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역류는 유쾌함과는 거리가 멀다. 많은 역류들을 경험해봤지만 가장 유쾌하지 않은 역류는 위산 역류도, 하수구 역류도 아닌 변기 역류다. 내가 밀어낸 배설물이 이합집산을 반복하며 내게로 다시 몰려오는 풍경이나, 화장실 문을 열었는데 타인의 배설물이 변기 가득 역류해있는 모습은 견디기 힘든 종류의 시각적 충격이다.

변기가 막혀 역류하는 일을 관정도서관에서는 유독 자주 목도한다. 변기의 수압이 낮고, 물에 녹지 않는 화장지를 사용하는 탓이다.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7, 8층은 특히 수압이 낮아서 당황스러운 상황을 많이 만나게 된다. 수압을 높인다고 해서 변기 밖으로 물이 튀어나올 일은 살수차 수준으로 수압을 높이지 않는 이상 거의 없을 것이다. 수압을 높인다면 변기 역류 현상도 확실히 줄어들 것이다. 변기 뚜껑을 매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열고 싶지 않다.

관정도서관 화장실 벽면에는 ‘서울대인은 변기에 화장지를 절대로 넣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서울대인이 아니면 변기에 휴지를 넣어도 된다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렴해 물에 녹지 않는 휴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변기가 막혀서 그런 것이라 짐작해 본다. 물에 녹는 휴지는 변기 역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물에 녹는 휴지를 비치하여 변기에 넣는 방식으로 변경한다면 쓰레기로 처리하는 비용이 절감되고, 화장실 내부도 보다 위생적으로 변할 것이다.

변기의 수압을 높이고 물에 녹는 휴지를 비치한다면 더욱 쾌적하게 관정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관정도서관 측의 조속한 개선을 바란다.

전경모
국어교육과·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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