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배포대에 놓이자 마자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대학내일」 옆의 『대학신문』은 꿋꿋하게 일주일 동안 제자리를 지킨다. 이름 두 글자만 다를 뿐인데, 그 운명은 너무나도 다르다. 대학가의 문화는 빠르게 변했다. ‘학생사회’는 간신히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논의되는 ‘담론’이 학생들에게 공감 받느냐는 질문에 그 누구도 쉽사리 긍정적인 답을 하기 힘든 상황이다. 학생들은 예쁘고 멋진 표지모델이나 맛깔나는 취업팁이 있는 세련된 텍스트를 찾지, 잉크냄새 나는 종이신문에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 무엇이 더 나은가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세상이 변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잿빛 신문에 담긴 의미까지 빛바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사회에 대한, 학내의 이슈들에 대한 학생들의 시선을 담은 투박하지만 정도를 걷는 목소리는 필요하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여전히 『대학신문』이 내고 있다.

9월 26일자 『대학신문』은 1면부터 시의적절한 이슈들을 다루면서 눈을 사로잡았다. 지난 12일 발생한 지진을 간과하기 쉬운 학내 건축물 이슈와 연결 지으면서 『대학신문』답게 내용을 풀어냈다. 또한 21일 밤에 발생한 학내 성폭행 미수 사건에 대해서도 바로 기사를 실으면서 학내 그 어떤 언론보다도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내용의 구성에서는 다소간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지진 관련 기사에서는 ‘서울대 내의 건축물 중 내진설계가 이뤄진 건물은 25%에 그친다’라는 내용이 지나치게 장황하게 반복돼 나타난다. 1면 기사와 2면 기사, 그리고 ‘초능력샤’에서도 위의 내용만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오히려 국내외 타대학 사례와 비교하면서 문제를 파악해보거나 내진설계 없이도 건물이 지어지는 본질적인 이유에 대한 심층적인 접근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2면 기사 말미의 지진대처요령은 표로 정리를 해줬다면 가독성이 좋아졌을 것이다.

성폭행 미수 사건 기사의 경우 사건개요, 조사진행상황에 관한 부분 이후에는 일반학생, 경비원 및 캠퍼스 관리 업무담당 관련자 인터뷰만이 나열식으로 이어지면서 사건의 본질을 다루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 구성원이 학내에서 끔찍한 범죄에 노출된 큰 사건이니 만큼 추후에 심층적인 기사를 통해 안전이슈를 부각해 주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역대 사례와 함께 타학교 및 타기관의 대응사례 등을 분석하며 종합적으로 풀어낸다면 더욱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종합면의 신림선 경전철 기사에서는 해당 사안에 대한 『대학신문』의 연륜을 느낄 수 있었다. 『대학신문』은 2013년 3월부터 가장 최근의 2016년 4월 10일 기사까지 신림선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무렵부터 이를 보도했다. 이처럼 긴 시간 동안 신림선 경전철 이슈를 보도하면서 축적된 연륜과 깊이가 이번 기사에서도 여실히 발휘됐다. 핵심 쟁점부터 각 기관의 입장 차이를 명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다만 4면의 메인 기사에서도 1면에서처럼 노선계획에 대한 예상노선을 볼 수 있는 그림 및 사진이 있었다면 기사내용을 이해하기 더 쉬웠을 것이다.

맵시가 떨어진다해 진솔함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대학신문』은 여전히 진솔하고 진중한 자신만의 목소리로 내고 있다.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대학신문』을 집어들어 읽어보면 학내의 굵직굵직한 이슈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여전히 대학가에는 그 진중한 목소리가 필요하다.

 

옥장훈

화학생명공학부 석박사통합과정·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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