에어콘을 틀어 놓고 지냈을 것이다. 그는 전기료를 더 냈을 것이고, 그에게 전기를 공급한 전력회사는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더 많은 석탄을 태웠을 것이다. 이렇게 더위를 견디기 위해 전기 사용량이 많아지면 전력회사는 더 많은 원자력발전소를 지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자녀들, 손자손녀들에게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선 방출 물질을 더 많이 물려주게 될 것이다. 여름 방학 중 대부분의 날을 연구실에서 보낸 나도 에어콘을 켜고 더위를 견딘 날이 많았다.

어떤 이는 일을 잠시 접어 두고 뜨거운 도시를 떠나 산과 바다로 더위를 피했을 것이다. 피서지로 갈 때 우리는 보통 기차나 자동차를 타고 간다. 피서지로 갔다 오면서 화석연료를 태우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해 지구온난화에 기여하게 된다. 나도 이번 여름 더위를 피하려 숲 속에 자리한 산사를 찾았다. 그곳은 기차가 닿지 않는 곳이어서 자동차를 타고 갔다 왔다.

나는 매달 한 번은 고향에 계신 노모를 뵈러 시골집에 간다. 어머님이 사시는 시골집 앞에는 몇 그루의 느티나무가 심겨져 있다. 이번 여름 무더위에도 그 느티나무는 어머니가 더위를 견디시는 데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였다. 불효자는 더운 날 에어콘으로 시원한 연구실에 앉아 걱정만 하지만 고향집 앞 느티나무는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 가까이에서 노모를 보살펴 줬다. 참으로 고마운 나무다.

내가 사는 동네 서울은 올 여름철 참으로 더웠다. 만약 서울의 마을마다 숲이 있었다면 이번 여름 서울은 덜 더웠을 것이다. 숲이 있는 마을과 없는 마을은 기후가 사뭇 다르다. 한 여름 한 낮에 남산 숲 속의 기온과 상계동 아파트 속의 기온은 섭씨 7도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만약 도시에 나무를 더 많이 심는다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에너지 소비량이 꽤나 많이 줄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도시에 나무를 더 심어 전기를 덜 쓰게 되면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태우며 내뿜은 미세먼지를 덜 마시게 될 것이며, 후손에게 방사선 방출 물질을 덜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우리가 사는 마을에 숲이 만들어지면 새벽녘에 새소리를 들으며 일어날 것이다. 새소리와 함께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의 마음은 자연을 닮아 갈 것이며, 숲 속에서 계절마다 피어나는 야생화가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아름답게 할 것이다. 마을숲에서 놀며 자란 아이들은 자연 속의 여러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어른으로 자라날 것이다. 이들은 다른 이들과 함께 어울려 살며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마을숲에서 나오는 향기를 맡으며 자란 이들은 아토피성 피부염에 시달리지 않을 것이며, 감기에도 강할 것이다. 이렇게 마을숲은 도시인을 건강하게 할 것이고 에너지를 적게 쓰며 사는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마을숲은 태반이 파괴돼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남아 있는 것도 점차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마을숲이 사라지게 된 원인은 일제의 식민정책에 의한 마을 공동체의 마을숲에 대한 소유권 상실이 큰 몫을 했으며, 도시화로 인한 개발 압력이 크게 작용했고 마을 공동체의 와해도 마을숲이 사라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도시화된 마을의 경우 공동체 정신이 희박한 것이 마을숲이 없어지게 되는 주요 원인이다.으며 자란 이들은 아토피성 피부염에 시달리지 않을 것이며, 감기에도 강할 것이다. 이렇게 마을숲은 도시인을 건강하게 할 것이고 에너지를 적게 쓰며 사는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할 것이다.

도시의 생태·사회적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마을숲이 사라지지 않게 해야 하며, 없어진 마을숲을 복원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우선 마을숲을 지키고, 자투리 땅에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에 마을 주민 스스로 나서야 한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우리 학교도 마을 사람들이 마을숲을 지키고 만드는 일을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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