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고기를 좋아한다. 고기 없이 식사를 하고 나면 이내 든든한 간식을 찾을 정도로, 고기를 구워먹을 때 쌈채소를 찾지 않을 정도로 육식을 즐기다 감골식당 채식뷔페 취재를 하게 됐다. 채식에 대해 크게 생각해보지 않은 채로, 오전 수업 연강으로 주린 배를 움켜쥐고 감골식당으로 향했다.

채식뷔페의 음식은 만족스러웠다. 두부버섯탕수육은 여느 탕수육이 그렇듯 바삭하고 달콤했으며, 잡채에 당면 대신 들어간 도토리묵 말랭이는 꼬들꼬들하고 기분 좋은 식감이었다. 아작아작 씹히는 우엉과 곤약조림은 깔끔했고 다시마쌈은 상큼했다. 앞에 앉은 외국인 학생은 몇 번이고 음식을 가져오며 여유롭게 점심을 즐기고 있었고, 옆에 앉은 교수님인 듯한 두 분은 여행 이야기를 즐겁게 풀어놓아 평화로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식당에 다녀온 뒤 채식동아리 ‘콩밭’의 회장에게 취재 요청차 연락을 했을 때, 가능하다는 답과 함께 조금은 겸손하고 의아한 말이 돌아왔다. 동아리가 채식코너가 생기는 데에 촉매제 역할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역할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준비한 질문과 함께 그 이유를 묻고 난 뒤, 별 탈 없이 평화롭게 돌아가는 듯한 식당에 꽤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묻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채식과 관련해 학생들의 움직임은 콩밭 이전에도, 이후에도 계속돼 왔다. 콩밭 결성 전에는 ‘서울대채식인모임’이 있었고, 생협 학생위원회에선 학교와 협상해 학생회관 채식메뉴를 월 1회에서 주 1회로 확대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채식인모임을 통해 학교법인에 채식메뉴 확충을 법적으로 요청할 방법을 찾는 학생도 있었고, 학내 캠페인을 이어나가려는 학생도 있었다. 이렇듯 의견이 나뉜 학내 채식인들은 갈라서서 각자의 방향으로 활동했으며, 그중 단체의 모습으로 지속적으로 활동해 온 것이 ‘콩밭’이었다.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하며 채식을 알려온 이들의 노력은 채식뷔페 설립으로 이어졌지만, 이를 지켜내려는 움직임이 없었다면 채식뷔페는 지금까지 이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채식뷔페가 처음 생겼던 제2식당(음미대식당) 리모델링이 결정됐을 때 채식코너는 잠정적으로 중단될 위기를 맞기도 했다. 콩밭이 활동을 마무리한 시기였기에, 환경 동아리 ‘씨알’에서 교내 설문조사를 실시해 학생 및 구성원들이 채식코너 유지를 원한다는 목소리를 재차 전달했고, 그 덕분에 지금까지 채식뷔페가 이어져올 수 있었다.

‘육식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 살 수 있을까?’ ‘동물 보호를 이유로 채식하는 사람처럼 반려동물을 좋아하는 나도 채식을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채식뷔페의 음식을 즐기면서 얄팍하지만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고민과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콩밭’이 채식뷔페 설립에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것은 사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육식을 즐기는 사람도 채식에 대해 잠깐이나마 고민하게 해 준 ‘콩밭’을 비롯한 모든 이들의 역할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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