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목) 열린 총학생회(총학) 간담회는 지난 학기와 달리 총학 집행부를 제외한 일반 학생은 단 한 명도 참여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학생회 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총학이 드러낸 일련의 행태를 보면 총학이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기는커녕 최소한의 신뢰마저 잃어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총학이 추진력과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현재 총학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사안은 시흥캠퍼스 건립 문제다. 총학은 시흥캠퍼스 건립과 관련해 학내에 보다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하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정작 어떠한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하는가에 대해 총학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지는 대단히 의심스럽다. 지난 7일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전체학생총회(총회) 소집이 의결된 후, 이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총회의 목적이 ‘시흥캠퍼스 반대를 위한’ 것인지, ‘시흥캠퍼스에 대한 총의를 모으는’ 것인지에 관해 의견이 갈려 혼선을 빚었다. 이에 22일 36차 총운영위원회(총운위)에서 ‘일방추진 시흥캠, 막아내자 학생총회로’가 대표 슬로건으로 정해졌고, 이에 따라 총회의 방향성이 확정되는 듯 했다. 그러나 공대학생대표자회의에서 총회의 편향성에 우려를 표명하고 총운위의 결정을 반대하는 입장서를 발표했다. 결국 25일 다시 총운위가 열렸고 대표 슬로건은 ‘학생배제 시흥캠, 총회에서 결정하자’로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총학은 총회의 목적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오히려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학생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다.

총학은 시흥캠퍼스 건립과 관련해 학생들의 입장을 정확히 대변하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총학이 내세웠던 공약의 실현에도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임기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애초의 공약들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학내 구성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던 학내 전도 금지, 흡연부스 설치와 같은 공약은 아직까지 그 향방이 불분명하고, 재경위원회, 평의원회 같은 학내 거버넌스의 학생 참여 보장 역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1년 동안 구성원 간의 논의를 통해 확정하겠다던 인권 가이드라인은 학생사회의 최종안이 통과됐지만 앞으로의 추진 계획은 불투명하다.

총학이 그간 학생 사회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는 것은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서울대의 모든 학생을 대표하는 총학이 과연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능동적으로 정책을 집행해 왔는지는 의심스럽다. 시흥캠퍼스 건립 문제가 분명 중요한 사안이기는 하나, 총학은 이 하나의 사안에만 매몰되지 말고 스스로 내세운 공약들을 충실히 이행했는가를 되돌아봐야 한다.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총학은 학생사회의 대표라는 본연의 위상을 자각하고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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