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권력에 경종 울리는 민주적 통제 장치가 돼야
청문회, 권력에 경종 울리는 민주적 통제 장치가 돼야
  • 이지윤 기자
  • 승인 2016.10.0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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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청문회 제도의 개선 방향

여러 번의 청문회 소식이 뉴스에 오르내린 한 달이었다. 지난달 2일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부터 시작해 8~9일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 12일 ‘백남기 농민 사건 청문회’로 이어졌다. 현행법상 청문회는 중요한 안건의 심사, 법률안 심사, 국정감사 및 조사에서 필요한 경우 개회되며 정보 수집을 위해 주요 증인의 출석과 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있었던 청문회는 핵심 증인이 참석하지 않거나 관련 기관으로부터 적절한 자료를 제공받지 못하고, 때론 철저한 사실관계 조사로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긴커녕 여야 간 정치공세의 자리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에선 산소통을 메고 청문회를 찾아온 어린 피해자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옥시의 전 경영진과 보고서를 조작한 교수 등 증인이 대거 불출석하고, 절반 이상의 여당 의원들이 국회 일정 보이콧으로 불참해 논란이 됐다.

국회는 청문회를 통해 중요 현안에 관한 전문적 정보를 얻고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입장을 청취함으로써 의정 활동의 전문성을 높이고 정부의 정책 집행을 감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민주화 이후 국회의 대정부 견제장치로 도입된 취지에 맞게 청문회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강원택 교수(정치학과)는 여야 간 정쟁의 공간이 돼버린 청문회의 현실을 비판하며 “국민의 관심이 높은 사안에 대해선 정부 차원의 조사와 별개로 국회가 사건의 원인과 실상을 밝히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국가리더십연구센터 임채원 선임연구원은 “국회 위원회에서 사실관계나 현안 확인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청문회”라며 “의회가 정부의 실정을 감시하기 위한 충분한 히어링(hearing)의 기능을 하기 위해서 청문회는 실효성 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문회 기능을 약화시키는 구멍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에 따르면 국회에서의 안건심사 또는 국정감사나 조사와 관련해 서류 등의 제출을 요구받거나, 증인·참고인으로서의 출석이나 감정요구를 받은 때 다른 법률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누구든지 이에 응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들이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기관 간 계약의 내용상 비밀유지가 돼야 할 사항이라는 이유로 서류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청문회 출석을 거부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또한 국회증언감정법엔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한 증인이나 서류제출을 거부한 자에 대한 죄가 명문화돼 있지만, 본회의 또는 해당 위원회의 의결로 이뤄지는 형사고발은 과반출석·과반찬성이라는 의결정족수 조건을 충족해야 해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 더불어 현행 국회법상 일반 청문회의 개회 요건이 ‘중요한 안건의 심사’로 제한돼 있어, 위원회가 다양한 소관 현안에 대한 조사를 위해 청문회를 개최하기 어렵다는 점도 계속해서 제기된다.

대통령과 여당이 권력의 대부분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내어주는 만큼 손해고, 공격하는 만큼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제로섬(zero-sum)적인 정치문화가 형성돼 온 것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우리나라는 소선거구제를 바탕으로 한 단순다수제 선거방식을 운영해 대화와 타협보다는 정권획득을 목표로 정부·여당은 방어적으로, 야당은 공격적으로 정치에 임하는 거대 양당 구조를 만들었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 청문회는 또 다른 정쟁이 벌어지는 공간으로 전락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원택 교수는 지금의 청문회가 여야 간 협치를 통한 문제조사와 해결로 이어지지 않고 새로운 정치적 갈등의 출발점이 된다며 “여야 모두 정치적 공세가 아닌 형태로 청문회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효성 제고를 위한 그간의 시도

증인 불출석이나 자료제공 거부 등 청문회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률 개정 시도는 많이 있어왔다. 지난 19대 국회에선 야당 의원들이 공공기관이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명분으로 서류제출을 거부하지 못하게 강제조항을 두는 개정을 요구했다. 또 증인 불출석과 서류제출 거부에 대한 형사고발의 요건을 기존의 ‘본회의 또는 해당 위원회의 의결’에서 ‘해당 위원회 의원 1/3의 발의’로 완화시키는 내용의 개정안 역시 꾸준히 제출돼 왔다.

최근 시작된 20대 국회 국정감사가 여당 의원들의 보이콧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게 되면서 ‘상시청문회법’ 재추진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상시청문회법은 청문회 개회요건 완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며 ‘청문회 활성화법’이라고도 불린다. 현행 국회법의 청문회 개회요건에 ‘소관 현안의 조사’라는 항목을 더해 꼭 중요 안건의 심사가 아니더라도 사회적 쟁점이 되는 문제에 관해 청문회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상시청문회법은 19대 국회에서 여야 과반수 찬성에 따라 통과됐으나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임기만료 직전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과연 20대 국회에서 이를 재의결할 것인지 불투명한 상황에 놓여있다.

 

권력남용에 대한 우려와 새로운 제안

이러한 청문회 제도 개편 방안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정부는 상시청문회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며 “행정부에 대한 견제가 아니라 ‘통제’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시청문회법이 국회의 권력남용을 가져와 삼권분립을 위배하고, 행정부의 업무 차질과 기업의 과중한 부담을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정부는 이미 국회에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행하는 국정감사 제도가 있어 상시청문회법이 도입될 경우 정부에 대한 이중 통제가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정감사를 폐지하고 실효성 있는 청문회가 상시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까지도 고려되고 있다. 강원택 교수는 국정감사가 정기국회 일정과 함께 진행돼 자료 미비, 국회의 부담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형식적인 국정감사보다는 상시적인 청문회나 국정조사로 보다 실질적인 국정감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청문회의 실효성에 관한 문제는 국회의 행정부 견제의 권한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이에 청문회 제도 개편을 통해 국정감독의 기능을 높이려는 접근보다는 근본적으로 내각제나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통해 의회의 권한을 대폭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데이터정치연구소 최광웅 소장은 우리나라의 정치 체제에 관해 “단 한 표라도 많으면 100%를 먹어버리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구조”라며 청문회 문제 등의 피상적인 갈등이 바로 대통령제가 갖는 본질적 한계로부터 비롯된 문제라고 말했다. 내각제는 연립정부를 구성해 상호의존을 바탕으로 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끌어낼 수 있으므로 여야 간, 그리고 행정부와 입법부 간 갈등이 심화되는 현 정치현실에서 충분히 고려할만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최근 있었던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 백남기 농민 청문회 등의 모습을 지켜보며 우리는 적어도 현재 운영되는 청문회를 통해서는 ‘듣고 또 듣는다’(聽聞)는 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음을 알게 됐다. 좁게는 관련 제도의 개편 논의부터 국회와 행정부 간의 권한 조정이라는 큰 틀까지 확장될 수 있는 청문회 문제는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정부를 견제하고 이를 통해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끊임없이 논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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