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취재부장

전체학생총회(총회)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7일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 총회 소집이 의결된 후 학대위를 중심으로 총회 성사를 위해 홍보에 열을 올렸다. 철야 천막시위를 비롯해 각 단과대별 설명회, 대중행동에 이르기까지 학대위의 노력은 가열하게 이어졌다. 총회가 성사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만약 성사되지 못하더라도 시흥캠퍼스 사안에 학생들이 관심을 갖게 됐다는 소기의 성과는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총회 소집이 의결된 후 총회가 ‘건강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당시 전학대회에서 논의되던 총회는 지금의 학대위가 주장하는 총회와는 방향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전학대회에 상정된 총회 안건은 ‘시흥캠퍼스 추진위원회 해체와 실시협약 철회를 위해 투쟁한다’와 ‘시흥캠퍼스 설립에 찬성하며 시흥캠퍼스 추진위원회에 참여한다’로, 총회 당일 표결을 통해 학생들의 총의를 정하게 된다. 즉 전학대회에서 의결한 총회는 시흥캠퍼스에 ‘반대’하기 위한 총회가 아닌 시흥캠퍼스에 ‘대응’하기 위한 총의를 정하는 총회라고 보는 것이 옳다.

결국 그간 학대위가 홍보해 온 ‘시흥캠퍼스 반대를 위한 총회’는 사실상 총회의 안건 중 한 가지를 배제한 채 이뤄지는 편향적인 홍보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간 이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거나 의문을 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더욱 큰 문제는 전학대회에서 총회의 방향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의결됐다는 것에 있다. 총학생회장단과 학생대표들은 총회의 방향성을 저마다 다르게 이해하고 있었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들은 총회의 성사 여부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이다.

이러한 총회의 혼란스런 방향성은 지난 22일 열린 제36차 총운영위원회에서 ‘일방추진 시흥캠, 막아내자 학생총회로’를 대표 슬로건으로 하는 총회 기획단이 인준되면서 ‘시흥캠퍼스 반대를 위한 총회’로 정해졌다. 결국 총회에 참여한다는 것은 자동으로 ‘나는 시흥캠퍼스에 반대한다’는 의미가 됐으며, 총회의 주요 요소인 안건을 둘러싼 찬반 토론은 무의미해졌다. 반대를 위한 총회에 시흥캠퍼스를 찬성하는 학생들이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겠는가.

학대위는 지난 6월 이뤄진 총조사 결과 학생들의 총의가 ‘시흥캠퍼스 전면 철회’로 모였다는 것을 근거로 ‘시흥캠퍼스 반대를 위한 총회’를 주장했다. 하지만 총조사는 총투표나 총회가 갖는 의결의 성격이 아닌 말 그대로 조사의 성격을 지닐 뿐이다. 총조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상위의 기구인 총회의 성격을 총조사 결과로 단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결정적으로 ‘시흥캠퍼스 반대를 위한 총회’로 이를 추진하는 것은 총회가 성사되지 못할 것이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정족수 부족으로 총회가 무산된다면 주장할 소리는 뻔하다. ‘총회는 성사되지 못했지만 이렇게 많은 학생이 시흥캠퍼스 추진에 반대하고 있다.’ 결국 총회의 성사는 그들에게 중요치 않은 것이 될 것이며, 그들은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또다시 주장하게 될 것이다. 총회가 성사되지 못했을 경우 오는 정치적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탈출구를 마련했다는 것 이상의 생각은 들지 않는다. 총회가 성사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일까. 그렇다면 애초에 왜 총회를 주장했던 것일까.

이런 상황에서 공대 학생 대표자 회의의 입장서는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다. 그들은 학대위를 중심으로 편향 추진되는 현재의 총회를 거부하고 보다 중립적인 총회가 돼야 함을 주장했다. 이는 학생 대표들 간의 합의가 이뤄지고 있지 않는 현실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다. 전체 학생의 총의를 모으겠다면서 학생대표들 간의 통일된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총회가 과연 책임 있게 추진될 수 있을까.

이번에 소집될 총회는 어떻게 평가받게 될까. 섣부른 선택과 어설픈 추진으로 점철된 최악의 총회가 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사된 기적의 총회가 될지는 이제 모든 학생들의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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