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교수 문제는 서울대의 학문적 토양을 평가하는 시험지

8월 31일 김민수 교수의 재임용탈락 5년을 맞아, 학생대책위는 학생회관 앞에 커다란 ‘5’자를 만들어 세웠다. 5년이나 기념해야 할 일이 학내에 얼마나 있을까? 1-2년도 아니고 5년씩이나 끌고 있을 일 말이다. 98년 여름을 지켜봤던 많은 이들이 이미 학교를 떠났고, 재임용 탈락소식에 분노했던 학부 2학년 학생은 어느새 석사졸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5년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디자인학부 학생들의 수업거부. 학생 3천 여명과 교수 3백 여명의 복직 서명. ‘재임용 탈락을 취소하라’는 법원의 판결. 학교의 항소. 지난 학기 본부 앞에서 했던 교수-학생 2인 시위를 비롯해 수없이 많았던 집회. 그리고 여러 번의 공청회. 그 결과 김민수 교수의 이름을 듣는 사람들 대부분은 “잘못되었다. 복직되어야 한다”고 당연한 듯 얘기하다가 “아직도 안 되었나요”라며 되묻곤 한다.


왜 아직도 그대로일까? 본부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5년을 끌어오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부분은 절차가 아니다. 재판 과정 중에 공개된, 가히 충격적인 재임용 심사서를 보라. 이것이 어떻게 학문하는 사람들의 글이라 할 수 있는가.


선배 교수의 연구 내용을 무조건 옳은 것으로 판단해야 하고, 그에 반하는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없는, 질식할 것 같은 학문적 토양은 지난 5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학문은 기존의 학설을 비판하고 방어하는 와중에 새로운 학설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학문의 장인 대학은 어느 공간보다도 자유로워야 한다. 하지만 서울대학교에서는 선배 교수에게 찍힌 한 유능한 교수가 ‘절차상 하자없이’ 쫓겨나 5년 동안이나 대학에서 연구와 강의를 못하고 있다.


자신의 연구가 심사 교수의 예전 연구 내용과 배치된다며 걱정하던 한 선배가 생각난다. 언제쯤이면 우리의 대학에서 이런 것이 걱정이 아닌 즐거움이 될 수 있을까? 김민수 교수 문제를 사리에 맞게 풀어가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 번 더 생각해보자. 이 문제는 김민수 교수 개인이나 미대만의 문제가 아닌 서울대에서 공부하는 모든 사람들의 문제이며, 서울대가 진정한 학문의 장인지를 알게 해주는 시험지이다.

강임성
지구환경과학부·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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