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수) 열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 총학생회(총학)가 작성한 인권 가이드라인 초안이 인준됐다. 이로써 학생 측 안이 확정돼 인권 가이드라인 제정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2012년 인권센터가 인권 가이드라인 제정을 시작한 이래 오랜 기간 진척이 되지 않고 있던 중 58대 총학이 관심을 보이면서 학생 사회가 초안을 마련하게 됐다. 총학은 지난 3월부터 학생 토론회를 개최하고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초안을 작성했으며 이번 전학대회의 인준을 거쳤다.

총학이 제시한 초안은 서울대의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사생활, 집회, 교육과 연구 등을 포함해 다양한 권리의 보장을 규정하고 있다. 대학은 학문의 발전과 교육의 실행이라는 목표를 위해 학생, 교수, 직원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상호작용하면서 협력하는 공동체다. 연령, 성별, 국적, 법적 지위 등이 서로 다른 다양한 인원들로 대학공동체가 구성돼 있는 만큼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고 상호 권리를 존중하는 인권의식의 향상과 실행이 이뤄진다면 각 구성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대학사회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

학생들의 초안이 마련된 상황에서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교원과 직원 등 다른 구성원들이 내용에 공감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참여와 토론을 통해 공론화하는 절차다. 실질적인 논의과정을 거쳐 모두가 인권 가이드라인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일 때에야 구성원들의 진정성 있는 실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공감대 형성과는 별도로 인권 가이드라인에 실질적인 효력을 부여하는 노력 역시 필요하다. 인권 가이드라인이 단순한 선언적 효력만을 가진다면 지금까지 이뤄진 수많은 노력과 논의들은 단지 유명무실한 외침에 그칠 위험이 있다. 2006년 교수윤리위원회가 발표한 ‘교수윤리헌장’ 역시 강의, 연구, 사회적 참여, 학생과의 관계 등 다양한 항목에서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했으나 현재 그것이 실효성 있게 지켜진다고 보기 어렵다. 앞으로 총학과 본부, 그리고 인권센터의 논의에 따라 인권 가이드라인이 학칙 혹은 인권센터의 규정에 반영될지 등 그 성격이 정해질 것이다. 인권 가이드라인이 학내 인권의식 향상과 인권문제 예방을 위한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려면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실질적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절차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서울대는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본부는 학내에 준사법기구의 성격을 가진 인권센터를 설치해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한 상담과 조사를 시행하도록 했고, 총학은 지난해 산하에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를 구성해 학생 사회의 인권문제에 대처해 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톡방 사건 등 인권문제의 끊임없는 발생은 우리가 가야할 길이 아직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권 신장을 위한 서울대의 지금까지의 노력의 결실이 인권 가이드라인이라 할 수 있다. 인권 가이드라인이 실질적인 힘을 가지고 서울대의 인권 의식 제고를 위한 또 하나의 시작이 되기 위해 구성원들의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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