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 교수 물리천문학부

지구 밖 외계에는 생명체가 존재할까? 이 물음에 답을 줄지도 모를 흥미진진한 뉴스가 가을학기를 앞두고 전해졌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 프록시마 센타우리가 거느린 외계행성이 발견됐다는 소식이었다.

태양계 밖 외계에도 행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20여 년 전 처음 확인됐을 때, 수천 년 동안 짐작만 했던 외계행성의 발견은 인류를 흥분시켰다. 그 후 지금까지 3000개가 넘는 외계행성이 발견됐고 그중에는 물이 존재할 적합한 온도를 가진 지구형 행성도 여럿 된다. 우리 은하의 2천억 개의 별이 평균적으로 행성을 하나씩 갖는다면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행성의 수는 약 백억 개다. 우주에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이 높다고 천문학자들이 생각하는 이유다.

하지만 생명체의 존재를 검증하기는 쉽지 않다. 가능성이 높은 행성을 발견하는 것은 시작일 뿐이다. 현재 기술로는 먼 거리의 행성에 생명체가 있는지 직접 확인하기가 불가능하다.

이번에 발견된 행성, ‘프록시마 b’가 특별한 이유는 광속으로 4년가량 걸리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무인우주선을 보내서 외계행성을 직접 탐사한다면, 그래서 영상을 통해 이 행성의 풍경을 바라보며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를 확인한다면 인류지성사에 그만큼 놀라운 일이 또 있을까? 태양계를 넘어 다른 별로 탐사선을 보내는 일이 시작된다면 첫 번째 목적지가 바로 이 행성이 될 것 같다.

도대체 프록시마 b는 어떻게 발견된 걸까? 직접 볼 수는 없다. 별빛을 반사하는 행성들은 기껏해야 그 행성계 내에서나 볼 수 있다. 화성이나 목성도 태양계 밖에 사는 외계인들이 직접 보기에는 너무 어둡다. 천문학자들은 별의 운동을 자세히 연구했다. 별과 행성은 중력으로 서로를 끌어당긴다. 그 결과 행성은 별 주위를 공전하지만 별도 아주 미세하게 움직인다. 행성이 별을 한 바퀴 도는 11일의 공전주기 동안 별이 움직이는 속도변화를 천문학자들이 정밀하게 측정했다. 그 변화는 대략 초속 1.4미터로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하다. 4광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사람이 걷다가 멈췄다가 다시 걷는 변화를 측정한 셈이다. 천문학의 관측기술이 최첨단임을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생명체 존재가능성 탓에 대중매체들이 들썩였지만 사실 이 행성은 생명체가 살기에는 열악하다. 우선 별에서 너무 가깝다.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에 비해 20분의 1밖에 안 되는 거리에 있는 행성은 별의 영향을 쉽게 받는다. 생명체에 위협적인 엑스선도 지구에 비해서 400배나 강하게 들어온다. 별이 내는 강한 자기장이 행성의 대기나 생명체의 존재에 어떤 심각한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이 행성에 생명체가 살고 있다면 방사능에 강한 색다른 생명체일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이 별은 종종 플레어라고 불리는 폭발적인 현상을 보인다. 아무래도 험악한 환경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지구형 행성들에 비하면 그리 좋은 환경이 아니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외계행성계라서 직접 탐사할 첫 후보로 꼽힌다. 만일 광속의 10-20% 정도를 내는 무인우주선이 개발된다면 대략 수십 년 만에 우주선이 이 행성에 도착할 수 있다. 우리 세대에 불가능하다면 다음 세대에는 가능할 수도 있다. 상상만 해도 벅찬 일이다.

우리는 모두 우물 안에 살고 있다. 우물 밖으로 시선을 돌려 거기서 맞닥뜨릴 새로운 세계를 예측하고 탐험하고 발견하는 만큼 우리가 사는 우물은 확장된다. 수천 년의 인류의 지성사는 우주의 기원을 밝혀왔고 생명의 신비를 드러내왔다. 오늘 내게 보이는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건 어리석다. 인류를 위대하게 만든 힘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이었으며 그것은 21세기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 우주에서 지구가 생명체의 유일한 거주지가 아니라면, 우리 인간이 유일한 지적 생명체가 아니라면 이 생명과 인류의 존재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그 대답은 아마도 우리가 걷는 지적 순례의 길 어디에선가 홀연히 마주칠 것이다.

 

우종학 교수

물리천문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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