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코딩교육 열풍, 서울대는?

가히 코딩 열풍이다. 알파고가 우리 사회에 던진 파장 이후, 제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에 대한 무성한 담론의 홍수 속에서 코딩 교육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2018년 초·중·고 교육과정에 소프트웨어 교육을 도입시킨다는 방안을 내놨고, 유아부터 어른까지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코딩학원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성균관대, 서강대, 국민대 등의 일부 대학들에서는 코딩교육을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필수교양 과목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전문가들의 영역, 혹은 컴퓨터 덕후들의 독특한 취미로 여겨졌던 코딩은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서울대 학생들이 어떤 이유로, 어떻게 코딩을 배우고 있는지 살펴본다.

그들은 왜 코딩을 배우나

코딩은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소프트웨어를 짤 때 사용하는 언어를 프로그래밍 언어라고 하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코딩 교육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시대라고 할 수 있는 오늘날 많은 직종이 IT 기반으로 바뀌어 코딩 능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데이터 처리 능력이 모든 학문 영역에서 중요해짐에 따라 코딩을 배우는 비전공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다수의 학생들이 스타트업 창업에 대한 관심 혹은 기술 분야를 이해하려는 목적으로 코딩을 공부한다. 이상흔 씨(중어중문학과·10)는 코딩을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어서 개발 공부를 시작했고, 현재는 개발 자체에 관심이 생겨서 개인적으로 공부 중”이라고 밝혔다. 유병준 교수(경영학과)는 “학부생 창업이라는 것이 서비스 창업이 많은 편인데 웹페이지 제작을 본인이 직접 할 수 있으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창업이 훨씬 수월해진다”고 설명했다. 기술에 대한 단순한 이해의 수준을 넘어서 기술 영역의 전문가를 꿈꾸는 컴퓨터 비전공학생들도 있다. 양지환 씨(경영학과·16)는 “IT분야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있고, IT기업에서 데이터 분석, 시각화에 관한 일을 하고 싶어 이를 위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코딩을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엔 취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컴퓨터공학을 부전공하게 됐다는 김기돈 씨(중어중문학과·10)는 “컴퓨터공학을 공부하며 기술 영역의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하나의 세상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 코딩의 매력”이라고 밝혔다.

한편 빅데이터 시대에 수많은 데이터들 가운데 필요한 데이터를 찾아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분야를 막론하고 중요해짐에 따라 각자의 학문과 접목시키기 위해 코딩을 배우는 학생들도 있다. ‘컴퓨터 언어학’ 수업을 통해 처음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게 됐다는 김현진 씨(언어학과·14)는 “최근엔 기계학습이라는 분야에 관심이 생겨 이를 통해 기존의 이론 언어학을 검증하고 수정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기계학습 분야를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어학에서는 어떤 언어현상에 대해 연구하고자 할 때 필요한 자료를 코퍼스(말뭉치)로부터 효과적으로 추출하기 위해 코딩을 사용한다. 신효필 교수(언어학과)는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있어 간단한 코딩이라도 할 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크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인문학의 영역인 역사학과 국어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방대한 역사적 사료로부터 필요한 자료를 추출할 때, 문학작품의 문체를 분석하는 경우에 데이터 처리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코딩을 배운다. 저널리즘과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는 언론정보학에서 역시 데이터 처리는 날이 갈수록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사람들의 삶이 네트워크화되면서 사람이 아닌 데이터가 저널리즘의 주된 정보출처가 됐고, 사람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인터넷을 매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신문이나 방송 직군에서 데이터를 잘 분석하고 표현할 줄 아는 능력이 점차 강조되면서 ‘데이터 저널리즘’과 같은 수업을 통해 코딩을 배우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모두가 코딩 할 수 있는 시대

컴퓨터 비전공자들이 자신의 분야와 코딩을 접목시키고, 기술 분야의 전문가를 꿈꿀 수 있게 된 것은 코딩이 예전과 비교해 쉬워졌다는 사실에 힘입은 바 크다. 코딩에 사용되는 언어는 크게 상위언어와 하위언어로 나눠볼 수 있다. 상위언어일수록 사람의 사고, 인간의 언어에 가까워 이해하기 쉽고 사용하기 편하다. 반면 하위언어일수록 기계어에 가까워 컴퓨터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쉽지만 사람에게는 어렵다. 이광근 교수(컴퓨터공학부)는 “코딩에 사용하는 언어가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상위의 언어로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며 코딩의 진입장벽이 과거에 비해 낮아졌다고 말했다. 즉 사람이 이해하기 쉬운 파이썬(Python), 자바(Java), 루비(Ruby) 등의 언어들이 꾸준히 개발되며 비전공자들도 상대적으로 쉽게 배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또 필요한 코드 부품(라이브러리)들이 방대하게 모아져 있기 때문에 예전과 비교해 코딩이 쉬워졌다. 이미 만들어진 다양한 코드들이 축적돼 있어 그 가운데 필요한 코드를 가져다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혼자서 코딩 공부를 시작했다는 박시후 씨(자유전공학부·16)는 “파이썬이라는 언어의 경우 비전공자도 다루기 쉽게 만들어져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코딩이 사용되고 많은 학생들이 코딩을 배우고자 하는 등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학교에서 비전공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제공하는 교육은 아직까지 부족하다. 실제로 현재 비전공학생들이 코딩을 배우고자 할 때 수강할 수 있는 과목은 ‘컴퓨터의 개념 및 실습’ 한 강좌만 개설돼 있을 뿐이다. 유병준 교수는 “경영학과에도 코딩의 필요성을 느껴 배우려는 학생들이 많아졌는데 공급에 제한이 있다 보니 듣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컴퓨터공학부에서는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코딩을 통해 컴퓨터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교양과목 개설을 신청해놓은 상태지만 진전이 더디다. 박근수 교수(컴퓨터공학부)는 “요즘 무엇인가를 만들 때 소프트웨어를 통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 개발에 참여하는 전공자와 비전공자 간의 소통 문제가 중요하다”며 “코딩을 이해해야할 필요성은 커지고 있는데 교육의 제공 측면이 더딘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사진: 강승우 기자 kangsw0401@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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