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두 강사 건설환경공학부

지난 3월 구글 딥마인드사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대국이 있었다. 고조됐던 분위기와는 달리 4대1이라는 알파고의 압도적인 승리로 충격을 안겨줬다. 바둑판과 같이 제한된 영역과 정해진 규칙 하에 이루어지는 게임에서는 인간이 더 이상 컴퓨터를 이기기 어렵게 됐고 완승을 자신한 딥마인드사의 입장에선 1패조차도 아쉬웠을지 모른다. 1956년 다트머스 대학의 학술대회에서 인공 지능을 처음 정의한 이래로 컴퓨터 프로그램 기술은 지금까지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인간의 두뇌와 같이 학습된 매개변수를 이용하여 외부에서 입력되는 조건에 반응함으로써 계산된 결과를 표출하게 됐다. 또한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빅데이터의 등장은 다양한 사물의 패턴에 따라 데이터를 군집화하고 분류함으로써 인간과 가까운 판단을 더욱 빠르고 유연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세계 기술과 비교해 우리의 실정은 어떤가? 현재 IT와 ICT 강국이라 자부하지만 컴퓨터 하드웨어 인프라 구축에만 관심 기울일 뿐 프로그램 개발 분야에선 정부와 교육기관의 무관심으로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V3 백신프로그램과 아래아한글 프로그램 외에 과연 국내 기술로 개발된 내로라하는 소프트웨어가 있는가? 우린 왜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를 배출할 수 없는가? 지난 2년간 ‘컴퓨터의 개념 및 실습’ 강의 때마다 필자가 던지는 질문이 있다. 여러분은 컴퓨터의 어떤 부분을 잘 아는가? 컴퓨터의 조립과 같은 하드웨어인가, 소프트웨어의 활용인가? 단지 인터넷 검색이나 OS의 활용인가? 컴퓨터를 최적화해 작업에 활용할 수 있는가? 돌아오는 학생들의 반응은 한결 같다. 하드웨어를 잘 조립할 수 있고 OS, 엑셀과 파워포인트의 활용만이 전부라는 착각이다. 이는 컴퓨터 활용에서 지극히 초보적이고 기능적인 부분이며 공학도가 갖춰야 할 기술적인 소양에 도달했다고 말할 수 없다.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IT 교육을 꾸준히 받고서도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도구로써 컴퓨터를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은 국내 IT 교육의 참담한 현실이다. 필자 역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젊은 공학도의 잠재력을 망쳐버린 대세에 편승해온 것은 아닌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을 통해 나타난 국내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과 다중프로세스를 탑재한 PC 보급률은 인프라 구축 측면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구미 선진국을 압도한지 오래다. 하지만 세계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의 부재는 참으로 안타깝다. 예컨대 기상청이 보유한 슈퍼컴퓨터는 세계 슈퍼컴퓨터 500위 중 상위 20위에 랭크될 만큼 세계최고 수준이지만 기상수치예보모형은 외국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구축된 모형을 정확히 이해하고 수정·개발할 수 있는 연구 인력은 사실상 전무하다. 기상청은 예보가 빗나갈 때마다 컴퓨터의 성능문제로 정확한 기상예보가 어렵다고 해명하지만 궁색하기 그지없다. 아무리 세계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라 할지라도 한낱 기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정확한 정보입력이 없다면 정확히 계산을 수행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의미 없는 정보만을 출력해 낸다는 것은 자명하다.

정부는 IT 인력지원 예산으로 지난 10년간 매년 1,000억원을 투자하고 있지만 수박 겉핥기식 지엽적인 컴퓨터 활용교육에만 치중해 정작 컴퓨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 양성엔 실패했다. 하지만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국내 언론은 이제서야 너나 할 것 없이 일선 교육현장에서의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지금이라도 FORTRAN 90, C++, BASIC, MATLAB과 같은 컴퓨터 언어를 제대로 숙지할 수 있도록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대학에선 자연과학, 공학, 경제‧경영학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할 수 있는 고급 프로그래밍 교육이 도입돼야 할 것이다. 정부는 가시적인 성과 내놓기에만 급급한 태도를 버리고 혜안을 가지고 IT기술의 개선방향을 충분히 인식해 컴퓨터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젊은 세대를 키운다면 앞으로 10년 후, 우린 IT 기술의 거인으로서 세계 중심에 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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