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주토피아」의 주인공인 ‘주디’인형을 가지고 싶어 인형뽑기 기계에서 2만원 넘게 허탕을 치기도 했고, ‘호빵맨’ 박물관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본 고베에 갈 계획까지 세웠을 정도로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하지만 ‘인디애니메이션 페스트’를 취재를 맡게 됐을 땐 크게 기쁘진 않았다. ‘인디’라는 이름이 붙은 그곳은 귀엽고 유쾌한 작품보다는 실험적이고 난해한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더군다나 취재를 간다고 생각하니 벌써 마음이 경직돼버렸다.

기대 대신 편견을 안고 개막작 「붉은 거북」의 상영관에 입장했다. ‘인디’는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을 것이라는 고정관념과는 달리 상영관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개막을 알리는 인사말과 함께 개막작 「붉은 거북」은 ‘섬에 난파된 남자의 이야기’라 소개됐다. 짧은 소개를 듣고 ‘로빈슨 크루소’ 같은 생존 어드벤처를 다룬 애니메이션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난파됐다는 설정만 같을 뿐 두 작품은 다른 결을 다뤘다. 「붉은 거북」에선 ‘생존’이 아닌 비범한 상상력과 우화적 알레고리로 인간의 모든 ‘감정’에 관해 이야기 한다. 작품이 주는 긴 여운에 작품이 끝난 후에도 상영관은 꽤 오랫동안 숙연했고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붉은 거북」을 계기로 인디 애니메이션에 대한 ‘실험적이고 난해할 것 같다’는 편견은 찬찬히 깨졌고 이후 더 많은 작품을 접하며 편견의 조각 또한 사라졌다.

취재원을 만나기 위해 참석했던 ‘인디애니의 밤’에선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쭈뼛거리며 한 테이블을 찾아가 짧은 인터뷰에 응해줄 수 있겠냐고 묻자 테이블의 사람들은 자리를 내주며 맥주 한 잔을 따라줬다. 계원예대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다던 새내기 3명은 실제 기사의 취재원이 돼줬고 맥주가 몇 잔 오간 사이에 우리는 꽤 가까워졌다. 애니메이션학과에 갓 입학한 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담을지’ ‘자신만의 스타일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 등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개성 있는 캐릭터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들에게 우선인 것은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귀여운 캐릭터를 생산하는 일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와 색채가 녹아든 애니메이션을 그려내는 것이었다.

‘인디’라는 이름이 붙는 다수의 작품이 대규모 자본의 지원을 등진 이유는 제작자의 간섭에서 벗어나 대중에게 더 다양하고 참신한 작품을 내보이기 위함일 것이다. 애니메이션의 다양한 표정을 보고 싶다면 다양한 감독들의 인디애니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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