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전 국민에게 충격을 안겨줬던 진도 5.8의 지진이 올 당시 나는 경주와 멀지 않은 부산에 있었다. 이미 5.1의 지진이 지나갔지만, 막 KTX에서 내렸던 나는 지진을 기차가 일으키는 단순한 진동으로 치부해 버렸었다. 하지만 한 시간 정도가 지난 후 한층 더 강해진 지진이 몰려왔다. 식당에서 밥을 먹다 밥 숫가락을 놓친 사람도 있었고 잔뜩 쌓여있던 식기 몇 개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길거리는 영문을 모르고 뛰쳐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뉴스가 아닌 온 몸으로 겪은 첫 지진이었다.

이번 일이 있기 전까지, 우리나라 사람들 중 공포를 느낄만한 강진을 경험해 본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옆 나라 일본은 과장을 섞어 지진이 ‘밥 먹듯’ 온다지만, 우리나라야 진도 3 정도의 미약한 지진도 뉴스에 크게 보도될 만큼 지진이 없는 나라다. 불과 몇 년 전에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지진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것은 어찌 보면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당시 지진을 느꼈던 몇몇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누군가는 거의 느끼지도 못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관정 도서관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며 지진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지진은 다행히 누군가에겐 느낄 수도 없는 진동으로 지나갔지만, 다음에는 모두가 공포에 떨어야 할 흔들림이 찾아올지 모르는 일이다.

내진설계가 의무화된 우리 학교 건물 중 실제로 내진설계가 된 것은 50퍼센트가 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를 보고 내진설계를 하지 않는 건설사나 건축 담당자를 비난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껏 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품지 않은 것은 비단 그들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이다. 그 누구도 지진을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우리가 몸담고 있는 공간 역시 그러한 흔들림에 준비할 수 없었던 것이다.

요 며칠 사설 구호물품 주문이 늘어나고 지진 배낭을 싸는 법이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오르내렸다.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책을 세우기 시작하고 있다. 나도 우리 학교에 적용될 수 있는 지진대처요령을 찾기 위해 소방서 홈페이지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그중에는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몰랐던 사실들도 있었다. 지진이 나는 도중엔 밖으로 나가려 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니. 지진이 나면 무작정 뛰어나가려 하는 사람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뉴스와 신문을 보니 여러 학자들이 한반도 대지진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자연재해는 인간이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 우리가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예측에 의존할 게 아니라 재해에도 굳건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대피 방법과 필수품에 대해 찾아보고, 사회적으로는 내진설계 보강과 안전점검을 주기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 모두가 막연한 안전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스스로 굳건해지고자 한다면 예고 없는 불청객이 찾아오더라도 최악의 상황만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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