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캠퍼스, 연건캠퍼스 등 국내 16개 사업장을 보유한 서울대는 국내 대학 중 최고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자랑한다. 국가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서 발표한 ‘2014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10개 대학의 에너지 소비량’에 따르면, 서울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총 117,906톤으로 바로 뒤를 잇는 한국과학기술원 배출량 68,334톤의 2배에 달한다. 특히 2015년 서울대 총 온실가스 배출량 126,144톤 중 101,911톤을 배출한 관악캠퍼스는 서울대 온실가스 배출의 중심에 서 있다.

온실가스 배출은 전력사용에 의한 간접배출과 고정연소에 의한 직접배출로 나뉜다. 간접배출은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연료연소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배출을 의미하며 직접배출은 보일러나 냉온수기 등에서 직접 LNG가스를 연소할 경우 발생하는 배출을 가리킨다. 온실가스 배출 대부분은 전력에 의한 간접배출이므로 온실가스 배출량의 높은 수치는 곧 ‘상당한’ 전력 사용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서울대학교 온실가스 에너지 맵’에 따르면, 2014년 관악캠퍼스 온실가스 배출량 중 81%가 전력사용에 의한 간접배출이며 그 비율은 증가하는 추세다.

신기후체제(파리협정) 체결과 함께 한국에도 온실가스 배출 감축 의무가 부여됐고 그에 따라 국내 대학 중 최고 에너지 사용량을 기록한 서울대가 짊어진 사회적 책임이 더욱 중해진 시점이 도래했다. 하지만 국내 최대 규모의 인원, 연구 시설과 함께 국가 기술발전 분야에도 이바지해야 하는 서울대의 남다른 입지 안에서 섣부른 에너지 소비 감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대학신문』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서울대 및 구성원들은 학내 에너지 사용 감축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향후 어떠한 개선이 필요한지 알아보고자 한다.

1. 낭비라고 하지 말아줘요!

2013년과 2014년 서울대의 에너지 소비량은 각각 43,137TOE(석유환산톤), 43,416TOE이다. 이는 서울시 에너지 다소비 시설 280개소 평균 에너지 소비량의 8배를 웃도는 규모다. 온실가스에 대한 전 세계적인 불안감이 불거지고 있는 현실에서 산업 부문을 제외한 서울 소재 건물 중 에너지 최다 소비 시설인 서울대에게 에너지 ‘낭비’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서울대의 에너지 소비 실태를 단순히 낭비라고 진단하기엔 무리가 있다. 일반적으로 에너지 소비 실태의 낭비 여부를 따지는 데에는 두 가지 과정이 따른다. 1차적으로 단위면적당 에너지 소비량을 측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어 2차적으로는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시설에 한해 현장 조사를 시행해 낭비 여부를 확인한다.

위 기준에 따라 서울대의 에너지 소비 실태를 낭비라고 확언할 수 없다는 것이 서울대 ‘아시아에너지환경지속가능발전연구소’ 소속 ‘온실가스에너지종합관리센터’(종합관리센터)의 의견이다. 종합관리센터는 방대한 대학 규모를 주원인으로 제시하며 서울대의 에너지 소비 실태가 낭비라는 비난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대학알리미 서비스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의 단위면적당 온실가스 배출량(KgCO₂/m⁲)은 91kgCO₂/m²로 전체 대학 중 4위를 기록했다. 이는 1위인 한국과학기술원의 110kgCO₂/m⁲과 비교해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치로 이에 따라 서울대 또한 에너지 낭비의 가능성이 높은 위험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차적으로 행해진 현장조사는 서울대 에너지 소비를 무조건 낭비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서울대는 대학 자체의 크기와 구성원 규모에 있어 다른 국내 대학을 훨씬 앞서고 그에 따라 기숙사, 강의실 등에서 냉·난방, 조명 에너지 등이 상당량 소비될 수밖에 없다. 연간 투자 금액이 6천억원에 달하는 서울대의 활발한 연구 활동 또한 에너지 소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서울대 시설관리국이 조사한 ‘2012년 기관별 온실가스 총배출량’에 따르면 인문대(1,388톤), 사범대(2,733톤), 법대(1,253톤), 사회대(1,258톤), 경영대(1,356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모두 합해도 연구 실험 위주의 공대(17,985톤) 또는 자연대(13,191톤)의 단독 배출량을 넘지 못한다. 즉, 서울대 에너지 중 상당부분이 실험실 및 연구 시설이 밀집된 이공계 대학에서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최원석 씨(화학부·14)는 “이공계 연구실에선 지속적으로 전원을 유지해야 하는 실험기기들이 많다”며 “이공계 대학원은 에너지를 많이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종합관리센터는 “연구중심대학인 서울대는 실질적으로 에너지를 써야 할 곳이 많고 실제로 써야 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걸 보고 낭비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에너지 낭비 고위험군에 속한 서울대이지만 거시적으로 판단했을 때 이를 단순히 낭비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2. 서울대의 전략은? 숨은 감축잠재량 잡기

낭비가 아니라는 이유로 서울대가 에너지 소비 감축의 의무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망가져가는 환경 앞에서 서울대 또한 국립대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 에너지 소비 감축을 위해 힘써야 한다. 현재 사용하는 에너지를 무조건 줄일 수가 없는 상황이라면 서울대는 사용자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며 ‘줄일 수 있는’ 에너지를 최대한 감축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경대학원 부원장 윤순진 교수(환경계획학과)는 “학교라는 공간은 에너지를 감축하기 쉽지 않은 공간”이라며 ”요즘은 교육을 하나의 서비스로 간주해 학교 구성원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종합관리센터 정혜진 연구교수도 “연구 시설, 냉·난방, 조명 등 에너지를 써야 할 곳에 에너지를 못 쓰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사용자의 편의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감축이 이뤄짐과 동시에 사용자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종합관리센터가 제시하는 서울대 에너지 절약을 위한 전략은 ‘감축잠재량’을 골자로 하는 미시적 차원의 접근이다. 감축잠재량이란 ‘줄일 수 있는 에너지’로서 ‘줄여야만 하는’ 낭비와는 다른 개념이다. 비효율적인 건물의 구조, 전원이 꺼지지 않은 멀티탭을 통해 새는 전기 등 기존에 비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거나 사람이 실시간으로 제어할 수 없는부분이 이에 해당된다. 종합관리센터는 “거시적으로 봤을 때 서울대 에너지 소비실태를 낭비라고 단언할 순 없지만 미시적으로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며 에너지 감축에 대한 가능성을 내비쳤다.

얼핏 사소해 보일 수 있는 감축잠재량의 규모는 상당하다. 실제로 2012년 종합관리센터는 감축잠재량 절감이 총 전력 사용량에 유의미한 변화를 주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지정된 공간 내부에 있는 전등, 컴퓨터, 히터 등 모든 전자기기들을 절전 멀티탭에 연결하고 설치 전후의 전력 소모량을 비교해본 것이다. 약 7주의 연구 기간 동안 종합관리센터는 각공간의 비사용 시간에 멀티탭의 전원을 꺼 모든 전자기기에서 불필요한 전력이 소비되고 있지 않도록 관리했다. 연구 결과 일주일 동안 대기전력이 169.6kWh만큼 감소했으며 각 공간을 이용하지 않은 시간에 소비되는 전력의 40% 감축 효과를 확인했다. 또한 대기전력 관리를 통해 전체 전력사용량의 약 9.3%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종합관리센터 이유나 연구원은 “서울대의 평일과 주말의 전력 소비량을 비교해본 결과 별로 차이가 없었다”며 “사용량이 훨씬 적은 주말에도 평일만큼의 전력이 소비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대기전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는 대기전력과 같은 감축잠재량 절감을 통해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3. 에너지 감축 위한 서울대의 노력

에너지 소비 감축을 위해 서울대는 꾸준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앞서 언급한 감축잠재량 잡기를 기본 틀로 서울대는 감축잠재량의 파악과 사용자의 참여 독려를 위해 여러 시범사업 및 홍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종합관리센터가 추진하는 서울대 에너지 소비 감축을 위한 전략은 △에너지 가시화 사업 △마이크로그리드 사업 △에너지 기술 수용성 제고 연구를 골자로 한다.

학내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양은 숫자와 단위를 통해 정량적으로 표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관리자가 에너지 소비량을 단순히 숫자로 표현하는 것과 그것을 사용자들이 찾아보고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서울대 연평균 전기 소비량이 1억 5천만kWh라는 말을 듣고 임형택 씨(재료공학부·11)는 “비교대상이 없어 얼마나 큰 수치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며 “평소에 숫자나 단위를 잘 접하지 않는 사람은 에너지 과다소비를 피부로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소비 감축을 위해선 사용자들이 과소비를 인지하고 감축에 대한 필요성 자체에 대해 공감하는 것이 선행돼야 하며 이는 에너지 가시화 작업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대표적인 에너지 가시화 사업으로 사용자 친화적 에너지 지표가 있다. 사용자 친화적인 에너지 지표란 감각적인 시각자료와 함께 사용자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소비량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표나 그림을 통해 ‘서울대의 연간 평균 전력사용량=약 45,000세대가 1년간 사용하는 전력의 양’ ‘관악캠퍼스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 10만 톤=30년 수명의 참나무 1,000만 그루’처럼 표현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정혜진 연구교수는 “관리자 중심이 아닌 사용자를 배려하는 에너지 지표가 돼야 한다”며 “시각적인 자료 제시를 통해 에너지 과소비에 대한 사용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기관별 에너지 사용량 전산화도 중요한 에너지 가시화 사업의 한 부분이다. 이는 관련 정보에 대한 사용자의 접근성을 높여 에너지 사용 실태에 대한 민감도를 증진시킨다. 종합관리센터는 “에너지 소비량의 측정 없이는 어떠한 개선도 있을 수 없다”며 “측정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서울대는 국내 최초로 자체적인 ‘온실가스 통합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기관별 에너지 사용량을 관리 및 공유하고 있다. 온실가스 통합관리 시스템은 서울대 내 기관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색깔에 따라 보여주는 온실가스맵을 포함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기관별 에너지 사용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며 2차적으로 그 데이터를 분석하고 에너지 소비 감축 전략을 구축하는 데 이용된다.

마이크로그리드는 기존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인 스마트그리드의 일종이다. 기기별로 세분화된 전력량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이 스마트그리드의 골자며 거기에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더한 것이 마이크로그리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시범 운영되는 서울대의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은 최적화된 에너지 효율화를 목표로 한다. 4년 계획기간 중 1년차에 접어든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의 내용은 △피크관리 △시스템에 의한 전력 절감 △사용자 맞춤형 정보 제공으로 구성된다.

마이크로그리드는 즉각적이고 세분화된 측정으로 한국전력에서 학교로 유입되는 전력을 관리한다. 피크가 일정 기준을 넘을 시 전체 전력 공급이 자동 차단돼 그로 인한 크고 작은 손해가 발생하므로 피크를 적절한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마이크로그리드의 에너지저장장치가 피크 시간대에 한국전력으로부터 서울대로 유입되는 전력의 일부를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해 기존 전력공급량의 피크를 낮춘다. 정혜진 연구교수는 “에너지저장장치가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한다는 점에서도 에너지의 고효율화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전력의 세분화된 계측을 기반으로 재실감시센서 혹은 프로그램화된 제어를 통해 전력을 절감하는 것도 마이크로그리드의 강점이다. 일정 시간 대기전력에 가까운 수준으로 전력 사용량이 유지되는 기기를 시스템이 파악해 자동으로 전원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종합관리센터는 “세분화된 계측이 기기 단위의 전력 정보를 제공한다”며 “전력이 새는 정확한 소재를 파악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막는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또한 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은 개별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사용자가 자체적으로 전기 절감에 참여토록 한다. 정혜진 연구교수는 “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으로 파악된 세부적인 정보와 사용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증진시키는 게 필요하다”며 “어플리케이션과 모바일 통신으로 사용자가 사용하는 공간에 대한 각종 정보를 시시각각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불필요한 전력 소모에 대해 사용자가 문자와 같은 알림을 통해 직접 정보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해 능동적으로 절감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연간 2억원을 투자받는 ‘에너지 기술 수용성 제고 연구’는 ‘리빙랩’(living lab) 연구를 토대로 사용자 참여형 운영 방안에 대해 고민한다. 리빙랩 연구란 새로이 개발된 가용 기술을 어떤 집단에 적용해보고 구성원들의 피드백을 통해 최적화된 기술의 모습을 탐색해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가리킨다. 정혜진 연구교수는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현장에서의 불편함으로 인해 사용자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기술에 대한 사용자의 피드백을 통해 진보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학교 자체 예산과 서울시 지원으로 현재 시범운영 중인 에너지 리빙랩 사업 또한 리빙랩 연구의 연장선에 있다. 에너지 리빙랩은 △어플리케이션 연동 스마트 플러그 △조명 위치 확인 스티커 △LED 조명 교체 △그린터치 S/W 설치를 통해 에너지의 효율화 및 최적화를 꾀한다. 스마트 플러그는 앱과 연동해 사용자가 특정 공간의 대기전력을 차단할 수 있게끔 해주며, 줄인 전력량을 표시해 공간 단위의 감축량을 파악할 수 있다. 올해 7, 8월에 에너지 리빙랩 사업에 신청한 50실에 대해 순차적으로 시설 교체 작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시범 사업 결과에 따라 추후 확대될 방침이다.

한편 현재 에너지 리빙랩은 서울시, 그린캠퍼스 협의회 등이 주관하는 ‘그린캠퍼스 에너지 절약 경진대회’의 평가 틀로 쓰이기도 한다. 그린캠퍼스 에너지 절약 경진대회는 참가 대학 내 ‘대기전력 제로 연구실’로 선정된 실의 전력 절감활동을 평가해 우수 실에 ‘아낀전기장학금’을 수여한다. 여기서 ‘대기전력 제로 연구실’이란 앞서 언급한 에너지 리빙랩이 적용된 연구실을 말한다. 정혜진 연구교수는 “서울대에서 그린캠퍼스 에너지 절약경진대회를 제안했다”며 “서울시에서 서울 내 대학들로 범위를 확장했다”고 전했다. 대학원생 김대원 씨는 “장학금 같은 걸로 인센티브를 준다면 사용자들이 감축 사업에 흔쾌히 참여할 것 같다”고 전했다.

 

4. 아직은 갈 길 먼 에너지 감축 사업, 앞으로의 과제

서울대는 에너지 소비 감축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과제를 남겨놓은 상태다. 특히 △실질적인 사용자 참여 부재 △사용자의 방관적 태도 △에너지 감축 사업의 지속성 △대학 간 연계연구 선도는 서울대가 앞으로 집중적으로 풀어 나가야할 숙제다.

서울대가 제안하는 사업 중 상당수는 사용자 참여 없이는 어떠한 것도 실현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일부 구성원들은 서울대의 감축 사업이 사용자의 실질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온실가스 통합관리 시스템과 같이 서울대 에너지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에 대해 이민환 씨(재료공학부·12)는 “애초에 관심 없는 사람은 보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종합관리센터 이유나 연구원은 “누가 굳이 사이트에 들어가 온실가스량을 확인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운영자가 제시하는 기술이 사용자의 의식적인 측면과 만나 실질적인 실천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에너지 기술 수용성 제고 연구에 참여하는 윤순진 교수 역시 “기술은 사용자의 인식과 실천이 결합될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고 사용자 참여를 주된 과제로 꼽았다.

에너지 과다 소비에 대한 사용자들의 방관적 태도 역시 서울대가 반드시 해결해야할 문제다. 이는 특히 애초에 공공요금을 학교 차원에서 일괄 납부하는 현 체계의 영향이 크다. 황성준 씨(재료공학부·13)는 “에너지는 남의 돈이라는 생각이 대다수 사용자들의 인식 속에 뿌리박혀 있다”며 “에너지 감축을 위한 노력의 필요성 자체에 대한 사용자들의 고민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기숙사에 거주하는 김율현 씨(화학부·16)는 “기숙사의 경우 전기 사용량과 상관없이 실별로 같은 관리비를 낸다”며 “하루 종일 냉·난방을 해도 별다른 제재가 없다”고 전했다.

사용자들의 방관적 태도에서 비롯한 에너지 과소비를 완화하기 위해 ‘교내 온실가스 배출할당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실제로 서울대는 2013년~2014년 온실가스 배출 상위 5개 기관에 온실가스 배출할당제를 실시해 감축률이 우수한 기관에 인센티브를 지원한 바 있다. 정혜진 연구교수는 “이를 통해 남의 돈이라는 인식으로부터 나오는 무분별한 에너지 사용을 억제할 수 있다”며 “기관별 세분화된 감축 전략도 수립돼 효과적인 에너지 감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몇 가지 이유로 온실가스 배출할당제는 서울대에 정착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단과대별 성격이 상이해 온실가스 배출권을 공정하게 배분하는 것이 어렵다. 김대원 씨는 “연구 실적이라는 같은 선상에서 자연대, 공대, 인문대 등을 비교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평균 소비량을 토대로 비슷한 군끼리 세분화해 배출권을 할당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잉여 배출권에 대해 인센티브만 수여하는 방식 또한 문제가 됐다. 정혜진 연구교수는 “애초에 배출할당제는 강제성이 없었다”며 “배출권을 남기면 이득을 보고 넘기면 그만인 식”이었다고 지적했다. 배출할당제의 안정적인 제도화를 위해선 구성원들과의 충분한 합의를 바탕으로 합당한 배출권 분배 기준 마련과 어느 정도의 강제성 부여가 불가피해 보인다.

△제도적 뒷받침 △주도적 운영주체 △예산의 순환적 사용과 같은 지속가능한 사업 체계를 갖춰 장기적인 관점에서 에너지 소비 감축 사업을 추진하는 지속성 또한 중요한 요소다. 정혜진 연구교수는 “그린캠퍼스나 학생캠페인 같은 활동은 흔히 어떤 제도적인 도움 없이 누군가의 자발성에 의해 시작한다”며 “주된 의사결정권자가 사라질 시 바로 중단돼 연속성이 없는 것이 태반”이라고 지적했다.

윤순진 교수는 ‘에너지 관리 위원회’를 세워 에너지 감축 사업의 제도 및 조직적인 측면의 지구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교의 구성원이 바뀌는 것과 상관없이 에너지 관련 정책은 꾸준해야 한다”며 “교수와 학생, 교직원들로 구성된 에너지 관리 위원회가 지속적인 논의를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타 대학에 비해 제도적 뒷받침과 주도적 운영주체가 어느 정도 갖춰진 서울대의 경우 특히나 관련된 예산의 순환적 사용이 관건이다. 에너지 감축으로부터 발생하는 ‘절약 예산’을 구성원들에게 환원하고 그것이 다시 에너지 감축 활동을 촉진시키는 상보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황성준 씨는 “아끼면 돌아온다는 것을 사람들 인식에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혜진 연구교수는 “온실가스 및 에너지 감축은 환경비용의 감소로 이어진다”며 “그로부터 발생한 자금을 장학금과 같은 형태로 구성원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밖에 대학 간 연계연구를 선도하기 위해 존재하는 ‘온실가스 에너지 목표관리 지정대학 협의회’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실정도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종합관리센터는 “대학별 모델에 대한 최적화 연구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서울대와 달리 많은 대학들엔 관련 전문기관이 없어 그저 서울대를 벤치마킹하고 있을 뿐”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포항공대 시설운영팀 권오윤 담당관은 “온실가스 협의체가 존재하지만 포항공대는 잘 참여하지 않는다”며 “서울대의 시범사업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효과적인 에너지 소비 감축 전략 수립을 위해 서울대는 자체 연구 및 대학 간 연계연구를 선도해 최적화된 에너지 절약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각기 다른 에너지 소비 패턴과 환경은 각자의 상황에 적합한 에너지 절약 모델을 필요로 하며 보다 앞서있는 서울대가 그 연구를 이끌어줘야 할 것이다. 정혜진 연구교수는 “여러 가지 연구 사례를 토대로 최적의 에너지 절약 모델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며 “꾸준한 연구 경험을 가지고 있는 서울대가 의장교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그러한 환경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삽화: 이종건 기자 jonggu@snu.ac.kr

이은희 기자 amon0726@snu.kr

박진희 기자 jinyher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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