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영리코딩교육단체 ‘멋쟁이 사자처럼’ 이두희 대표

서울 삼성동 구글캠퍼스에서 만난 이두희 대표는 코딩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며 "코딩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 비전공자들을 모아 코딩을 가르치는 단체가 있다. “누구나 9주 교육만 받으면 페이스북, 카카오톡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멋쟁이 사자처럼’이다. 멋쟁이 사자처럼 1기의 시작은 미미했다. 이두희 대표는 ‘비전공자들이 코딩을 배우면 어떤 새로운 일들이 생길까’라는 호기심에서 서울대 캠퍼스에 무료 교육 안내장을 붙였다. 그런데 2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연락을 해왔고, 그 가운데 30명을 선발해 9주간 함께 코딩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창업을 생각하는 학생뿐 아니라 코딩을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학생들이 모였다.

원래 1회성으로 기획했던 일이지만 여기저기서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소식을 접한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2기, 3기를 거치며 확대돼 2016년 멋쟁이 사자처럼 4기는 무려 전국 81개 대학교 1,182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지난달 23일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선정하는 ‘구글 임팩트 챌린지’ 결선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코딩을 처음 접하는 비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어떻게 이뤄질까. 루비, 자바스크립트 등의 코딩언어와 같은 기술적인 교육은 주로 인터넷 강의를 통해 전달하지만 실질적인 학습이 이뤄지는 것은 ‘팀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팀을 이루고, 각 팀별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서로를 평가한다. 또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코딩을 이용해 실제 서비스를 구현해내는 ‘해커톤’을 통해 학생들은 서로의 서비스를 평가하며 함께 학습한다. 이두희 대표는 “사실 9주의 교육기간 동안 가르치는 것은 1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며 “코딩을 배워서 만들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스스로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비전공자들이 과연 9주 만에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 대표는 “과거와 비교해 코딩이 쉬워졌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쉬운 코딩 언어가 많아지면서 복잡한 중간과정을 생략한 채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자기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또 “소프트웨어의 경우 오픈소스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어 개발에 필요한 재료 역시 갖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멋쟁이 사자처럼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만들어낸 서비스의 수는 212개에 달한다.

그는 오히려 기술보다는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말하며 “비전공자들이 전공자들에 비해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다”고까지 주장한다. 전공자들은 개발을 잘 알기 때문에 잘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생각의 틀에 갇혀버리고 마는데 비전공자들은 실현 가능한지의 여부에 대한 감이 전혀 없어 오히려 생각이 자유롭고 생각의 크기가 크다는 점에서 비교우위를 갖는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비전공자들의 행동력과 개발능력이 합쳐지니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다”고 평가했다.

비전공자의 상상력과 개발능력이 합쳐져 만들어낸 결과물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자소설닷컴’과 ‘메르스 지도’다. 기업별 채용 전형과 일정, 자기소개서 양식을 한 데 모아 제공하는 ‘자소설닷컴’은 이제는 취업 준비생이라면 누구나 방문하는 사이트가 됐고, 메르스 사태 당시 메르스 감염 병원을 알린 ‘메르스 지도’는 500만의 방문자 수를 기록하며 엄청난 위력을 보였다. 이 대표는 ‘메르스 지도’와 같은 사례에서 코딩이 가진 잠재력을 발견한다. 그는 “‘메르스 지도’를 만드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2시간 정도”라며 “2시간의 노력으로 국민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파급력을 미칠 수 있는 수단은 코딩이 유일하다”고 주장했다.

 

사진: 이문영 기자 dkxman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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