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논리보다 우선돼야 할 ‘인간’으로서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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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윤 기자
  • 승인 2016.09.25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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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폭력적 강제철거 예방을 위한 토론회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 노동당 김상철 위원장, 서울시 신중수 주거사업과장 등이 착석해있다.

2009년 재개발이 예정돼 있던 용산 4구역에서는 강제철거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철거민, 전국 철거민 연합회 회원과 경찰 등 6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당한 대참사가 있었다. 이후 제2의 용산참사 예방과 국민 주거권 보장을 핵심으로 하는 ‘강제퇴거 금지에 관한 법률’이 발의됐으나,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한 채 번번이 18·19대 국회에서 폐기됐다. 2016년이 된 지금, 노원구 인덕마을, 종로구 옥바라지 골목 등지에서 여전히 강제철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서울시 주최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폭력적 강제철거 예방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노동당 서울시당 김상철 위원장과 서울시 신중수 주거사업과장의 발제로 시작해, 변호사, 법학자, 판사 등 전문가들이 토론자로 나섰다.

◇강제철거 과정, 무엇이 문제?=이날 지적된 현 강제철거 과정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먼저 사전협의체의 실효성에 관한 의문이다. 사전협의체는 도시정비사업 과정에서 사업시행자와 이주대상자 간 소통을 진행하는 기구로, 충분한 협의를 통해 자발적 이주를 유도할 목적으로 2013년 서울시 행정지침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사전협의체 구성의 법적 구속력이 없어 협의체의 구성원인 자치구 공무원은 감독·행정지도에 한계를 드러내왔다. 신중수 주거사업과장은 “관리처분을 위한 총회*에서 당사자들의 권리와 비용이 확정되면 이후 손실보상액 등에 대한 협의가 곤란하다”며 협의체 운영의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로 집행과정에서 사업시행자에 의해 발생하는 인권침해의 문제가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강훈 변호사는 “비록 이주대상자의 공간점유가 위법이라 하더라도 사업시행자에 의한 단전·단수 혹은 철거의 착수는 이주대상자의 생활과 영업에 심각한 손해를 주는 사실상의 자력집행”이라고 주장했다. 또 현재 민사집행법 등에서 강제철거와 관련한 사전예고 의무규정이 없고, 철거 과정에서 집행관에 의해 위촉된 집행보조자와 사업시행자가 사적으로 동원한 용역들이 뒤섞여 극단적 폭력을 가하거나 재산을 파괴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또한 현장에서 경찰, 집행관, 구청 등 국가공무원들의 소극적 대응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집행보조자와 사업시행자가 동원한 용역들이 뒤섞인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용역을 제재하기는커녕 방치함으로써 폭력행사가 일어날 환경을 제공해왔다는 것이다. 김상철 위원장은 “강제철거 집행현장에서 세입자, 철거민 등의 이주대상자들은 무법적 상황에 놓여있다”고 토로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여연심 인권이사는 “강제철거를 집행하는 주체와 강제력 행사의 범위를 법률이 제대로 정하지 않고, 감독기관마저 불분명하게 설정해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을 예방하려면=토론회에서는 폭력적 강제철거의 예방을 위한 법 개정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신중수 주거사업과장은 행정지침으로 운영 중인 사전협의체를 법제화해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에 관한 조례안이 서울시의회에 계류 중이라고 밝혔다. 인권침해의 문제에 대해선 강제철거 집행에 관한 사전 예고가 이뤄지도록 집행일시의 통지절차를 의무화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철거 과정에 있어서 사업시행자의 자력집행을 막을 수 있게 처벌을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더불어 경찰, 집행관, 구청 등 국가공무원은 이주대상자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전문적 교육 및 훈련을 받을 필요가 있고, 특히 집행관은 집행보조자에게 신분증을 패용하게 해 사업시행자가 동원한 용역과 섞이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보다 중요한 것은 패러다임의 전환=이번 토론회는 강제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법 개정을 주로 논의하는 자리였으나,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개발 우선주의 패러다임과 인간다운 삶을 위한 국가의 주거권 보장의무에 관한 물음을 제기했다. 토론 후 자유발언 시간에 한 참석자는 “아무도 없는 사이 60년 넘게 산 내 집이 강제철거 당했다”며 “피난 살림마냥 지하실 구석에서 남이 내버린 옷과 그릇을 갖고 살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김재완 교수(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는 현재에도 과거와 같은 식의 대규모 재개발·재정비 사업이 이뤄져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취락이나 도시 주변부 환경을 그대로 두면서 거주민을 생각해 환경을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철 위원장은 “현재 재개발·재정비 사업의 의사정족 기준은 75%로 25%의 소수가 존재하는데 뉴타운 사업의 경우 한 구역이 1~2만 명에 이르러 소수는 1000명을 훌쩍 넘을 수 있다”며 개발을 위해 다수의 논리로 소수가 배제되는 시스템에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관리처분을 위한 총회: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시행 후 분양되는 대지 또는 건축시설 등에 대해 합리적이고 균형있는 권리의 배분 내용을 정하는 총회

사진: 이문영 기자  dkxman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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