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감골 식당 채식 뷔페

공강시간을 틈타 편의점에서 흡입하는 컵라면, 과방에서 편하게 시켜 먹는 배달음식, 끼니나 때우자 싶어 먹는 햄버거 세트. 식단을 따로 꼼꼼히 챙기지 않는다면 바쁜 학교생활을 하는 누구나 매일같이 먹게 되는 음식들이다. 한두 번은, 아니 세 번도 맛있지만 깔끔한 음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싶을 때 눈길을 돌릴 만한 곳이 학내에 있다. 육류나 생선, 달걀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음식으로 채워진 감골식당 채식뷔페가 바로 그곳이다. 캠퍼스 최초 채식뷔페인 이곳이 만들어진 사연과 함께 이곳을 꾸려나가고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보자.

 

가물었던 ‘콩밭’에서 시작되다

캠퍼스 안팎으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채식식당이 어떻게 서울대에서 문을 열게 됐을까. 시작은 ‘콩밭’이라는 한 동아리였다. 회장 강대웅 씨(영문과·11졸)는 2009년 7월경 인터넷 카페 ‘서울대채식인모임’에서 만난 학내 채식인들과 함께 채식 동아리 ‘콩밭’을 꾸렸다. 동물보호와 생명윤리에 관심을 가졌던 강 씨는 건강, 종교, 환경보호 등 각기 다른 이유로 채식하는 학생들과 함께 채식 정보를 공유했다.

각자 다른 이유로 채식하는 학생들은 학내에 채식할 수 있는 곳이 생기길 바랐다. 학생식당에서 채식을 하기 어렵고, 육류만 빼고 먹으면 영양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강대웅 씨는 “매주 수요일 점심 학생회관에 채식메뉴가 있었지만 채식인들도 맛있게 먹은 기억이 없을 정도여서 다른 메뉴로 학생들이 몰렸다”고 회상했다. 이렇다 보니 채식인들은 생협 학생위원회를 통해 학생회관 채식메뉴 확대를 건의하고, 채식인 모임을 꾸리려는 시도를 이어나가기도 했다.

이렇게 채식인들의 요구를 반영하려는 시도는 이어져 왔지만, ‘콩밭’은 채식메뉴를 지속적으로 건의하며 활발히 활동한 첫 번째 단체였다. ‘교내 채식식당을 도입하자’는 목표에서 출발한 이들은 ‘채식퀴즈 이벤트’를 열고, 간단한 채식요리 시식과 함께 영상회를 개최하는 등 학생들이 채식을 체험할 수 있게 노력했다. 축제 기간엔 ‘채식 장터’를 열어 메뉴를 선보이고, 시험기간엔 ‘채식 머핀’을 판매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강대웅 씨는 “많을 때는 100명 이상이 영상회에 왔다”며 “마이스누에 이벤트 관련 공지를 올리면 조회수가 천 단위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콩밭’의 움직임이 학내에 널리 알려지면서 학교 측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생협에선 교내 일반식당에 연두부와 김을 배치했고, 채식식당 오픈 계획을 알리며 식단 관련 설문지 검토를 콩밭에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콩밭에선 상당수 학생이 채식식당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메뉴 개발에 신경쓰면 많은 학생이 찾을 것이라는 설문 결과를 전했다. 결국 노력이 결실을 맺어, 2010년 10월 제2식당(당시 음미대식당)에 캠퍼스 최초의 채식뷔페가 열렸고, 아시아연구소 감골식당으로 자리를 옮긴 채식뷔페는 여전히 학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모두에게 건강하고 배부른 음식

채식뷔페를 꾸려나가는 사람들은 채식 재료만으로 다양한 메뉴를 내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김치는 젓갈이 빠진 백김치로 교체돼 완전 채식에 가까워졌고, 육류는 콩고기나 버섯, 두부로 대체되고, 육수는 다시마와 말린 버섯, 건고추 등을 사용한다. 정다운 영양사는 “조미료는 버섯을 말려 갈아낸 것으로 대신한다”고 설명했다. 또 깻잎과 견과류를 갈아 만든 깻잎 페스토 파스타와 두부와 토마토에 발사믹 드레싱을 뿌린 카프레제 등 신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정다운 영양사는 “바깥에서 먹어 본 메뉴를 응용해 치즈를 빼거나 두부로 대체해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영양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도 필수다. 김태수 팀장은 “단백질이 부족하기 쉬워 이에 주의해서 식단을 짠다”며 “현미콩밥을 기본으로 콩고기, 두부, 버섯을 사용하는 메뉴를 넣어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건강한 음식들로 채워진 이곳은 채식을 하는 학내 구성원들에겐 한 줄기 빛과 같은 식당이 됐다. 채식주의자인 올리비아 밀번 교수(중어중문학과)는 “이곳에 매일 온다”며 “100퍼센트 채식 식단을 제공하는 곳이 캠퍼스에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학생 알렉스 넬슨(22)씨는 “수유에 살고 있는데 생선도 육수도 먹지 않다 보니 동네에선 먹을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며 “이곳 음식은 신경쓰지 않고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밝은 얼굴로 말했다. 페스코 베지테리언* 안성은 씨(불어교육과·14)는 “요리할 때 손이 많이 가는 짜장이나 튀김 같은 음식이 나오면 일부러 찾아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채식을 하지 않는 구성원들에게도 채식뷔페는 인기를 끌고 있다. 다른 식당에 비해 건강하면서도 신선한 음식을 제공하고, 현미콩밥과 생채소가 준비돼 있어 비슷한 양의 일반 학식보다 열량은 훨씬 낮기 때문이다. “자주 오진 않지만 채식을 좋아한다”는 정지호 씨(화학부·09)는 “두부요리를 특히 좋아해 가끔 찾아온다”고 말했다. 양수현 씨(기악과·15)는 “깔끔한 맛을 즐기는 편이라 건강한 음식이 먹고 싶을 때 찾는다”고 말했다. 채식뷔페는 점심에만 운영되지만 학기 중에는 하루 평균 250명 내외, 방학 중에는 150명 내외의 구성원을 맞이하고 있다. 채소커리, 강된장 취나물밥 등 인기 메뉴가 있는 날이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기도 한다.

채식뷔페에서 음식을 고르는 모습. 이날 주메뉴로는 두부버섯탕수와 도토리묵잡채가 나왔다.

채식을 찾는 사람들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

캠퍼스에 흔치 않은 채식식당인 만큼 채식뷔페는 의미 있는 곳이지만 애정 어린 지적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콩밭의 지도교수였던 한정숙 교수(서양사학과)는 “일반 학식보다 비싼 가격이 더 많은 학생들의 접근을 막는 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다. 현재 채식뷔페의 가격은 7,000원(구성원 6,000원)으로, 학식 가격의 2배 정도다. 좀 더 많은 구성원들의 입맛을 겨냥하다 보니 생기는 한계도 있다. 자극적이지 않은 저염식이 다른 구성원들에겐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어 식단에서 튀김류와 면류 등 탄수화물의 비율이 높고 양념을 다소 강하기 때문이다. 한정숙 교수는 “식재료 고유의 맛을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입맛만 충족시키기는 어려워서인지 양념이 강한 음식도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채식인과 더불어 비채식인까지 사로잡고자 하는 채식뷔페의 고민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대웅 씨는 “채식은 권리라기보다 지향점”이라며 “모두의 건강과 동물의 생명권을 고려하는 배려에서 나온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채식뷔페를 만든 이들은 ‘건강한 선택지’로서의 채식이 더 잘 알려지기를 바라고 있다. 채식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다면 감골식당에 들러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맛깔나는 한 끼 식사는 덤이다.

*페스코 베지테리언: 육류 외에 생선, 우유, 계란은 섭취하는 채식주의자

 

사진: 김여경 기자 kimyk37@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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