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좀 차던 당신, 이젠 필드 위의 축구 스타
공 좀 차던 당신, 이젠 필드 위의 축구 스타
  • 최소영 기자
  • 승인 2016.10.02 0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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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비프로 챔스 리그 - 서울권 대학 아마추어 축구 리그

오랫동안 연마해 온 드리블 개인기, 감동적인 골 세레모니, 내 이름을 외치며 응원하는 관중들. ‘오〜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자란 2030세대라면 누구나 한 번쯤 프로축구 선수를 꿈꿔봤을 것이다. 하지만 산발적으로 개최되는 아마추어 리그에선 이런 꿈을 이어나가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하루쯤은 프로축구 선수이고 싶은 당신을 위한 리그가 탄생했다. 전국적인 아마추어 리그로 확장해 나갈 포부를 가진 ‘비프로 챔피언스 리그’(비프로 리그)가 서울권 대학에서 첫 단추를 끼웠다. 함성과 땀으로 가득한 그들의 경기장에 입장해봤다.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서울권 대학 교내 축구 리그에서 우승한 ‘공 좀 찬다’는 팀들이 축구화를 질끈 묶어 신고 잔디 구장에 모였다. 매년 9월 개최되는 비프로 리그가 올해로 2회째를 맞이했다. 이 대항전은 ‘아마추어도 프로가 될 수 있다’는 슬로건을 가지고 개발된 축구 기록 관리 서비스 ‘비프로11’(bepro11)에서 시작됐다. 아마추어가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뛸 리그를 꿈꾸던 4명의 친구들이 머리를 맞대 체계적인 축구 기록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계획했고 2014년 11월 ‘비프로 컴퍼니’를 세웠다. 리그 생성과 팀 매칭, 개인기록과 팀 전적까지 비프로11의 세밀한 서비스는 현재 준프로인 ‘K리그 유스팀’도 이용하고 있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강현욱 대표(사회교육과·11)는 “재미로 만들었던 서비스였는데 반응이 좋아 계획에 없던 사업까지 하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비프로는 두 개의 목표를 위해 리그를 열었다. 그들의 첫 목표는 리그를 통해 입소문을 내 비프로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다. 두 번째 목표는 일회성 리그가 아닌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대형 리그를 통해 아마추어에게 ‘축구선수로서 제2의 인생’을 선물하는 것. 이런 소망을 담은 그들의 첫 리그는 대학가에서 시작됐다. 강현욱 씨는 “소속이 명확한 서울권 대학 아마추어 리그로 시작해 지역권, 전국으로 확대되는 전국권 월드컵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콤살벌한 아마추어 선수들의 리그

"특명: 공을 사수하라!" 결승전에선 치열한 접전 끝에 연세대 'WTF'가 중앙대 '청우회'를 1:0으로 제치고 최종 우승했다.

자동출전권을 가진 작년 우승팀 연세대 ‘킥스’를 포함해 19개 대학 20개 팀이 참여한 이번 리그는 지난 25일 결승전을 끝으로 20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이번 대회는 본선 토너먼트로만 진행됐던 1회와 달리 조별예선을 거쳐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가리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강현욱 씨는 “조별 경기를 하면 최소 세 번의 경기는 보장돼 더 많은 경기 기회가 주어진다”고 경기 방식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제2회 비프로 리그는 늘어난 대회 기간 만큼이나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우유 시장에서 라이벌인 건국대와 연세대의 ‘우유 더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출신학교인 고려대와 서강대의 ‘대통령 더비’처럼 흥미로운 매치가 탄생하는가 하면 작년 1회 리그에서 6:0으로 16강에서 탈락했던 상명대 ‘아이엠유11’이 이번 리그에선 작년 우승팀인 연세대 ‘킥스’를 제치고 4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편 서울대에서는 대표로 출전한 ‘싸커21’이 16강에서 조 3위를 기록해 8강 진출이 좌절됐다.

1위부터 3위까지를 가리는 마지막 날 경기장의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결승전에서는 연세대 ‘WTF’와 중앙대 ‘청우회’이 우승컵을 두고 격돌했다. 연세대 ‘WTF’의 김다윗 선수(24)에게 전반 14분에 선제골을 내준 중앙대 ‘청우회’는 역전을 노렸으나 ‘WTF’의 철벽 같은 수비를 뚫지 못했고 결국 경기는 1대0으로 종료하며 우승은 ‘WTF’에게 돌아갔다. 골문 앞에서 중앙대에 한 골도 허락하지 않은 골키퍼 박원남 선수(24)는 ‘노이어’라는 별명을 가진 팀의 에이스다. 그는 “수비를 맡은 선수들이 잘 뛰었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우승컵을 안은 연세대 ‘WTF’의 주장 송현우 씨(22)는 “막강한 선수가 많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해 뛰었다”며 “우승이 꿈만 같다”고 수줍게 소감을 전했다. 결승전 못지않게 삼육대와 상명대의 3·4위전도 치열했다. 후반 30분까지 삼육대 ‘버스트’팀이 한 골, 상명대 ‘아이엠유11’이 두 골을 넣어 앞서고 있었으나, 경기 종료 1분 전 삼육대 박수종 선수(24)의 동점 골로 경기는 연장전까지 이어졌다. 결국 연장 4분 박희건 선수(21)의 쐐기 골로 삼육대 ‘버스트’팀이 3대2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3년만의 골이라는 박희건 선수는 “중요 경기에선 골을 넣지 못하는 징크스가 있었다”며 “이번 리그를 통해 징크스도 깨고 3위에 올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혹시 당신이 제2의 ‘제이미 바디’?

드론이 떠다니는 효창공원 운동장. 34위 결정전이 한창이다.

비프로는 경기를 바탕으로, 프로축구 리그 못지 않은 다채로운 콘텐츠를 제공한다. 페이스북 라이브 중계를 통해 모든 경기를 온라인으로 생생하게 즐길 수 있었으며 리그의 꽃인 결승전은 박찬하 JTBC 축구 해설위원의 중계로 아프리카TV에서 생중계 됐다. 흔쾌히 해설위원직을 맡았다는 박찬하 씨는 “대학가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비프로처럼 체계적이고 활기 있는 생활체육 시스템이 자리 잡혔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비프로의 콘텐츠 제공 서비스는 경기가 끝난 후에도 계속 됐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선수 인터뷰 영상과 전문 사진가가 찍은 선수들의 ‘인생프사’를 업로드하고 드론으로 촬영한 경기 분석 영상을 제공하기도 했다.

콘텐츠에서 조명받은 선수들은 박지성 선수가 ‘산소 탱크’라 불리듯 특별한 별명을 갖게 되거나, 팬이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게 되기도 한다. 팬들 사이에서 ‘우리형’이라 불리는 호날두와 유사한 플레이 스타일을 가진 상명대 김남주 선수(25)는 ‘우리형’이라는 별명을, 중앙대 이한별 선수(26)는 ‘베일’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이한별 선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좋았지만 별명이 과분해 부담스럽기도 했다”고 수줍게 웃어 보였다. 이어 그는 “경기에서 져서 아쉽지만 좋은 경기장에서 실력 있는 선수들과 뛰게 돼 기쁘다”며 “아마추어가 뛸 수 있는 리그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중앙대 응원석에 앉아있던 김수진 씨(23)는 “상명대·삼육대 전에서 마지막 극적인 골로 팀에게 승리를 안긴 박희건 선수의 팬이 됐다”며 “페이스북에서 경기 영상을 반복해서 볼 예정”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못 다 이룬 프로 축구선수라는 꿈. 프레임을 좁혀 한국, 우리 동네, 우리 학교에서 만큼은 당신도 스타가 될 수 있다. “실력 있는 선수들을 발굴해 제2의 제이미 바디를 직접 찾아내고 싶다”는 강현욱 씨는 “비프로를 통해 축구선수로서의 인생을 살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공 좀 차는 당신, 혹시 바로 당신이 비프로가 찾는 제2의 제이미 바디가 아닐까?

 

사진: 조수지 문화부장 s4kribb@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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