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여자화장실에 설치된 비상벨들. 왼쪽 사진은 사건이 벌어진 자연대 504동 화장실의 비상벨이다.

지난 21일(수) 자연대(504동) 화장실에 들어서는 여성 연구원을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한 60대 남성 A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현재 A씨는 특수강간미수죄 혐의로 체포돼 입건된 상태로 관악경찰서는 “추가수사를 면밀하게 해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 밝혔다.

사건은 건물출입이 통제되지 않는 오후 5시에 발생했다. 피해자 진술에 따르면 여자화장실에 숨어있던 A씨는 화장실을 이용하고 나오는 여성을 커터칼로 위협하며 칸막이로 밀어 넣고 성폭행을 시도했다. 이에 놀란 여성이 화장실 칸에 설치된 비상벨을 눌렀고 경보음이 울리자 당황한 A씨는 황급히 달아났다. A씨가 복잡한 건물 구조로 인해 길을 헤매는 사이 피해 여성은 연구사무실에 도움을 요청했고 연구원들이 A씨를 잡아 경찰에 인계했다.

관악경찰서는 “당시 A씨의 핸드폰에 음란물이 저장돼 있었으며 커터 칼을 소지하고 있었다”며 “비상벨 커버가 훼손돼 있었으나 A씨가 훼손했는지는 아직 확인하는 과정에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강남역 살인사건 모방범죄의 우려에 대해 관악 경찰서는 “아직 수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관악경찰서는 “이런 사건들이 학교 내에서 있을 수도 있지만 공중 화장실이라든지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대처 방안을 익히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혐의를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들어갔을 뿐 나쁜 의도를 가지고 들어갔을 뿐 나쁜 의도를 가지고 들어간 것은 아니다”라며 “우연히 여성을 마주쳤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교내에서 발생한 성범죄에 학생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인근 건물에서 실험실 인턴으로 근무하는 박영선 씨(화학부·14)는 “밤늦게 실험할 일도 많고 특히 당일 저녁에 바로 옆 건물에서 실험 중이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서 더 무섭게 느껴진다”며 “학생들이 가장 안전하다고 느껴야 할 학교에서조차 불안해해야 한다는 점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건에 대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강재희 씨(생명과학부·14)는 “등산객들이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연구실 안에 자주 출입한다”며 “504동 2층은 연구실이 밀집해 있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경비원 이봉구 씨는 “504동 2층 출입문이 항시 열려있는데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카드키 시스템이 있지만 저녁 10시까지는 열려있어 외부인이 많이 드나든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그는 “하루에 2시간 간격으로 6번 순찰을 돌고 있지만 이번에도 사건 시간은 저녁식사 시간이었다”며 “하지만 501동부터 504동까지 혼자 관리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말해 출입시스템 보완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편 위급한 상황에서 여성을 안전하게 지켜준 것은 화장실 칸마다 설치된 비상벨이었다. 본부는 비상벨 설치 현황을 파악하고 앞으로 확대 설치할 예정이다. 캠퍼스관리과 온기홍 실무관은 “통합경비시스템이 구축되는 모든 건물의 여자화장실에 비상벨이 설치될 예정”이라며 “소리만 나던 이전과 달리 소리와 함께 신호를 통합관제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어 위치파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비상벨 설치장소가 여자화장실에 제한됐다는 비판에 온기홍 실무관은 “비상벨 자체가 여자화장실 방범용으로 알고 있다”며 “예산대비 큰 효과는 없을 것 같아 남자화장실의 비상벨 설치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현재 인문대 신양(4동), 사범대(11동), 생활대(222동), 미대(50동), 음대(55동), 제2공학관(302동) 3층, 5층을 비롯한 대다수의 단과대 건물에는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 반면 중앙도서관 관정관, 중앙도서관(3열 제외), 학생회관(63동), 제1공학관(301동), 사회대 16동, 중앙전산원(102동), 관악학생생활관(919동) 1층, 문화관(73동), 예술계복합연구동(74동) 등은 비상벨이 설치되지 않은 상태다.

사진(우): 대학신문 snupress@snu.kr
사진(좌): 이문영 기자 dkxman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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