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둘러싼 일상사를 넘어 멀리 세상 돌아가는 형펀을 비교적 정확하게 접할 수 있는 수단은 여전히 방송, 통신, 그리고 신문이다. 지금은 어딜가나 모바일 일색이지만, 내가 대학 신입생이었던 약 20년 전만 해도 지면 신문의 영향력이 매우 컸다. 대학신문은 학관이나 1동 입구에 지나갈 때 가급적 챙겨가서 공강 시간에 읽곤 했다. 그 때는 대학신문 여러 코너 중에서도 한 주간 식단표를 가장 먼저 확인하는 즐거움이 컸다. 각종 칼럼이나 기획기사는 과 학회 활동이나 세미나에서 오갔던 이야기들과 맥락이 같아서 옳소, 하고 지나갔다. 만우절 날에는 “교통이 불편한 학내에 지하철 역사가 들어설 계획”이라는 등의 유쾌한 특집호가 발행돼, 종일 동기들과 웃었던 기억이 있다.

학창시절 변변한 기고문 한 번 실어보지 못했던 터에 사회인 신분으로 돌아와 소박하게도 “대학신문을 읽고” 투고 요청을 받게 됐다. 생각도 매체도 다양해진 요즈음 학생들은 대학신문을 많이 볼까 궁금해 하면서 신문을 펼쳐 들었다. 학교의 현안을 학생의 시각으로 다루는 1면 톱 기사부터, 사설, 기자 칼럼, 학교 행사 안내와 사진, 학교 행정 불편사항에 관한 이야기, 일반 독자들 기고문, 서평, 게임 리뷰, 기술의 진보나 새로운 정보를 주는 기사, 노동 문제, 양성 평등 문제, 지역 개발 문제와 같은, 인권 옹호 분야에서 다루어지는 ‘담론’들.

학생이 아닌 직원의 시각에서 눈길이 가는 것은 역시 우리 대학의 현안을 다뤘던 1면 기사다. 학내외 관심을 반영하듯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에 관한 사항이 무려 4면에 걸쳐 기술돼 있다. 그간 경과가 비교적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는데, 학생 사회의 입장과 활동을 전반적으로 알 수 있었고, 특히 직접 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있지 않거나 학교 이슈에 관심이 많지 않은 학생들에게 시흥캠퍼스에 관한 논의를 다시 환기시키는 역할을 했던 듯 하다.

대학신문은 학사 시스템의 문제점이나 중앙도서관과 같은 시설 이용자로서 느끼는 구성원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건강한 공론화의 장이자, 문학, 역사, 철학에 관한 교수님과 학생들의 생각을 살짝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책, 게임, 영화 등 텍스트 리뷰를 읽는 것은 늘 흥미롭다. 글쓴이의 의견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리뷰를 통해서 특정 텍스트에 관한 약간의 지식 습득과 함께 타인의 의견을 나누고 음미하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대학신문의 각 코너에는 감탄할 것이 꼭 한 가지씩은 있다. 흐르는 시간에 내 나이가 더해갈수록 내가 얼마나 허술한 사람인지 알게 되니 더 그렇게 느껴진다.

전체 지면 구성, 편집, 각 칼럼을 채우는 이들의 글 솜씨 모두 손색이 없다. 다만 한 가지, 앞서 언급한 ‘담론’에 관해서는, 우리의 생각이 우리 생각보다 빨리 바뀌지 않아서인지 우리와 세상을 담아내는 대학신문의 문제의식도 20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느낀다. 그러던 중에 “작가들이 작품에서 다루고자 했던 문제의식은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는 지적(10면)이 마음에 걸린다. 앞으로 20년 뒤에는 지금의 문제의식이 낯설기만 한 선한 세상이 되도록, 선한 인재들이 만드는 신문으로서 그 역할을 훌륭히 감당해내기를 기대해본다.

강진명 변호사
법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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